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숲뷰로 소문난 낙원을 찾으신다면
도시에서 금방 닿습니다. 지친 당신을 위해 여름 초입에서 발견한 낙원을 기꺼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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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천천히 비워지는 곳, 앳모스피어 스테이
남양주 서종면의 번화한 길을 지나 좀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도시의 기척이 점점 옅어진다. 창밖으로는 숲과 낮은 주택이 이어지고, 축령산 아래로 갈수록 주변은 고요해진다. 앳모스피어 스테이는 그 조용한 풍경 한가운데 있다. 스테이 이름은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의 저서 <앳모스피어 Atmospheres>에서 가져왔다. 그는 ‘좋은 건축이란 형태보다 분위기로 기억된다’고 주창한 바 있다. 빛의 온도와 공기의 밀도, 재료의 질감, 소리와 침묵 같은 감각이 사람의 몸에 먼저 닿는다는 뜻이다.
그랜드 피아노와 고성능 음향이 설치된 뮤직 홀.
콘크리트와 목조, 동양적인 조명이 어우러진 실내 공간.
앳모스피어 역시 그런 감각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객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통창 너머의 숲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는 콘크리트와 목재 중심으로 단정하게 정리돼 있다. 불필요한 장식이 거의 없는 만큼 자연스럽게 바깥 풍경을 오래 응시하게 된다. 욕실의 미관 역시 인상적이다. 나무 미닫이문을 열면 푸른빛으로 채운 공간이 이어지고, 천창 아래 놓인 욕조로 햇빛이 깊게 떨어진다.
하늘이 열리는 천장 아래 있는 대형 욕조. 낮에는 자연광을, 밤에는 별빛을 담아낸다.
앳모스피어의 중심은 별도로 운영되는 뮤직 홀이다. 그랜드 피아노와 LP, 싱잉볼이 언제든 당신을 기다리니 음악 감상과 연주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객실이 세 개뿐이라 공간 전체가 조용하게 유지된다. 이 곳이 특별한 이유는 무언가를 계속 보여주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빛과 숲, 음악과 침묵처럼 곁에 있지만 놓쳤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atmosphere_kr
녹음을 액자처럼 담아낸 공간, 스멜츠
경기도 광주에 있는 스멜츠는 숲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카페다. 야트막한 산의 경사면 옆에 건물이 붙어 있고, 2층 벽면 대부분이 통창이다. 자리에 앉는 순간 시야는 온통 초록으로 채워진다. 창밖의 나무는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자리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잎사귀의 흔들림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실내에 앉아 있어도 숲속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특히 초여름 풍경이 인상적이다. 연둣빛을 지나 짙어지기 시작한 녹음은 밀도가 다르다. 햇빛은 잎사귀 사이를 천천히 통과하고, 나무 그림자는 유리창 너머 바닥 위로 길게 번진다. 계절이 가장 푸르게 차오르는 순간을 오래 붙잡아두는 공간이다.
카페 2층에서 바라본 숲속 통창 뷰. 넓은 창문 앞에 여유로운 착석 공간이 있다.
스멜츠는 독일식 식음료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피스타치오 크림 라테와 독일 최고급 달마이어 원두를 활용한 프로도모 커피, 와일드베리 과일 차와 캐러멜 루이보스 허브 차 같은 메뉴도 인기가 많다. 디저트로는 독일 럭셔리 케이크 브랜드 ‘팔츠그라프’의 딸기 타르트가 눈과 입을 붙든다. 얇고 단단한 타르트 시트 위에 크림과 붉은 딸기가 가지런히 올라가 있는데, 그 붉음이 창밖을 가득 채운 초록과 잘 어울린다.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고개를 들면 나무 사이로 빛이 흔들린다. 저녁이 되면 숲은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경사면을 향해 비춘 조명 덕에 여름밤의 나무들은 어둠속에서도 선명한 윤곽을 드러내고, 빛을 받은 잎사귀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떠오른다.
@smeltz_official
풍경 사이에 머무는 예술, 이함캠퍼스
양평 남한강변 안쪽에 자리한 약 1만 평 규모의 이함캠퍼스는 미술관과 정원, 카페와 다목적 홀이 이어진 복합문화공간이다. 노출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물길과 중정이 이어지고, 전시장 곳곳에 틈처럼 창이 나 있다. 덕분에 작품을 감상하다가도 자연스럽게 바깥 풍경으로 시선이 쏠린다.
미술관 맞은편에 자리한 카페. 통창으로 주변 풍경이 들어온다.
이함캠퍼스 미술관 외관.
이함캠퍼스는 2022년에 문을 열었지만 건물은 20여 년 전에 완공됐다. 설계는 건축가 김개천이 맡았고 공사 역시 빠르게 끝났지만 오황택 이사장은 이 공간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 시간 동안 노출 콘크리트 외벽은 자연스럽게 변색과 균열이 생겼고, 건물 사이로 풀과 나무가 자라났다. 새 건물 특유의 매끈함 대신 시간이 스며든 풍경이 공간 분위기를 만들게 된 셈.
40여 년간 단추 회사 ‘두양’을 운영해 온 이사장은 사람들이 좋은 예술과 문화를 경험하며 안목을 넓히길 바랐다. ‘이함(以函)’은 ‘빈 상자’를 뜻한다.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의미다. 여기에 구글이나 애플 같은 IT 기업 사옥에 사용되던 ‘캠퍼스’라는 개념을 더해, 누구나 예술과 교육,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가에타노 페세 가구전의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 의자 시리즈.
현재 이함캠퍼스에서는 가에타노 페세 가구전 <Different is Beautiful>이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 가에타노 페세는 가구와 건축,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디자인계에 큰 영향을 남긴 인물이다. 대표작 ‘UP5’를 비롯한 작품이 전시되며, 상당수는 이사장이 직접 수집한 컬렉션이다. 전시장 반대편에는 가에타노 페세 관련 서적과 양장본, 디자인 굿즈 등을 판매하는 스토어도 운영 중이다.
@ehamcampus
Credit
- 에디터 박찬
- 사진가 표기식
- 아트 디자이너 이아람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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