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문화가 응축된 수저 세트의 비밀
한국의 식탁 문화와 장인 정신을 토대로 현대적인 수저 세트를 만드는 커트러리 브랜드 '호랑'. 이름처럼 정갈하고 단단한 존재감에 숨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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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은 이름처럼 정갈하면서 단단한 존재감을 지닌 커트러리 브랜드. 2020년에 론칭한 이후 한국의 식탁 문화를 토대로 장인 정신과 현대적 감각을 연결해 왔다. 브랜드를 이끄는 배용희 대표의 시선은 오브제 하나에도 서사를 부여하며, 쓰임과 미학의 경계를 동시에 확장한다.
유려하고 이음매 없는 곡선 형태의 호랑 매트 에디션.
박홍구 작가의 작품을 카운터에 적용한 호랑 서촌 플래그십 스토어.
호랑의 대표 수저 세트.
호랑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해외 빈티지 오브제와 공예품을 소개하는 편집 숍 ‘파운드오브제’를 운영하던 중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우리는 해외 물건만 소개하고 있는가?’였다. 한국에도 뛰어난 기술과 노하우를 지닌 이가 많지만, 충분히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금속 표면 처리 명장인 아버지의 소개로 40년 가까이 칼과 커트러리를 제작해 온 장인들을 만나게 됐다. 두 분야 모두 한때는 활황이었으나 수입 제품에 밀려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술력은 충분한데 브랜딩의 부재로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웠고, 숨은 가치를 다시 알리기 위해 호랑을 시작했다.
‘일상을 위한 조각을 만든다’를 모토로 한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남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다. 조각은 사람의 손으로 빚어져 수십, 수백 년이 지나도 형태와 그에 담긴 애정이 함께 보존되는 예술이다. 호랑이 지향하는 물건 역시 그렇다.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오래 곁에 두고 사용할수록 애정이 쌓이는 존재 말이다.
커트러리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커트러리는 매일 쓰이는 물건이자 가장 기본적 생활 도구인 만큼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디자인 과정에서도 새로움을 드러내기보다 이 물건이 이런 형태여야 하는지 그 본질적 이유를 끊임없이 되짚는다. 아름다움과 실용성, 두 가지를 동시에 담고자 한다.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어떤 기준을 두고 있나
개인적으로 동양적 감각을 지닌 서양 조각가의 작업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브랑쿠시나 이사무 노구치의 조각처럼 최소한의 형태로 깊은 밀도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또 우리 제품은 가능하면 많은 공정을 사람의 손으로 작업하고 있다. 손으로 만든 물건에는 만든 이의 시간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런 과정이 쌓일수록 물건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고유한 존재감을 갖게 된다.
한옥의 미감과 조화를 이루는 호랑의 커트러리 컬렉션. 서랍을 열면 태블릿을 통해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커트러리 브랜드 호랑의 배용희 대표.
커트러리와 식탁의 바닥면이 닿지 않도록 디자인해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하고 단정한 식사 풍경을 완성한다.
대표 컬렉션을 소개한다면
호랑 수저 세트다. 우리 선조들은 그릇을 들고 먹지 않고, 테이블 위에 둔 채 수저로 식사해 왔다. 그 문화가 응축된 도구가 수저다. 그릇을 들고 먹는 일본의 식문화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적절한 무게감이 있어야 사용이 편하고, 식사 흐름도 자연스럽다. 이런 문화적 맥락을 가장 충실히 반영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실버, 골드, 블랙. 단 세 가지 컬러만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호랑의 컬러는 국내 유일 금속 표면 처리 명장의 기술로 완성된다. 덕분에 다른 브랜드에서는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깊고 단단한 골드와 블랙 컬러가 가능하다. 컬러 구성 역시 단순하게 가져가고 싶었다. 과한 기교 없이, 일체형과 가장 잘 어울리는 최소한의 컬러만 남기고 싶었다.
커트러리 제작 프로세스는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하는 데 짧게는 9개월, 길게는 2년까지 걸린다. 가볍게 접근하고 싶지 않아 항상 여러 차례의 샘플 제작과 수정 과정을 거친다. 먼저 내가 스케치하면 장인들이 이를 검토하고 의견을 더한다. 그 과정을 반복하며 형태를 다듬어 최종 디자인에 이른다. 이후 양산 단계에서도 가능하면 많은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 ‘호랑 서촌’은 어떤 공간인가
브랜드가 이야기하고 싶은 철학을 온전히 담은 첫 쇼룸이자 전시 공간이다. 손길이 깃든 물건이 지닌 힘과 서촌의 장소성을 함께 보여주려 한다. 무엇보다 한옥이 지닌 모던함과 고유한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스테인리스를 활용해 리빙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해 보고 싶다. 또 브랜드 론칭 이후 약 3개월 단위로 열어온 전시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 김영은 작가와 함께 침선에서 영감받은 누비 작업을 전시했고, 협업 패키지도 함께 선보인 적 있다. 향후에도 다양한 한국 작가와 새로운 커트러리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며, 일본 시장을 위한 익스클루시브 제품도 준비 중이다.
Credit
- 에디터 길보경
- 아트 디자이너 김진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려은
- COURTESY OF HO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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