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NEWS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상상한 '전기 없는 세상'은 어떨까

'전기 패권 시대'를 조명하는 전시 <일렉트릭 쇼크>가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프로필 by 박성희 2026.03.18

질문을 할 때, 그 내용 만큼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묻는가'입니다. '전기가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가 지금 쥐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놓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북서울시립미술관은 이 의문을 미디어 아티스트들에게 던졌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전기 패권 시대’를 조명하는 기획 전시 <일렉트릭 쇼크>입니다.


<일렉트릭 쇼크>는 스스로를 전시가 아닌 '전기에 대한 보고서'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세상의 전기가 모두 사라지는 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2부로 나뉘죠. 사건 이전을 다루는 “전기,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와 이후를 다루는 “전기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가 그 구성입니다. 참여 작가는 교각들, 김우진, 박예나, 송예환, 업체eobchae인데요. 미디어 아트를 필드로 전기라는 자원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들이죠.

@seoulmuseumofart

@seoulmuseumofart

지난 15일 진행된 교육프로그램 '작가와의 대화' 방식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관람객들은 불을 다 꺼버린 북서울시립미술관 안에서, 작은 램프에만 의지해 전시실을 돌았습니다. 작품 앞에 방석을 깔고 그 옆에는 램프를 둔 채 작가와 마주 앉아 작품의 기획 배경, 제작 과정을 들었고요.


송예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 작업 'The Whirpool'과 새로운 작업 '전기의 소수자들'을 각각 천장과 바닥에 설치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직접 태양광 패널을 들고 거리를 돌며 에너지를 채집했다는 이야기를 전했어요. 무려 두 달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기대한 전기량의 10분의 1 밖에 모을 수 없었다고 했죠. 이를 통해 자신의 작품 가동에 드는 전기량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seoulmuseumofart

@seoulmuseumofart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 업체 eobchae는 '롤라 롤즈'를 통해 가용 자원이 모두 소진된 '포스트 석유 시대'의 풍경을 영상으로 제시합니다. 인류의 신체적 진화를 중심에 두었으며, 그 진화는 결코 아름답지 못할 것이라 말합니다. 스스로의 몸을 신종 박테리아에 감염시켜 스스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신인류 롤라(ROLA)가 되는 것이 그 진화의 방법이죠. 롤라는 손과 발 대신 바퀴를 가지며, 개별성을 잃은 채 서로 구별되지 않습니다. 롤라가 되는 수술을 기다리는 R의 두려움은 강렬한 이미지의 연속으로 보여집니다. 그들이 제시한 미래는 과장된 상상처럼 보이지만 아주 불가능한 미래가 아니라는 점에서 유쾌함과 함께 묵직한 경각심을 남기는군요.

@seoulmuseumofart

@seoulmuseumofart


전시관 출구 앞에는 전시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그리고 앞으로 사용될 전력량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전시 역시 전기에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메타적 장치죠. 미디어 아티스트가 전하는 전기에 대한 새로운 단상 혹은 보고서, <일렉트릭 쇼크>는 오는 22일까지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관람 가능합니다. 더불어 열려있는 담론의 장, 북서울시립미술관의 향후 프로그램들도 주목해 볼 만 합니다.


관련기사

Credit

  • 어시스턴트 에디터 박성희
  • 사진 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