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클리프 아펠의 무용 페스티벌 디렉터가 밝힌 비하인드
서울을 춤추게 만든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의 기원이자 본질 그 자체인 세르쥬 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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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Dance Reflections BY Van Cleef & Arpels) 페스티벌이 런던, 홍콩, 뉴욕, 교토에 이어 여섯 번째로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협업해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대학로 예술극장 등 도시 곳곳이 하나의 안무처럼 연결되며 관객과 호흡하는 시간이었죠. 이번 페스티벌은 '창작·전승·교육'이라는 댄스 리플렉션의 핵심 가치에 따라 현대무용의 역사적 작업부터 가장 실험적인 동시대 안무까지 폭넓게 담아냈습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및 문화 프로그램 디렉터 세르쥬 로랑은 “안무 예술에 대한 열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을 지닌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라고 소개했는데요. 각기 다른 문화권의 안무가들이 서울에 상륙하자 서울이 서로 다른 리듬과 움직임들이 교차하는, 거대한 공유의 장으로 거듭났습니다.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및 문화 프로그램 디렉터 세르쥬 로랑
런던, 뉴욕, 교토에 이어 서울에서 개최된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은 단순한 공연 시리즈가 아닙니다. 반클리프 아펠이 2022년부터 이어 온 글로벌 프로젝트로 공연 예술의 유산을 보존하고, 새로운 창작 지원에 힘쓰며, 관객을 예술의 과정으로 이끄는 데 의의를 두고 있죠. 폐막작 공연 시간을 기다리며 만난 세르쥬 로랑의 말들도 궤를 같이합니다. 무용과 공연 예술에 대한 환원 활동, 절대적 창작의 자유 그리고 본인이 큐레이션한 공연을 선보일 때의 자세, 관객과의 관계. 인터뷰는 이러한 주제로 흘러갔죠. 하이 주얼리에 관한 얘기는 일절 없이.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무대를, 관객에게는 몸으로 예술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통로를 안내해 온 세르쥬 로랑은 이런 바람도 전했습니다.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 페스티벌이 여러분에게 '발견의 여정'이 되면 좋겠어요."
오늘은 서울에서 개최된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의 마지막 공연이 있는 날이라 묻고 싶어요. 페스티벌 마지막 날의 기분은 대체로 어떤가요
마지막 날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아요. 보통 공연날에는 두 가지 축을 온종일 신경 쓰게 됩니다. 하나는 아티스트, 다른 하나는 관객. 어제 프랑스의 네모 플루레가 기획한 ’900 며칠, 20세기의 기억’ 공연 리허설에 다녀왔어요. 아티스트들이 공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공연을 위한 조건들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요. 아티스트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판단이 서야 저는 비로소 안심이 됩니다. 기획자에게는 아티스트와 관객이 만나는 ‘만남의 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반응이나 평가라든가, 관객에게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현대 무용은 예측 불가한 장르이기 때문에 저조차도 무엇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상태로 공연장에 들어서는데요. 막이 내린 뒤 바라는 건 단순합니다. 관객들이 어떤 형태로든 기억에 남는 경험을 하고 돌아가길 희망해요.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은 무용이라는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여정을 제안합니다. 그 여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기억하느냐는 저마다 다르겠죠. 공연이 흡족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대신 뭔가를 경험하고 그 순간이 기억으로 남는다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무엇을 느껴야 한다고 설명하지 않아요. 경험을 제안할 뿐이죠. 그 경험이 관객들을 조금 더 성장하게 만든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싶어요.
프랑스 아티스트 론과 '(라)오호드', '마르세유 국립 발레단'의 <룸 위드 어 뷰>
알레산드로 시아르로니의 <마지막 춤을 나를 위해>
지금 표정도 그렇고, 당신의 인터뷰를 살펴 보면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에 대한 진정성이 강한 고집처럼 느껴져요. 애정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반클리프 아펠 메종과 무용의 관계는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어요. 무용은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고 지금도 여전합니다. 긴 시간에 걸쳐 두 세계에는 공통된 열정이 형성됐는데요. 열정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의 출발점은 여기에 있어요. 무용 예술이 메종에 제공해 온 영감에 대한 응답이랄까요. 당시 CEO였던 니콜라 보스는 무용계에 대한 헌신을 강화하고 싶어했습니다. 이에 지금 형태의 페스티벌을 제안했죠.
왜 페스티벌이었어야 했나요
페스티벌이야말로 무용계에 대한 열정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라고 확신했어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CEO에게 무용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축하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어요. 한 곳에서만 개최하지 않고 여러 지역에서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예술적 비전과 작품을 나누길 바랐죠. 저는 예술이 가진 보편적 언어의 힘을 믿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지만 공통된 감각을 공유해요. 그리고 예술은 사람들을 한 공간으로 응집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런던, 홍콩, 뉴욕, 교토 그리고 이곳 서울에 이르기까지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그 힘을 실감해 왔어요. 하나의 작품이 각기 다른 문화적 맥락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순간들을 말이죠.
반클리프 아펠의 후원과 창작 지원이 예술을 규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나요
무용계를 지원하는 한편 무언가를 돌려주는 것이 페스티벌의 근간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가능한 한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창작은 아티스트가 자유로울 때 비로소 가능해요. 설령 결과물이 제 예상과 달라도 괜찮아요. 오히려 그런 의외성을 좋아해요.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저를 이끈다는 점에서 예술은 여행과 닮았어요.
허성임이 이끄는 '허 프로젝트'의 신작 <1도씨>
페스티벌 자체도 해를 거듭할 수록 진화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처음 구상했던 ‘이상적 모델’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창작, 전승, 교육.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은 이 세 가지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있어요. 여기에 더해 무용 예술이 가진 다양성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다양성?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무용 예술은 긴 역사적 흐름 안에서 존재합니다. 고전과 전통, 다양한 문화에서 비롯된 움직임의 역사 그 자체인 셈이죠. 그런 무용은 시대를 거듭하는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했어요. 오늘날의 무용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에요. 오랜 시간 축적된 역사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 저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 페스티벌의 공연 작품들을 보면 다 달라요. 형식, 장르, 규모가 다른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무용 예술이 지닌 다양성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한편 페스티벌을 거듭할수록 그 다양성 앞에서 사람들이 무용 예술을 멀게 느끼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게 여기게 됐어요.
페스티벌에서 안무가들에게 춤을 배울 수 있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맞아요. 관객들이 ‘이게 뭐지?’라는 상태에 머물지 않도록 이해를 돕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워크숍의 역할은 무용의 세계에 아주 자연스럽게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는 경험, 이렇게 설명하고 싶어요. 요컨대 몸으로 경험한 것들은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아요. 예술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닙니다. 한 번이라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무용은 온몸이 참여하는 예술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 번 체감하면 그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앞으로 팝업 형태의 댄스 스쿨을 진행하는 등 교육적인 프로젝트를 강화하려는 계획도 있어요.
네모 플루레의 <900 며칠, 20세기의 기억>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을 통해, 또는 무용 예술로부터 배운 가장 큰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여행이든, 미술 전시든, 무용 공연이든 새로운 영역을 경험할 때마다 살아있음을 느끼곤 해요. 외부로부터 어떤 자극을 받으면 제 뇌와 몸이 함께 깨어나는 것 같죠. 저를 ‘살아 있게’ 만드는 그 감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고 믿어요.
Credit
- 사진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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