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로 돌아온 수퍼비의 '국힙 침체기' 극복법
악동에서 수장으로, 수장에서 초심자로. 수퍼비는 다시 위험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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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힙합 신에서 가장 극적인 서사를 가진 래퍼의 이름을 묻는다면 수퍼비를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Mnet <쇼 미 더 머니>에 혜성처럼 등장해 거침없는 에너지로 악동을 자처한 그는, 이제 힙합 레이블 ‘영앤리치 레코즈’의 수장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경영자로서 내실을 다져온 그가 이번엔 본업인 플레이어의 모습으로 귀환한다. 늘 랩으로서 이야기해온 수퍼비의 새 싱글 'Came Back to Seoul'이 오늘 베일을 벗었다.
한국 힙합 신을 대표하는 허슬러로 꼽히는데, 이번 앨범은 어떤 테마를 담고 있나요?
이번 싱글은 제가 좋아했고, 또 대중이 열광했던 수퍼비의 야생성을 다시금 깨우는 작업물입니다. 저의 오리지널리티는 거침없는 가사와 플로우로 대표된다고 생각해요. 'Came Back to Seoul'은 그걸 되찾으면서 저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앨범이고요. 이번 싱글을 기점으로 매달 꾸준히 결과물을 내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번 앨범의 킬링 파트나 리스너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트랙이 있다면요.
3곡이 수록된 짧은 호흡의 앨범이라 전체를 쭉 들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3번 트랙 'Baby Mama'는 '수퍼비' 하면 떠오르는 빠른 래핑과 달리 보컬이 돋보이는 곡이에요. 누군가에겐 낯설게, 누군가에겐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트랙이죠. 대중의 반응이 궁금해져요.
과거 한국 힙합 신에서 플렉스의 상징과도 같았던 수퍼비가 'Love, Rap & Life' 앨범 수록곡인 ‘씨부리지마’ 트랙에서 "Flex is over"라고 선언했습니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가요?
노골적인 과시의 시대는 끝났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꽤 오랫동안 외제차, 화려한 시계 같은 것들을 보여주는 삶을 살아봤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진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오히려 돈을 숨긴다는 걸 깨달았어요. 요즘 SNS 속 물질을 과시하는 문화는 때로 진짜 멋을 깎아내리기도 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진짜 멋있는 건 눈에 보이는 치장이 아니라, 그 사람의 본질이니까요.
한국 힙합이 침체기에 빠졌다는 얘기도 많이 들려요. 신의 중심에 있는 아티스트로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나요?
완전한 침체기라기보다는, 랩으로 쉽게 돈 벌던 시대가 끝난 거라고 봐요. 예전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어느 정도만 성과를 내면 꽤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파이가 있었어요. 정원이 100명이었다면 지금은 30명으로 확 줄어든 느낌이죠. 경기 침체와 맞물려 예술 산업 전반이 겪는 뼈아픈 재편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정말 압도적으로 잘하거나,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가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진짜 서바이벌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신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래퍼들에게 필요한 태도는 무엇일까요?
많은 래퍼의 서사가 비슷하다는 점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뮤직비디오에서는 빌린 외제차를 타고 이미 크게 성공한 척을 하죠. 저는 과감하게 반대로 해봤으면 해요. 가령 그냥 버스정류장에서 뮤직비디오를 찍는 거예요. 대신 '나는 지금 버스 타지만, 당당하게 내 랩을 할 거고 결국 내 드림카를 살 거다'라는 태도를 드러내는 거죠. 그게 대중이 가장 응원하고 싶어 하는 '진짜 밑바닥부터의 성공 스토리' 아닐까요.
로얄44 등 소속 아티스트들이 Mnet <쇼 미 더 머니>에서 현재 맹활약 중이죠. CEO로서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을 이끌어오며 배운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플레이어로 뛸 때와는 완전히 다르죠. 각기 다른 성향과 장점을 가진 친구들을 보며 '무엇을 제일 잘 하고, 대중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지' 그 소구점을 찾아주는 역할을 고민했어요. 때로는 제 의도가 왜곡되어 서운한 순간도 있었고,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된 친구들도 있죠. 하지만 회사를 차리고 책임지는 자리에 서 본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입니다. 제가 그들을 품었다기보다는, 그들과 부딪히고 성장하며 저 역시 진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웠으니까요.
2015년 데뷔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20대의 수퍼비와 지금의 수퍼비는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나요?
가장 크게 변한 건 '다시 예전처럼 살아보자'라는 깨달음이 생겼다는 거예요. 성공하고 나서 삶이 많이 여유로워졌고, 예전만큼 위험을 감수하며 살 필요가 없어졌었죠. 그런데 우주의 시야로, 아주 멀리서 지금의 저와 10년 전의 저를 비교해 보니 그 차이가 미미하더라고요. 아직 제가 이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잃을 게 없었던 그 시절의 수퍼비처럼, 다시 한번 모험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삶을 살아보려 합니다. 그게 훨씬 재미있을 것 같거든요.
마지막으로 수퍼비와 함께 나이 들며 성장해 온 팬들에게, 그리고 먼 훗날 대중에게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나요?
먼저 근 3년간 음악 작업 프로그램보다 다른 것들을 더 많이 켜며 팬분들을 자주 찾아뵙지 못한 점을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리고 싶어요. 먼 훗날 대중이 저를 떠올렸을 때, '수퍼비는 정말 힙합이라는 문화에 진심이었다'라고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벼운 코미디나 밈으로 소비되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음악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타협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 진심을 앞으로 보여드릴 수많은 작업물로 묵묵히 증명해 내겠습니다.
Credit
- 글 이채은
- 사진 및 그래픽 이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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