다이내믹 ‘휴양러’의 호이안 사용설명서
베트남 호이안의 ‘호이아나 리조트 앤 골프’에서 발견한 나의 수십 가지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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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은 참 이상한 도시다. 시간은 흐르는데 흐르는 것 같지 않고, 어지러운 올드 타운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금세 고요해지고, 오랜 전통을 간직한 사원과 현대 건축물이 차로 2분 거리 내에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바람은 느리게 부는데, 역사는 오히려 단단하게 눌러앉은 호이안. 16세기, 중국과 일본, 더 멀리 유럽과의 무역이 활발하던 국제무역항이었던 이 도시는 지금도 시간의 잔향을 숨기지 않는다. 일본식 목조가옥, 중국풍의 회랑, 베트남 전통 건축이 한 프레임에 담긴다. 다양한 문화가 살아있으면서도 전통을 지키고 있다는 그 매력이 내가 호이안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약 1,000헥타르 규모나 되는 부지 위 4개의 럭셔리 호텔, 20여 개의 레스토랑과 바, 카지노, 스파, 수영장, 골프장 등이 자리한 호이아나 리조트 앤 골프.
그 매력은 ‘호이아나 리조트 앤 골프(Hoiana Resort & Golf)’으로 이어졌다.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해안선의 남쪽을 따라 달리면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 약 1,000헥타르 규모나 되는 부지 위, 4km에 달하는 청정해변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그 위에 4개의 럭셔리 호텔, 20여 개의 레스토랑과 바, 카지노, 스파, 수상 스포츠까지 모두 자리한다. 미식, 놀이, 휴식, 문화가 한데 모인, 한마디로 바쁘게 쉬는 법을 아주 잘 아는 리조트다.
내가 머문 곳은 ‘뉴월드 호이아나 비치 리조트(New World Hoiana Beach Resort)’. 바다가 바람에 휩쓸리는 소리로 가득했던 방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다 잠깐 잠에 들었다가, 머지 않아 자꾸 밖으로 유혹하는 파도 소리에 깨 버렸다. 리조트의 또 다른 호텔 ‘호이아나 호텔 앤 스위트(Hoiana Hotel & Suites)’의 인피니티 풀에서 물장구를 치다가, 풀 옆에 위치한 ‘디 엣지(The Edge)’에서 16층 파노라마 뷰를 마주한 채 아시아 및 세계의 시그니처 요리를 즐겼다. 한층 풍요로워진 마음으로 향한 ‘꽝남 하우스 라운지&바(Quang Nam House Lounge & Bar)’에서 우아하게 칵테일을 즐겼다. 이날 밤을 반짝반짝 빛낸 건 나를 ‘프로 갬블러’로 만들어준 24시간 카지노. 이렇게 여행은 일상에선 감히 꿈꾸지 못했던 사치를 정당화한다! 첫날을 장식한 이곳들은 리조트가 건네는 콘텐츠의 십분의 일 정도밖에 안 된다.
호이안이 무역항이었던 시절 다채로운 식문화가 유입된 역사적 맥락은 리조트의 식탁에서도 이어진다. 라이브 음악과 수영장이 어우러진 ‘녹스 비치 클럽(NOX Beach Club)’에서 세계 각국의 미식을 맛보고 무알코올 칵테일을 한 잔 기울였다가, 차콜 향의 정석을 보여주는 ‘더 그릴 레스토랑(The Grill Restaurant)’에서 제대로 된 고기 맛을 봤다. ‘오스테리아(Osteria)’에서는 정통 이탈리안의 진심을 만날 수 있고, 강렬한 풍미의 쓰촨 요리를 내는 ‘산시로우(San Xi Lou)’에서는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향신료 향과 대치하게 된다. 연말 시즌에는 페스티브 스페셜 메뉴, 시그니처 홀리데이 칵테일, 소규모 모임을 위한 프리미엄 테이블 패키지가 더해져 미식이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오늘 나는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가 선택 기준이 될 정도로 다채로운 이곳의 미식세계. 심지어 리조트의 23개의 레스토랑 중 단 네 곳이다.
그리고 낮의 나는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들였다. ‘호이아나 쇼어 골프 클럽(Hoiana Shores Golf Club)’은 링크스 특유의 바닷바람과 파도가 함께 플레이에 개입하는 코스로,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자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Robert Trent Jones Jr.)’의 설계가 만든 곡선 속에서 스코어는 숫자일 뿐. 골프에 관심 없는 이들도 즐길 수 있는 서핑을 비롯한 다양한 수상 스포츠, ATV, 요즘 아시아 전역을 타고 유행하는 피클볼이 있으니 저마다의 속도대로 휴가를 만들어가면 된다. 아이들은 키즈클럽에서 진저브레드에 진심을 다하는 사이, 우리는 생각보다 더 여유롭고, 더 만족스러운 어른이 된다. 이곳에서는 아이도 어른도 수평선 위로 동심을 풀어놓게 만든다.
다시 호이안 시내로 나가면 전혀 다른 시간대가 펼쳐진다. 호이안 고대도시에서는 여전히 옛 항구 도시의 정념이 살아 숨쉬고, 조금 더 걸음을 넓혀 마주한 미손 유적지에서는 참파 왕국의 성스러운 흔적이 읽힌다. 그렇게 호이안과 호이아나 리조트 앤 골프를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개의 자신을 은밀하고도 발칙하게 꺼내 보았다. 어떤 날은 문화 탐방가, 어떤 순간은 미식가, 골퍼였다가, 밤이면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슬쩍 야망을 품는 어른. 풀의 선베드에 누워있을 땐 더도 덜도 아닌 한 명의 인간. 호이안과 호이아나 리조트 앤 골프는 여러 개의 나를 아주 영리하고도 우아하게, 꺼내 주었다.
Credit
- 에디터 정소진
- 사진 호이아나 리조트 앤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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