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보이스] 메리 크리스마스 구상나무!
2019.12.12

그러던 중 반가운 기사를 접했다. 구상나무를 ‘현지 외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이야기였다. 구상나무처럼 자연 상태에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종의 종자를 채취해 온실이나 식물원으로 옮겨 보존하는 일을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경북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자리한 곳은 평균 해발고도가 500m 이상이기 때문에 북방계 침엽수를 보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으며, ‘시드 볼트’(Seed Vault)와 시드 뱅크(Seed Bank)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 산림종자영구보존시설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지하 터널형 구조로 설계된 '시드 볼트' 그리고 은행처럼 종자를 저장, 보관하다가 필요에 의해 연구를 하는 ‘시드 뱅크’라니. 심지어 전 세계 국가와 기관에서 위탁받은 종자를 무상으로 총 200만 점 이상 저장 가능하다니!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 아닌가? 한 종의 멸종을 막기 위한 노력은 그들이 생태계의 주요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산림 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터전,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곤충과 버섯, 미생물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최근까지도 새로운 종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구상나무의 전 세계적 활약과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와는 관계없이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는 크리스마스트리는 그 모습을 흉내 낸 플라스틱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할 때 기뻐한다. 반짝이는 오너먼트와 조명들은 어른들의 마음조차 설레게 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플라스틱 트리가 아닌 진짜 구상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나무를 직접 볼 수 없다면 대량생산된 트리 대신 재활용품을 이용한 종이 트리, 윈도 페인팅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도 좋지 않을까? 우리의 작은 행동이 전국의 바늘잎나무를 당장 구할 수는 없더라도 새로운 시도와 대화를 아이들과 나눈다면 변화가 생기지 않을지, 구상나무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대한 이야기를 재잘재잘 즐겁게 들어줄 딸 나은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Writer

전지민
전 에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그린 마인드〉 편집장. 지금은 강원도 춘천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여성과 엄마로서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내용을 담은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을 썼다.
Category
Credit
- 에디터 이마루
- 글 전지민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