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코트 지금까지 잘못 입었습니다
짧아진 봄, 이제 트렌치코트는 드레스가 됐다. . 셀린느·생 로랑이 알려주는 트렌치코트 고성능 스타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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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다가온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또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날씨 변화가 이어질지, 제대로 봄 같은 날씨가 며칠이나 될지. 짧아진 간절기에 옷장 속 트렌치코트는 오랜 고민거리가 됐다. 예전에는 분명 봄가을마다 꺼내 입는 실용적 아이템이었는데, 최근에는 계속 입을 타이밍을 놓친 채 몇 시즌째 옷장에서 대기 상태로 머물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 트렌치코트가 필요한 것 같다가도 막상 밖에 나서면 햇살이 너무 뜨겁거나 매섭게 바람이 차가워지곤 한다. 그렇게 계절은 트렌치코트를 입을 타이밍을 주지 않은 채 지나가버린다.
하지만 2026 봄 여름 시즌 런웨이는 트렌치코트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입길 제안한다. 디자이너들은 마치 내 옷장 속에서 방치된 트렌치코트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기존의 트렌치코트로 새롭게 시도해 볼 만한 방식을 보여줬다. 핵심 메시지는 트렌치코트를 아우터웨어가 아니라 한 벌의 드레스로 바라보는 것. 이들이 알려주는 규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트렌치코트의 버튼을 모두 잠근 채, 그대로 밖으로 나서는 것이다.
CELINE
이번 시즌, 트렌치코트의 구조를 단순화해 마치 셔츠 드레스처럼 연출한 셀린느는 그 해답을 세련된 방식으로 보여준다.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으로 떨어지고, 걸을 때마다 슬쩍 드러나는 안감에는 컬러플한 스카프 원단을 덧대 반전 매력을 더했다. 겉으로는 절제된 클래식이지만, 움직일 때마다 은근한 색감이 드러나며 룩에 리듬을 만든다. 대신 어깨와 칼라는 부드럽게 떨어지고, 코트 안에는 별다른 레이어가 보이지 않는다. 트렌치코트 하나만 입었을 뿐인데, 그 자체로 충분히 완성된 룩이다.
SAINT LAURENT
SAINT LAURENT
생 로랑의 트렌치코트 룩은 보다 관능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기존 트렌치코트의 구조와 길이, 디테일을 그대로 유지해 겉보기엔 익숙한 공식을 따르는 듯하지만 소재에서 완벽한 반전을 꾀했다. 멀리서 보면 라텍스처럼 보이는 강한 광택 그리고 매우 얇은 두께의 원단은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을 감싸며 실루엣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노출은 거의 없지만, 그로 인해 긴장감은 극대화된다. 파워와 섹슈얼리티가 절묘하게 결합한, 생 로랑다운 트렌치 드레스다.
GABRIELA HEARST
MAXMARA
가브리엘 허스트와 막스마라는 트렌치코트를 좀 더 조형적으로 다뤘다. 단단한 구조와 정제된 컬러, 허리를 또렷하게 잡아주는 벨트 디테일로 트렌치코트를 이브닝드레스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여기에 소매를 한껏 부풀려 마치 <브리저튼>에 나올 것 같은 커다란 퍼프로 극적인 분위기를 더한 것이 핵심. 가늘고 길게 떨어지는 실루엣은 간결하지만, 이 퍼프 디테일 하나로 충분히 드레시한 분위기를 주는 것이 눈에 띈다.
Givenchy
Altuzarra
좀 더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트렌치코트 팁을 원한다면 지방시와 엘리 사브의 룩을 참조하면 된다. 이들은 트렌치코트를 연출할 때 가장 쉽고 보편적인 방법인 벨트를 이용했는데, 기존 트렌치코트에 달려 있는 벨트를 활용해 버클이 몸 중앙에 위치하도록 단단히 고정해 포멀한 분위기를 내거나 또는 아무렇게나 질끈 동여맨 듯한 매듭으로 시크한 무드를 더하는 것.
THE ATTICO
이런 다양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아우터웨어로만 입어왔던 트렌치코트를 단독으로 입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해답은 디 아티코의 룩에 있다. 트렌치코트 안에 화이트 셔츠를 매치해 아우터웨어와 드레스의 중간쯤 되는 트렌치코트 룩을 보여준다. 셔츠의 칼라와 소매가 드러나며 트렌치코트 특유의 구조적 실루엣을 정돈하고, 맨몸에 겉옷을 걸친 듯한 어색함도 줄일 수 있다.
COURRÈGES
이처럼 2026 봄 여름 시즌 런웨이가 제안하는 트렌치코트는 더 이상 날씨에 맞춰 입는 아우터웨어가 아니다. 버튼을 잠그는 순간 하나의 드레스가 되고, 그 자체로 스타일이 완성된다. 짧아진 간절기와 변덕스러운 날씨 앞에서 트렌치코트는 마침내 가장 현실적인 해답을 찾은 셈이다. 이번 봄, 옷장 속 트렌치코트를 다시 꺼내 입어도 좋을 이유는 충분하다. 이제는 아우터웨어가 아니라 드레스로 말이다.
Credit
- 에디터 손다예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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