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제야가 전하는 아름다운 쓸모
시인이자 작가인 이제야는 단어에 빚을 지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낭만 사전>은 그 오래된 빚을 갚는 방식처럼 보인다. 그는 사전의 정의와 자신의 감각 사이에서 단어의 쓸모를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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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 출간한 산문집 <낭만 사전>을 “오래된 습관에서 시작된 책”이라고 말했다. 평소 단어를 적어두는 습관은 언제부터 생긴 것인가
2012년 등단한 후부터 단어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유, 은유를 위해 단어에 빚을 지는 직업이 시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다 조금 더 깊게 단어를 메모해 두기 시작한 건 많은 오해를 목격하고 경험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단어의 의미를 약속처럼 쓰고 살지만 그 단어가 누군가에게 닿을 땐 약속이 되지 않기도 하니까. 책으로 엮기까지 한 단어가 이해와 오해 사이를 넘나드는 순간을 수없이 경험하며 조심스럽게 엮을 수 있었다.
<낭만 사전>에는 44개의 단어가 등장한다고 들었다. 사전적 정의와 함께 시인이 새로 쓴 정의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이미 존재하는 의미와 자신의 감각 사이에서 어떤 차이가 느껴지던가. 단어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이미 존재하는 의미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기 위한 약속이라면 새로 쓴 정의는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용기라고 말하고 싶다. 삶의 서사, 장면, 관계 사이에서 느껴지는 것을 단어로 정의하는 편이다.
시인이자 작가 이제야. 지난 3월 5일 산문집 <낭만 사전>을 출간한 그는 4월 초 새로운 시집의 출간을 계획 중이다.
“소박한 단어들에게 여러 생을 주고 싶어서 단어의 의미를 새로 썼다”라고 했다. 책을 쓰며 가장 새롭게 느껴진 단어가 있다면
‘눈사람’이 기억에 남는다. 정성과 사랑을 쏟아 여럿이 탄생시키는 눈사람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모습이 인간의 많은 점과 닮아 있다 생각한다.
‘낭만’의 사전적 정의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라고 설명된다. 시인에게 낭만은 어떤 감각인가
낭만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무드와 낭만의 역할은 다른 듯하다. 내 마음이 상대에게 전혀 다르게 통과할 때 느껴지는 무력감이 있지 않나, 그 무력함을 그러려니 생각하고 넘기는 게 낭만의 역할과 비슷하다. 마치 ‘나도 나대로 이해하겠다’는 방어 기제처럼.
이 책을 덮었을 때 독자들의 단어가 새로 쓰이길 바란다고 했다. 시인은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고, 또 어떻게 자신의 단어를 발견하길 바라나
단어 꼭지마다 왼쪽은 사전적 정의와 새로 쓴 정의가 있고 아래 여백이 꽤 있다. 그 부분에 자신만의 정의를 써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44개 단어를 모두 읽은 후 <낭만 사전>에 없는 새로운 단어를 갖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4월 초 새로운 시집이 나온다고 들었다. 산문집 <낭만 사전>을 먼저 내고 다시 시로 돌아가는 과정이었는데, 시와 산문 사이를 오가는 동안 어떤 감각의 차이를 느꼈나
어떤 글을 쓰더라도 시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산문은 시인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 시선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시는 조금 더 좁고 깊은 나의 세계를 보여주려 한다. 그것이 시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쓸모다.
두 번째 시집 <진심의 바깥> 이후 시간이 흘렀다. 이전의 시와 비교했을 때 스스로 다르게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가장 많이 울고 나를 달래며 쓴 시집이다. 세 번째 시집은 오래된 것들을 들추고 바라봐야 했던 가장 오래된 곳을 다녀왔고 가장 먼 곳을 향해 썼다.
이제야가 출간한 산문집 <낭만 사전>. 44개의 단어를 바탕으로 낭만의 풍경을 글로써 그려냈다.
평소 ‘시어’를 어떻게 발견하는 편인가
발견하려 애쓴다기보다 장면을 다르게 보려 애쓰는 편이다. 이를테면 모두가 목련 아래 꽃을 찍을 때 목련이 떨어진 후 처참한 모습을 미리 생각하는 것. 그게 시인의 일이고 시를 쓰는 시작이라 생각한다.
시를 쓸 때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단어인가, 리듬인가, 혹은 감정의 온도인가
세 가지 모두 중요한데 하나를 꼽으라면 리듬이다. 시의 형식과도 관련이 있을 텐데 한국 정통 시가 가진 운율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젊은 독자들을 아우르는 신선한 시를 쓰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애정하는 자신의 시 구절이 있다면 들려줄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도 그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눈빛에 어떤 역할이 있다면 진심을 느닷없이 말하기 좋다는 것.’ 긴 시간 갖고 있던 감정이라 쉽지 않게 쓴 시 속 구절이 있는데, 에스파의 카리나 님도 SNS에서 언급해주시고 좋아해 주신 덕에 더 귀해진 구절이다. 내게 가장 힘든 감정이었는데 카리나 님이 공감하신 것을 보며 우리는 모두 공통분모를 갖고 사는구나 싶어 위로가 되었다.
Credit
- 에디터 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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