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구옥에 담긴 새로운 가족의 시간, 연희동 ‘햇가집’
3대의 시간을 품은 오래된 양옥에 네 식구의 새로운 일상을 더한 연희동 ‘햇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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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록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홍새아입니다.
저는 제품 디자이너로 오랜 시간을 살아왔고,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집과 인테리어, 정원,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그리고 계절이 바뀌며 달라지는 평범한 하루를 사진과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많이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아왔던 지난 집들도 애정을 가지지 않았던 적이 없어요. 집 곳곳이나 동네 어귀에 좋아하는 곳과 순간들을 만들고, 마음 깊이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쌓여 취향이 되고, 소중히했던 어떤 것들로부터 흘러흘러 지금의 집으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줄곧 하게 돼요.
기록을 하다 보니 순간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게 되었고, 공간도 시간을 담아내는 하나의 기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공간을 예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다가 이제는 그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가 더 중요해졌어요. 손때가 타고 시간이 쌓일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집을 좋아하게 되었고요.
식물을 돌보고, 계절을 느끼며 산책하고, 집을 조금씩 가꿔 나가는 시간을 좋아해요.
빠르게 무언가를 완성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전진해오던 삶을 지향했던 적도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기도 하다만요. 치열했던 20대를 거쳐 30대를 지나 4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차츰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조금은 내려놓고, 천천히 채워가는 삶에 대한 가치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첫째 딸 하율과 유년기를 보내고 있는 둘째 딸 시하를 키우고 있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아름다운 시기라는 생각을 해요. 햇가집에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오래도록 꺼내어 볼 수 있는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가고 싶어요.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연희동 단독주택에서 거주한 지 7개월 정도 되었어요. 2월 중순, 늦겨울에 이사 와 봄과 여름을 보내고 이제는 이 집에서 처음 맞이할 가을을 기다리고 있어요. 저를 포함해 남편, 13살 첫째 딸, 6살 둘째 딸까지 네 식구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아파트 전세로만 쭉 거주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우리의 첫 집은 어떤 형태면 좋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어릴 때는 단지 내에 차량이 다니지 않는 신축 아파트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조금 더 다양한 형태의 주거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단독주택을 오래도록 꿈꿔왔던 것은 아닌데,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가득한 햇살에 반했고, 첫 임장이었던 이 집에 사랑에 빠져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우리의 '햇가집'이 되었답니다. 햇살 가득한 집의 줄임말이에요.
이 동네는 조용하고 한적한, 여유로운 분위기가 늘 있는 것 같아요. 서울이지만 시골 같은 느긋함이 있고, 조금만 나가면 재미있는 공간들이 많아 잔잔하면서도 흥미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저는 육아에서도 '독립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이 집도 크지는 않지만 공간마다 각자의 역할과 독립성이 있다고 느껴요. 사용성에 따라 공간을 분리하고, 그 안에 저희 가족의 취향을 담다 보니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주로 2층에서 시간을 보내고, 남편과 저는 1층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같은 집 안에서도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감이 생겨요. 그러다 궁금해서 2층에 올라가 보면 둘이 너무 잘 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요. 그런 시간이 저희 가족에게는 참 자연스럽고 편안한 일상이 되었어요.
또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처음으로 정원을 갖게 되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세계가 열린 기분이 들었어요. 계절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식물을 돌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면서, 집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어요.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처음 계획했던 모습과 지금은 얼마나 닮아 있는지?
처음 계획했던 모습, 그 이상으로 구현된 것 같아요. 집이 완성되고 입주했을 때, 이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했던 모든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말했었는데요.
저희 집은 50년도 더 된 1970년대 양옥 주택이에요. 그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이었습니다. 외관과 내부 모두 한 번도 수리한 적이 없고, 주인이 바뀐 적도 없던 집이었어요. 심지어 샷시도 나무 샷시였으니 말 다 했죠..!
처음 이 집을 봤을 때 오히려 그런 점들이 저에게는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한 가족의 역사가 3대에 걸쳐 담긴 집이라는 사실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남편은 햇가집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인형의 집' 같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직사각형 구조로, 앞에서 보면 한 칸에 방 하나씩 배치된 형태의 집인데, 2층 계단 바로 옆방에는 붙박이장이 있었고 그 안에는 사다리가 하나 숨어 있었어요. 사다리를 올라가면 아주 작은 다락 공간이 나왔는데, 오래 사용하지 않아 짐만 쌓여 있었고 불도 켜지지 않는 공간이었어요.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잔금을 치르기 직전에 발견한 누수였어요. 2층 가장 안쪽 방부터 누수가 발생했고, 다락 바닥까지 젖어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지붕을 전면 교체하게 되었어요. 이후 철거 과정에서 누수가 생겼던 천장을 모두 뜯어냈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가장 큰 발견을 하게 됐어요.
오래된 목구조의 박공 지붕이 그대로 드러난 거예요. 장엄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 모습을 처음 봤을 때의 감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막상 천장을 걷어내 보니 2층 바닥에서 박공의 가장 높은 지점까지 천고가 6m 가까이 나왔고, 저희는 그 구조를 그대로 살리기로 결정했어요. 그 순간부터 리모델링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바뀌었어요.
그래서 2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만들기로 했고, 또 하나의 고민은 2층 천장을 모두 막아 3층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오픈 다락 형태로 만들어 개방감을 살릴 것인지였어요.
의견은 많이 갈렸지만, 저는 이 집 구조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오픈 다락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오픈 다락 구조로 진행했고, 지금은 2층 복도에서 3층 끝까지 이어지는 높은 천장을 느낄 수 있는 점이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이 되었어요.
구옥을 리모델링하는 매력은 바로 이런 부분인 것 같아요. 원래 가지고 있던 요소를 최대한 살려 새집에서는 쉽게 만들 수 없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크고 작은 선택들이 하나씩 모여 결국 이 집만의 새로운 모습이 완성되는 과정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느꼈어요.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저희 집은 '햇살가득한집'이라는 이름처럼 채광이 정말 좋은 남동향의 집이에요.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하루 종일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비가 오는 흐린 날에도 조명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밝아요. 그래서 리모델링을 하면서도 이 집이 가진 햇살만큼은 절대 해치고 싶지 않았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풍경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햇살이거든요.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작은 공간이지만 확실한 구분'이었어요. 햇가집은 정면에서 보면 커 보이지만 옆면은 폭이 좁은, 앞에서도 말씀드렸던 '인형의 집'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외부 공간을 제외하면 1층, 2층, 3층을 모두 합쳐도 30평형대인 작은 단독주택이에요.
아파트에 살 때는 흔히 '국민평형'이라고 하는 84㎡에 거주했는데, 지금은 거실과 주방을 비롯한 모든 공간이 확실히 작아졌어요. 넓은 면적을 반으로 나눠 위로 쌓아 올린 형태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여백은 줄어들었지만, 작은 공간 안에서도 사용성에 따라 공간을 확실하게 나누고 각자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이 고민했어요.
1층은 저와 남편이, 2층은 두 딸이 사용하고, 3층은 가족 모두의 공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신기하게도 이 집을 처음 봤던 날부터 '이 방은 누구 방이 되겠다' 하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그만큼 이 집에서 살아야겠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고요. 이사한 지금, 그때 떠올렸던 그대로 각자의 공간을 사용하며 지내고 있어요.
거실, 침실, 주방, 화장실 등 각 공간의 특징을 간단히 공유해 주세요.
단독주택인 만큼 작은 정원이 있는데요. 아주 아담한 공간이에요. 저희는 내부 인테리어를 먼저 마친 뒤 입주했고, 외부는 살면서 하나씩 손봤어요. 원래는 흙과 잔디, 잡초가 무성했던 곳이었는데 식재를 할 공간만 남겨두고 현무암 판석으로 정리했습니다.
1층은 거실과 주방의 구분이 확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리빙 공간과 다이닝 공간도 자연스럽지만 명확하게 나뉘기를 바랐고요. 천고가 높다 보니 거실에 단차를 두어도 답답해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바닥 마감재를 다르게 사용해 공간을 나누었습니다.
리빙 공간에는 원목 마루를, 단차를 둔 공간에는 타일을 사용했어요. 또 구조벽으로 쏙 들어간 작은 공간에는 이 집을 처음 봤을 때부터 꼭 두고 싶었던 Vitsœ 선반과 책상을 배치했고, 그에 어울리는 타일 마감을 선택했어요.
Vitsœ를 둔 작은 서재 공간 옆으로 다이닝 공간이 이어지고, 그 끝에는 키친이 있어요. 키친은 유리와 스테인리스 소재를 많이 사용했는데, 타일과 원목까지 여러 소재가 함께 있어도 모두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그 자체로 완전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1층에서 제가 가장 애정하는 공간은 부엌이에요. 부엌 창으로 라일락 나무가 흐드러지게 보이고, 아일랜드로 앞쪽 리빙 공간과 구분되어 있어요. 스텝차를 둔 위쪽 공간이라 전체적으로 높게 되어 있는데, 주방에 서 있으면 거실의 전체적인 공간이 다 보이는 것도 너무 좋아요.
아파트에 거주할 때보다 공간은 작아졌지만, 알차게 동선을 짜서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좁은 공간이고 아일랜드 쪽에 인덕션을 두어야 해서 밀레 후드 인덕션을 사용했는데, 후드를 상부에 두지 않아 개방감이 생기고 답답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어요.
그릇이 잘 보이게 진열되어야 더 잘 쓰게 되어서 그릇장을 유리로 짜고 싶었는데, 너무 잘 보이는 건 싫어서 미스트 글라스를 사용했어요. 유리에서 스테인리스 냉장고를 지나 스테인리스 제작장으로 연결되는 것도 너무 좋아요.
스테인리스 제작장은 아래를 띄웠는데, 마주 보고 있는 Vitsœ도 아래가 띄워져 있어서 서로 대칭을 이루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층에는 방이 하나 있는데, 그 공간이 저희 부부의 공간이에요. 침실도 한 번 더 벽을 세워 침대만 놓이는 공간과 마스터 공간으로 나누었어요. 1층 화장실은 협소해 샤워 공간을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에 화장실은 건식으로 계획하고, 침실 안에 샤워 공간과 세면 공간, 작은 화장대, 드레스 공간을 따로 만들었어요. 이 공간을 보신 분들은 일본 호텔 같은 구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작은 공간이지만 꼭 필요한 기능을 모두 담은 효율적인 공간이에요.
2층은 가운데 복도를 두고 두 딸아이의 방문이 서로 마주하고 있어요. 1층과는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가져가고 싶어 마모륨 바닥과 테라코타 벽돌, 버건디 난간, 레몬 올리브 컬러를 사용했어요. 컬러를 많이 사용하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을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가장 만족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집 안에 컬러가 주는 행복을 매일 느끼며 지내고 있어요.
원래 이 집은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던 집이었어요. 계단을 새로 만들고 오픈 다락 구조를 선택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브리지(Bridge) 덕분에 좌우 공간이 나뉘었고, 하나의 열린 공간이면서도 서로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어요. 3층에서 2층을 내려다볼 때도, 2층에서 높은 천고를 올려다볼 때도 이 집만의 공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집에서 보내는 평범한 일상은 어떤 모습인지?
'따로 또 같이.' 제가 가족에게 가장 좋은 거리감이라고 생각하고, 지향하는 모습이에요. 각자 자신의 공간에서 독립적인 세계를 가질 수도 있고,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그리고 가끔씩 3층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시간도 있어요.
저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서 가족에게 식사를 준비하고, 식탁에 음식을 하나씩 차려내는 시간을 좋아해요. 제가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기쁘고요. 그래서인지 주방과 식탁에서 보내는 시간이 저희 가족에게는 꽤 중요한 일상인 것 같아요.
아이 둘이 워낙 잘 놀기 때문에 2층에서 인기척만 느껴질 뿐, 주말에 남편과 1층에 있으면 아이들이 없는 집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러다 궁금해서 올라가 보면 둘이 너무 잘 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육아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 아이들이 스스로 잘 놀고 있는 모습을 볼 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잖아요? ^.^
주택살이의 가장 좋은 점은 밖이 가깝다는 점인 것 같아요.
아파트에 살 때는 현관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또 단지 밖으로 나가야 비로소 바깥이었는데, 지금은 현관문만 열어도 바로 바깥 공기를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밖으로 나가는 일이 훨씬 자연스럽고 가벼워졌어요.
서늘한 바람이 불거나 해가 질 무렵이면 가족 모두 함께 산책을 나가기도 해요. 집에서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 무렵 가볍게 산책을 하는 시간이 요즘 저희 가족에게는 가장 편안한 일상이 되었어요.
네 식구는 이 공간을 어떻게 함께 사용하고 있나요
식사를 하는 1층 식탁에서 가장 많이 함께 모여요. 최근에는 정원을 정리하고 야외 테이블을 놓았는데, 날씨가 좋아지면서 그곳에서도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아마 겨울이 되면 가장 자주 모이는 공간은 3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모든 공간 중 3층이 가장 미완성인 공간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천천히 채워질 공간이라 더욱 기대가 되기도 해요.
2층 아이들 방을 이야기해보자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딸이라 방을 꾸미면서도 콘셉트가 명확했어요.
책을 좋아하는 첫째 하율이(13살)가 방에서 가장 원했던 건 "도서관 같았으면 좋겠다."였어요. 그래서 하율이 방에는 아름다운 직사각형 창 두 개가 나란히 있는 공간의 가운데를 책장으로 나누고, 한쪽에는 책상을, 다른 한쪽에는 침대를 두었어요. 책과 책상이 있는 공간은 도서관 같은 분위기가 나도록 구성했고, 침대는 책장이 감싸는 구조가 되어 포근한 공간이 되었어요. 집에 놀러 온 많은 어른들이 하율이 방이 가장 부럽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하율이 방에도 장난감이 많았는데, 이사하면서 대부분 둘째 시하(6살) 방으로 옮기게 되었어요.
둘째 시하 방은 어떻게 보면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방이라 가장 큰 붙박이장을 만들었어요. 한쪽 벽면을 전체 붙박이장으로 구성했는데, 원목 프레임과 손잡이를 사용해 포인트를 주었어요. 시하 방은 장난감과 책이 가득한 방이에요. 옹기종기 나름의 규칙으로 가득 채운 방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 귀여운 공간이에요.
공간을 채운 사물 중 각별한 애정을 지닌 가구나 오브제가 있다면?
특별히 애정을 지닌 가구이자 가장 의미 있는 가구를 꼽자면 Vitsœ인 것 같아요.
저희는 오래전부터 공간을 나누는 Vitsœ 시스템을 꼭 사용해 보고 싶었어요. 천장에 고정하는 형태는 천장 높이에 맞춰 제작되는 방식이라 쉽게 이동할 수 없는 가구이기도 하더라고요. 이번에 인생 첫 집을 매수하면서 남편과 함께 오랫동안 꿈꿔왔던 Vitsœ를 들이게 되어 정말 행복했어요.
또 우리 집과 같은 시간을 보내며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점도 저희에게는 의미가 있어요. 저희 집 공간을 제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Vitsœ 공식 계정에서 먼저 연락이 와 공식 인스타그램 피드에 포스팅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기쁘기도 했고, 더욱 의미 있는 가구가 되었어요.
그리고 각별하게 애정하는 오브제는 첫째 딸 하율이의 그림으로 만든 액자들이에요. 공간 곳곳에 놓인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행복해져요. 하율이가 어릴 때부터 그린 그림들을 모아 직접 액자의 나무까지 골라 만들었어요. 그 모든 과정이 저희 가족에게는 큰 의미였고, 오래 바라볼수록 더 행복해지는 오브제인 것 같아요.
최근 구매한 인테리어, 리빙 아이템은? 나아가 구매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최근에는 정원 가구를 구매했어요. 정원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가면서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테이블과 의자가 필요해졌어요.
외부에서 사용하는 가구이다 보니 너무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적당한 선에서 마켓비 제품을 선택했는데, 컬러와 디자인이 예뻐서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또 조금 더 편안하게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암체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FIAM의 Spaghetti 084 암체어를 구매했는데, 정말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어요. 조만간 하나를 더 구매하고 싶어요. 일단 하나만 구매했는데 자리 쟁탈전이 생기더라고요.^.^..
리빙 공간이 좁아지면서 예전에 사용하던 소파를 처분했는데요. 요즘은 소파의 소중함을 정말 많이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가장 큰 위시 아이템은 소파예요. 3층에는 Togo 2-Seater를 꼭 들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다락이라는 공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소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1층에는 심플한 Artek Kiki Sofa를 두고 싶어요. 패브릭 선택지가 다양해서 공간에 어울리는 컬러를 선택하면 포인트도 되고 정말 예쁠 것 같아요.
언젠가 구매할 그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겠죠...!
이 집이 생활 습관이나 취향에 가져온 변화가 있다면?
정원이 있는 삶을 살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처음 이 집을 봤을 때부터 공사 기간을 거쳐, 이사한 후의 정원, 그리고 그 정원을 가꿔 나가는 과정까지 모두 제 손을 거쳐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원래도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정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나무와 정원 식물들까지 가꾸는 삶을 살게 되었어요.
그리고 떠오르는 해에 햇살이 부셔서 잠에서 깨는 아침도요. 해가 정말 잘 드는 집이라 블라인드를 쳐 두어도 해가 떴다는 게 느껴지는 집이에요. 옛집들은 창을 크게 냈다고 하잖아요. 이 집도 방마다 큰 창이 몇 개씩 있는 집이었어요. 몇몇 창은 유리블록으로 바꾸고, 구조상 막은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방마다 큰 창이 있어 아침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어요.
주택에서의 삶은 조금 더 자연과 가까운 삶인 것 같아요. 정원을 가꾸고 계절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서, 예전보다 자연의 변화를 조금 더 세심하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공간을 정의(대표) 하는 3가지 키워드는?
햇살 · 컬러 · 독립성
앞으로 이 공간에 더해 보고 싶은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집은 손때가 타고 시간이 쌓일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요. 햇가집도 우리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더 멋진 공간이 되어갈 것 같아요.
아직 많이 손을 대지 못한 3층 공간과 2층 테라스, 그리고 마당을 조금씩 더 채워가고 싶어요.
3층은 공간이 좌우로 나뉘어 있는데, 왼쪽에는 언젠가 피아노나 작은 책상을 두고 싶고요. 오른쪽에는 책장과 소파를 두어 지금보다 더 아늑한 가족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2층 테라스는 집을 구경한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넓어서 놀라시는 공간이에요. 정원을 어느 정도 완성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테라스 공간도 천천히 꾸며볼 생각이에요.
정원에는 꼭 어닝을 설치하고 싶어요. 오래된 나무가 두 그루 있어 자연스러운 그늘이 생기긴 하지만, 어닝이 있으면 한낮에도 더 넓은 공간에서 정원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와 잘 맞는 식물들을 하나씩 더 들여와 지금보다 더 풍성한 정원으로 천천히 만들어 가고 싶어요.
처음부터 오래오래 살 집으로 생각하고 이사해서 그런지, 급하게 채워나가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오래 두고 천천히 우리답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시간이 흐른 뒤의 햇가집의 모습이 기대돼요.
끝으로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햇가집은 하루 종일 해가 정말 잘 드는 집이에요. 그런데 그 안에서도 제가 유독 좋아하는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대가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갔을 때 집 안 가득 햇살이 들어와 있는 그 순간을 정말 좋아해요. 요즘은 계절이 바뀌면서 해의 기울기도 달라져 햇빛이 더 낮고 깊게 들어오는데, 저희는 그런 날들을 '반짝반짝 날씨'라고 부르게 돼요.
주말 아침 해를 맞으며 아침 준비를 하고, 쏟아지는 햇살 아래 가족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을 정말 사랑해요. 아이들이 커서 이 집에 더 이상 살지 않게 된 날이 오면, 이 순간이 너무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을 벌써부터 해요.
그리고 해 질 녘, 정원의 식물 그림자들이 벽에 반짝반짝 일렁이는 순간도 정말 좋아해요. 요즘은 '내가 이렇게까지 햇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예전보다 더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이런 순간들을 오래도록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Credit
- 사진&글 @hongsa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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