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설마 가을옷 쇼핑하는데 '이 트렌드'도 모르는 건 아니죠?

뉴욕 패피들은 이미 다 쟁였다는 올가을 핵심 패션 아이템 5가지.

프로필 by 박지우 2026.09.21

올가을엔 옷을 고를 때 규칙을 조금 내려놓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세요. 2027 봄·여름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바로 그 즐거움이 런웨이 곳곳에서 포착됐죠. 셔츠 소매 끝은 과감할 정도로 커졌고, 스카프는 허리를 감싸는 벨트가 됐으며, 턱시도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커머번드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됐습니다. 여기에 걸을 때마다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프린지, 1960년대의 모드 실루엣, 선명하고 대담한 컬러까지 더해지며 한층 장난기 넘치는 시즌이 완성됐습니다.


이번 시즌의 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은 토리 버치가 컬렉션을 통해 이야기한 ‘옷을 입는 즐거움’일지도 모릅니다. 잘 차려입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옷을 가지고 놀고, 익숙한 아이템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변주하는 태도가 두드러졌으니까요. 그렇다면 이번 뉴욕 패션위크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봄·여름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본격적인 가을 옷 쇼핑에 나서기 전에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다섯 가지 키워드를 소개합니다.


1960년대의 미니멀한 반항

캐롤리나 헤레라 2027 S/S 컬렉션

캐롤리나 헤레라 2027 S/S 컬렉션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는 1960년대의 흔적이 유난히 선명했습니다. 마이클 코어스부터 LII의 자네 리까지 여러 디자이너가 당시의 경쾌하고 반항적인 분위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냈죠. 특히 눈에 띈 건 짧아진 길이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실루엣입니다. LII는 마이크로 미니 드레스를 중심으로 60년대 특유의 장난스러운 무드를 표현했습니다. 선명한 원색을 서로 맞부딪치는 컬러 블로킹과 예상하지 못한 위치에 더한 패널 디테일이 단순한 미니 드레스에 확실한 존재감을 부여했죠. 짧다는 사실만으로 끝나는 미니가 아니라, 컬러와 구조적인 디테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대적인 분위기를 새롭게 가져온 것이 특징입니다.


캐롤리나 헤레라에서는 웨스 고든이 조금 더 특별한 방식으로 모드 무드를 끌어왔습니다. 캐롤리나 헤레라 본인의 앤디 워홀 초상화를 드레스에 활용해 일종의 스윙 드레스로 재해석한 것이죠. 여기에 텍스처와 자수를 더해 움직임을 강조하면서 평면적인 프린트 이상의 입체적인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장코프 역시 비슷한 방향의 실루엣을 선보였습니다. 보라색과 강렬한 원색의 그린을 사용한 넉넉하고 형태가 비교적 자유로운 시프트 드레스가 대표적이었죠. 특히 선명한 그린은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색 중 하나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허리 위 새로운 공식

잔코브 2027 S/S 컬렉션

잔코브 2027 S/S 컬렉션

이번 시즌에는 허리를 장식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이미 새로운 ‘잇 벨트’로 떠오른 커머번드는 여전히 건재했지만, 여기에 보다 가볍고 자유로운 대안이 등장했죠. 바로 스카프 벨트입니다. 커머번드가 포멀한 테일러링과 연결된 액세서리라면 스카프 벨트는 훨씬 느슨하고 보헤미안적인 인상을 줍니다. 별도의 벨트를 더하는 대신 길고 가벼운 스카프를 허리에 둘러 묶는 방식이라 스타일링에 따라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칼마이어에서는 커머번드가 이번 시즌의 새로운 벨트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반면 장코프는 디스코 무드가 느껴지는 스카프 벨트를 선보이며 한층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했죠. 랄프 로렌에서는 프린지가 달린 스카프를 허리에 둘러 움직임까지 더했습니다. 정교하게 완성한 룩에 스카프 하나를 허리에 둘렀을 뿐인데 전체적인 인상이 훨씬 자연스럽고 여유로워지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번 시즌 벨트는 단순히 허리를 조이는 기능적인 액세서리라기보다 룩에 움직임과 태도를 더하는 스타일링 아이템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죠.


걸을 때마다 살랑살랑

칼 마이어 2027 S/S 컬렉션

칼 마이어 2027 S/S 컬렉션

봄은 소재와 텍스처를 실험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뉴욕 디자이너들은 이번 시즌 그 가능성을 프린지로 풀어냈죠. 가만히 서 있을 때보다 움직일 때 더욱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디테일인 만큼, 런웨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었습니다. 칼마이어에서는 아름답게 짜인 니트 드레스에 프린지를 더하고, 여기에 큼직한 클러치까지 함께 매치했습니다. 의상과 액세서리 모두에 움직임을 부여하면서 하나의 룩 안에서 텍스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성이 돋보였죠.


심카이와 TWP 역시 프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몽세에서는 로라 킴과 페르난도 가르시아가 그리스풍의 프린지 톱과 밑단이 갈라진 스커트를 조합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실루엣이 달라지는 룩을 선보였죠. 프린지는 단순히 보헤미안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장식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니트, 드레스, 톱, 액세서리 등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되면서 옷의 움직임 자체를 디자인하는 요소로 활용됐습니다. 정적인 룩에 작은 움직임을 더하고 싶다면 이번 시즌 가장 눈여겨봐야 할 디테일 중 하나입니다.


셔츠 소매 끝에 힘을 주면

알투자라 2027 S/S 컬렉션

알투자라 2027 S/S 컬렉션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익숙한 기본 아이템을 아주 조금 다르게 만드는 스타일링도 중요한 흐름으로 등장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은 셔츠 커프스를 과장하는 것이었죠. 평범한 드레스 셔츠의 소매 끝을 크게 만들거나 바깥으로 접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전체적인 실루엣에 확실한 변화가 생깁니다. 특히 남성복에서 가져온 듯한 셔츠를 활용해 여성적인 룩에 구조적인 긴장감을 더하는 방식이 여러 컬렉션에서 반복됐죠.


아터시, Fforme, 알투자라에서는 이 스타일링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가죽 재킷 아래에서 셔츠 커프스를 밖으로 뒤집어 보이게 하거나,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 커다란 커프스 자체를 룩의 중심으로 활용했죠. 새로운 옷을 사지 않고도 기존 옷장에서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평범한 화이트 셔츠를 재킷 아래에 입고 소매 끝을 길게 빼거나, 커프스가 넓은 셔츠 하나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시즌 뉴욕 런웨이의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가져올 수 있겠죠.


프린트는 다다익선

프로엔자 스쿨러 2027 S/S 컬렉션

프로엔자 스쿨러 2027 S/S 컬렉션

마지막 키워드는 이번 시즌 가장 유쾌한 스타일링 트렌드 중 하나인 ‘프린트맥싱(Printmaxxing)’입니다. 이름 그대로 하나의 프린트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패턴과 컬러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죠. 프로엔자 스쿨러,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토리 버치의 런웨이에서는 다채로운 패턴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애니멀 프린트 위에 또 다른 애니멀 프린트를 겹치는 과감한 스타일링부터 캔디처럼 선명한 컬러의 브르통 스트라이프를 여러 겹 쌓는 방식까지, ‘적당히’라는 기준에서 한 발짝 벗어난 룩이 눈에 띄었죠.


특히 이번 시즌의 프린트는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패턴과 컬러를 어떻게 충돌시키고 조합하느냐가 핵심이죠. 하나의 패턴을 포인트로 사용하는 대신 여러 패턴을 한꺼번에 겹쳐 입으면서 오히려 전체적인 룩에 리듬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요즘 패션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룩스맥싱(looksmaxing)’이라는 표현을 떠올린다면, 이번 시즌의 ‘프린트맥싱’ 역시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계산된 스타일링보다 조금은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태도입니다. 이번 뉴욕 패션위크가 보여준 것처럼 올가을 트렌드는 잘 입는 것만큼 재미있게 입는 데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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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MATTHEW VELASCO
  • 사진 Launchmetrics Spot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