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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올가을엔 바지를 '여기'까지 내려입는대요

로우 웨이스트는 옛말! 올가을을 덮칠 드롭 웨이스트의 모든 것.

프로필 by 박지우 2026.08.13
샤넬 2026 F/W 컬렉션

샤넬 2026 F/W 컬렉션

점점 더 내려가는 허리선

올가을 옷을 입을 때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곳은 의외로 허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허리선보다 한참 아래, 거의 골반 가까이 뚝 떨어진 ‘드롭 웨이스트' 실루엣이 패션계의 새로운 주자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드레스와 스커트, 가운부터 가죽 팬츠와 점프수트까지 다양한 아이템의 허리선이 과감하게 아래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2000년대식 로우라이즈 팬츠를 다시 꺼내 입는 것과는 다르죠.


드롭 웨이스트의 핵심은 말 그대로 허리선을 본래의 위치보다 낮추는 데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허리에서 골반, 더 나아가 허벅지 위쪽까지 실루엣을 길게 늘어뜨리는 것이 특징이죠. 이처럼 허리선을 낮추면 상체와 하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몸의 비율이 한층 길고 느슨해 보이는 효과가 생깁니다. 여기에 벨트나 주얼리, 가방 같은 액세서리를 더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까지 생기니 스타일링의 재미도 배가됩니다.


호다코바 2026 S/S 컬렉션

호다코바 2026 S/S 컬렉션

100년 전에도 허리선은 낮았어요

사실 드롭 웨이스트는 완전히 새로운 실루엣이 아닙니다. 패션은 돌고 돌며, 2026년의 아르데코 르네상스와 맞물려 약 100년 전의 실루엣이 다시 소환되고 있는 셈이죠.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현대적인 드롭 웨이스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20년대입니다. 당시 플래퍼와 디자이너들은 여성복의 기존 규칙을 과감하게 뒤흔들었습니다.


코코 샤넬을 비롯해 잔 랑방, 폴 푸아레 같은 디자이너들은 스커트와 드레스를 한층 느슨하게 만들고, 전체적인 실루엣을 곧고 길게 정돈했으며, 헴라인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허리선을 골반 쪽으로 낮췄습니다. 지금 보면 그저 독특한 비율의 옷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움직임에 가까웠죠.


토리 버치 2027 리조트 컬렉션

토리 버치 2027 리조트 컬렉션

코르셋에서 벗어난 여자들

1920년대의 드롭 웨이스트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유행하는 실루엣이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에드워드 시대와 빅토리아 시대를 지배했던 코르셋과 잘록한 모래시계형 몸매에서 여성을 해방시키는 상징적인 옷이었기 때문이죠. 몸을 조이고 허리를 강조하는 대신, 움직이고 춤출 수 있는 편안하고 현대적인 옷을 선택한 것입니다. 패션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해방을 드러낸 셈이죠.


2026 F/W 시즌 런웨이에 등장한 드롭 웨이스트 역시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수많은 디자이너가 같은 시즌에 이 실루엣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죠. 토리 버치는 밝고 작은 플래퍼풍 드레스로 가득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혼란과 절망의 시대에도 무엇이 지속되는지를 탐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사와 실용성에서 출발한 클래식을 각자의 이야기와 경험으로 개인화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드리스 반 노튼 2026 F/W 컬렉션

드리스 반 노튼 2026 F/W 컬렉션

샤넬도 참고했어요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는 1920년대의 실루엣을 직접적으로 참고했고, 드리스 반 노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안 클라우스너 역시 컬렉션을 통해 노스탤지어의 개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호다코바의 2026년 봄·여름 컬렉션부터 샤넬과 드리스 반 노튼의 2026 S/S 컬렉션까지, 드롭 웨이스트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며 런웨이를 장악했죠.


그렇다고 이 트렌드를 따라 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로운 옷을 장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드롭 웨이스트의 매력은 지금 가지고 있는 옷으로도 충분히 실험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런웨이에서 마르니와 샤넬이 보여준 것처럼 벨트 하나만 제대로 활용해도 허리선을 훨씬 아래로 이동시킬 수 있죠.


마르니 2026 F/W 컬렉션

마르니 2026 F/W 컬렉션

벨트 하나면 충분합니다

마르니는 베이지색 버블 미니스커트에 두 줄의 벨트 고리를 적용하고, 그중 아래쪽에 두꺼운 벨트를 둘러 독특한 비율을 만들었습니다. 스커트의 허리 부분을 강조하는 대신 골반 쪽에 시선을 머물게 해 룩 전체에 과감한 포인트를 더한 방식이죠. 샤넬 역시 오버사이즈 드레스에 벨트를 아주 낮게, 거의 허벅지 위쪽에 가까운 위치에 둘러 마치 허리선이 극단적으로 낮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듯한 효과를 연출했습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스커트나 드레스 위에 존재감 있는 벨트를 골반에 느슨하게 둘러보세요. 매일 손이 가는 클래식한 가죽 벨트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기에 빈티지한 분위기를 더하고 싶다면 1980년대풍 오버사이즈 블레이저나 매끈한 Y2K 스타일의 미니 백, 여러 겹으로 레이어드한 골드 체인까지 더해보는 것도 좋죠. 조금 더 과감한 스타일링을 원한다면 스커트나 드레스 위로 긴 톱을 겹쳐 입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의가 허리선을 자연스럽게 덮으면서 몸의 중심이 아래로 이동해 보이는 효과를 만들기 때문이죠. 꼭 런웨이와 똑같은 드롭 웨이스트 아이템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샤넬 2026 F/W 컬렉션

샤넬 2026 F/W 컬렉션

익숙함을 거부하는 실루엣

최근 빈티지앤티크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2026년에 드롭 웨이스트가 다시 등장한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과거의 실루엣을 그대로 복원하는 대신 지금의 감각으로 비틀고 재해석하는 흐름 속에서, 100년 전의 낮은 허리선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죠. 무엇보다 지금의 드롭 웨이스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옷차림이 반복되는 현실의 거리에서 한눈에 봐도 낯설고 새로운 비율을 만들어내죠. 전통적인 옷 입기의 규칙을 살짝 거스르는 동시에, 몸을 조이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 1920년대의 철학까지 품고 있습니다.


그러니 올가을에는 익숙한 로우라이즈 진에만 머물 필요가 없습니다. 허리선을 조금 더 과감하게 아래로 내려보세요. 기묘할 만큼 낮은 허리선의 드레스와 스커트, 점프수트가 오히려 지금 가장 새로운 실루엣이 될 테니까요. 올가을 패션의 공식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허리를 강조하는 대신, 허리에서 조금 멀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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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KRISTEN BATEMAN
  • 사진 Launchmetrics Spot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