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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출연진 이름을 듣고 목 뒤가 쌔했다. 선수들이 나섰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일까. JTBC <크라임씬 2>의 조직원들을 어느 날 밤, 으슥한 곳으로 불러모았다.

프로필 by ELLE 2015.05.19



(왼쪽부터) 장동민이 입은 트렌치코트는 Burberry Prorsum, 데님 팬츠는 A.P.C. 화이트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지윤이 입은 화이트 드레스는 Kwak Hyun Joo Collection. 블랙 레이스 소재의 트렌치코트는 Artico. 장진이 입은 화이트 셔츠는 Zadig & Voltaire. 블랙 팬츠는 beyond closet. 트렌치코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니가 입은 딥 브라운의 트렌치코트는 Paul & Alice. 블랙 톱은 Dior. 미니멀한 실버 링은 모두 Mzuu. 홍진호가 입은 트렌치코트는 Burberry Prorsum. 셔츠는 Jimmytailor. 데님 팬츠는 Calvin Klein Jeans.




블랙 브라톱 디테일의 패턴 셔츠와 스커트는 모두 Push button.

박지윤
자신감 자신감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사실 나는 보이는 건 그래 보일지 몰라도 자신감이 넘쳐서 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사람 일이라는 게 장담할 수 없다. 갖은 노력을 했는데도 망하면 인력으로는 안 되는 거다. 지루하게 들릴지 몰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아, <식신로드>에서 먹는 건 자신 있다. 그건 타고난 재능이니까.

추리 내가 좋아하지도 않고, 잘 모르는 장르는 설령 프로그램 제안이 와도 선택에서 모두 제외한다. 추리는 원래 좋아하고 나와 코드가 맞는다. 그러니까 리얼이나 서바이벌이 섞여 있는데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승부욕 나는 경쟁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게임도 싫어한다. “그냥 너 이겼다고 해.” 이러고 손 터는 스타일이다. 고스톱도 안 친다. 

“내가 촉이 좋다.” 이런 소릴 방송에서 하긴 했는데, 일상에서 촉을 세울 일은 별로 없다. 남편이 바람 피우는 걸 잡아낼 것도 아니고. 내 남편은 집에서 안 나가는 사람이다. 부부가 그 흔한 휴대폰 비밀번호도 안 걸어놓는 사이다. 방송에서 봤겠지만 내가 정말 비밀번호를 못 푼다.

거짓말
할 일이 별로 없다. 어릴 때부터 싫으면 얼굴에 티가 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범인일 때가 제일 힘들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이니까. 용의자일 땐 그냥 몰입해서 하면 된다. 의심받으면 받는 대로, 억울해 하고 답답해 하면서.

고집 나는 대본에 쓰여 있는 사소한 한 줄도 내가 안 해본 걸 했다고 못한다. 그래서 작가한테 작은 반항을 많이 하는 편이다. 목의 가시처럼 걸려서 말이 안 나온다. 사실 해도 그만인데, 쓸데없는 고집 같은 게 있는 거다. 엄마한테 혼날 때도, 그냥 잘못했다고 하면 되는데 꼭 버티다가 한 대 더 맞는 스타일이었다. 근데 그런 고집이라도 있어야지, 그런 맛에 사는 것 아니겠나? 그것까지 놔 버리면 살아가는 주관이 없을 것 같다. 아직 깡이 남아 있나 보다. 애 하나 더 낳아봐야 무뎌지려나.

아나운서 그게 방송에서 나를 원하는 이유이자 존재 이유 아니겠나. 예능 진행자들 중에 여자 많이 있다. 솔직히 꽃 같은 여자 진행자를 원하지 않나. 예쁜 사람도 많고, 아나운서 출신 진행자도 많다. 그럼 연출자 입장에서 내가 꽃 같았을 때보다 지금이 더 잘 팔리는 이유가 뭘까. 보이지 않는 손처럼 적절할 때 정리도 해 주면서, 가끔 실없는 소리도 하고, 또 누가 뭐라고 해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기 때문 아닐까. 그건 내가 아나운서 시절부터 해왔던 프로그램이 쌓여서 나온 결과니까.

프리랜스 선택권이 있다는 게 좋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해야 했던 순간이 있었다.

전성기 지금이 제일 좋다는 건 아니지만, 난 항상 어제보다 오늘이 좋다. 솔직히 전투적으로 살고 있다. 에너지를 완전히 다 쓰면서 산다. ‘다시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겠니?’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 많이 한다. 3년차에도, 5년차에도 슬럼프는 있었다. ‘방송 이거, 뭐 맨날 똑같은 거. 한다고 늘겠어?’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늘더라. 세월만이 줄 수 있는, 구력을 너무 많이 느낀다. 어릴 때는 꼰대 같아 보이던 선배들을 다시 인정하게 됐다. 내가 나이들어가는 게 슬프지 않은 단 한 가지는 경험이 쌓인다는 사실이다.

범죄 범죄가 합리적이라고 하면 모순인데 그래도 좀 합리적이다, 있을 법하다고 느껴지고 인과관계상 납득이 되는 쪽으로 생각한다. 범인이 밝혀지고 나서도 납득이 안 될 때도 있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라는 의문이 남는데, 현실에서 그런 사건이 더 많지 않나. 이게 현실의 일부를 담을 수도 있다.



화이트 셔츠와 블랙 니트 톱은 모두 Dior Homme, 패턴 팬츠는 Push button, 화이트 스니커즈는 Nike,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장동민
의심 원래 의심이 많다. 의심을 해야지 추리도 할 수 있다. 지금 저 사람 심리 상태는 이렇겠구나, 남의 입장을 꿰뚫어봐야 된다.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할까.

라이벌 장진 감독. 창작은 따라갈 수가 없다.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여러 방면으로 생각을 했다는 말이다. 코미디도 창작이긴한데 허구와 과장이 많다. 나는 그런 쪽에 트레이닝된 사람이고. 영화는 리얼리티를 살려야 하니까 그런 면이 견제가 된다.

코미디언 머리 쓰는 데서는 코미디언이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 같은 얘길 해도 내가 하면 “에라이, 시끄러”, <더 지니어스> 할 때도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크라임씬 2>도 마찬가지다. 웃기라고 날 섭외한 게 아니다.

아킬레스건 너무 자기확신이 강하다는 거. 올바른 판단을 했다면 좋은 그림인데,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땐 외골수가 된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질 않으니까. 내가 잘못되더라도 남 원망하며 살고 싶진 않다. 욕을 먹더라도 내가 먹는 게 낫지. <더 지니어스> 때도 너무 독단적이라고 욕 많이 먹었다.

거짓말 이런 추리 프로그램이 누굴 속인다고 능사가 아니다. <더 지니어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내 말을 다른 사람들이 믿어야 된다. 신빙성 있게 설득하고, 사람들을 따라오게 만들어야 되는 거다. 프로그램 중반쯤 내가 진정성이 있다는 게 인식되면 그때부턴 편해지는데, 초반에는 내 말을 아무도 안 믿는다. 코미디 하는 사람이 정치 한다 그러면 “이게 코미디냐?” 그런 말 있었다. 그게 옛날 말인데도 하나도 안 바뀌었다.

예민 좀 예민하다. 사람도 많이 가리고, 낯도 많이 가리고. 사람들은 내가 철판이다 그러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티 내지 않으려다 보니까 역반응처럼.

호통 꾸며낸 게 아니고 본래 내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게 지겨워지면 방송에서 장동민을 안 찾는다. 소리지르고 윽박지르는 걸 싫어하는 분도 있다. 그건 장동민이라기 보다 호통이 싫은 거다. 엄마가 호통친다고 엄마가 싫은 게 아니라 엄마의 호통이 싫은 것 아닌가. 그렇다고 새로운 걸 개발한다? 나는 방송을 ‘메이킹’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새로운 걸 준비했습니다 여러분” 이게 되는 편이 아니다.

다작 그냥 하라는 거 다 한다. 예전에 내가 까탈이 심했다. 그거 안 해, 저거 안 해. 옛날에 하도 많이 해봐서, “그런 것 하지 말아야겠다” 이제 다짐을 했다. 나를 필요로 해서 찾아주셨는데. 지금도 안 하는 게 딱 한 가지 있긴 한데, 노래하거나 춤추는 거 너무 못해서. 만약에 하라고 하면 며칠 전부터 스트레스로 미쳐버릴 것 같다.




블랙 코트와 팬츠와 화이트 톱은 모두 Push button.

홍진호
예능 어색하진 않다. 즐겁고, 재미있고, 더 많이 해보고 싶다. 다만 언변이 화려하거나 개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웃기는 캐릭터도 아니라서 보여줄 게 정말 없는 거 같다. 그래서 진짜 내가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는 걸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크래프트 나는 개성이 강한 선수였다. 다른 게이머들과 다른 전략을 연구하고 구사하면서 상대의 생각을 읽고, 스타일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식으로 1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두뇌 회전이 그런 쪽으로 발달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더 지니어스>나 <크라임씬>에서 관찰력과 통찰력을 발휘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폭풍저그 어린 시절엔 영화나 드라마에선 왜 항상 정의가 승리하는지 의아했다. 그래서 게임에선 악당이 돼서 이겨보자는 유치한 생각으로 저그를 선택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생각으로 공격만 하다 보니까 ‘폭풍저그’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지윤 시즌 1에서 박지윤 누나에게 공격을 많이 당했다. 내가 언변이 약한 걸 잘 알고, 이를 이용해서 나를 범인으로 잘 몬다. 그래서 겉으론 항상 서로 잘해보자고 하지만 속으론 칼을 갈고 있다(웃음). 큰 도움이 되는 동료이자 적이다.

장동민 그냥 내 아류지(웃음). 어쨌든 <크라임씬 2>를 통해서 그나마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될지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동민이 형은 내 아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웃음).

연예인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팬들의 관심이라는 걸 작게나마 느껴봤다.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안다. 사실 지금의 나한테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작위적이지 않은, 솔직 담백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노력 방송은 나만 좋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크라임씬>에서도 추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출연자들과 잘 어울리면서 1인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방송하는 게 즐거운 만큼 이 즐거움을 오래 가져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우승 지난 시즌 우승했던 만큼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을 거다. 그만큼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특히 장동민 같은 사람에게 지고 싶지 않다(웃음). 우승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하니가 입은 블랙 슬리브리스 톱과 프린세스 라인의 패턴 스커트, 스틸레토 힐은 모두 Dior. 미니멀한 실버 링은 모두 Mzuu. 박지윤이 입은 화이트 드레스는 Kwak Hyun Joo Collection. 블랙 레이스 소재의 트렌치코트는 Artico.




장동민이 입은 패턴 수트는 Kwak Hyun Joo Collection, 슬립온은 Vans, 화이트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장진이 입은 화이트 셔츠는 Zadig & Voltaire, 밴딩 디테일의 블랙 팬츠는 beyond closet, 블루 패턴의 슬립온은 Christian Louboutin. 홍진호가 입은 블루 컬러의 더블 쇼츠 수트는 Kwak Hyun Joo Collection, 셔츠는 Jimmytailor, 보트 슈즈는 Lacoste by Platform Place.





핑크 시스루 톱과 투 톤 시스루 스커트는 모두 Fleamadonna, 하트 디테일의 힐은 Christian Louboutin, 옐로 볼드 링은 Mzuu, 화이트 브라 톱과 쇼츠, 삭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니
안희연 하니는 본래 태명이고, 본명은 안희연이다. 지금도 엄마랑 아빠는 하니라고 부른다. 그런데 막상 부모님 이외의 사람들에게 하니라고 불리니까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젠 적응이 되는 것 같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교복을 입으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원래 했던 걸 다시 하는 거라서 익숙했다.

위아래 <크라임씬 2>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조금 두려웠다. 그런데 멤버들이 그러더라. 지금 ‘위아래’가 잘돼서 그런 기회가 온 건데 다음 앨범이 잘될지 장담할 수 있냐고. 이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그래서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하자고 마음먹었다.

역주행
우리에겐 기적이었다. 관계자들도 발표한지 3개월이나 된 노래가 차트 1위를 하는 경우는 정말 이례적이라고 했다. 죽으란 법은 없나 보더라. 무명시절엔 너무 힘들었다. 데뷔 직전까지 반대했던 부모님께선 3년 동안 성과가 없으면 그만 두라고 하셨다. 지난 2월 16일이 데뷔 3년이 되는 날이었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엄마 엄마는 내가 공부를 계속하길 원하기도 했지만 그 전에 내가 가수가 될 만한 재능이나 ‘끼’가 없다고 생각한 거 같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공연 ‘직캠’이 화제가 되고 나서 엄마도 그걸 봤나 보더라. 그러고 나서 ‘끼가 있다’고 해주셨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EXID 이 기사가 나왔을 땐 아마 컴백한 이후일 거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생기니까 이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되지만 그냥 즐겁게 하던 대로 하자고 다짐하고 있다. 크라임씬 솔직히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거 같다. 매회마다 느낌이 다르고 다시 도전하는 기분이다. 그래도 목요일마다 하는 녹화가 너무 기다려진다.

추리소설 좋아한다. 다른 장르의 소설보다 극적인 상황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몰입되는 거 같다. 음악방송 중엔 대기 시간이 길어서 주로 추리소설을 읽었다.

기생수 만화책을 좋아하는데 또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순정물보단 <기생수>나 <간츠> 같은 작품을 좋아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레 그런 장르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겁 무서운 영화 예고편만 봐도 혼자 샤워하기 힘들 정도로 겁쟁이다. 그래서 무서운 장면을 본 날은 샤워할 때도 욕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멤버한테 말 걸어달라고 한다.

소년탐정 김전일 추리에 자신이 있었는데 실전은 다르더라. 그래서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소년탐정 김전일>을 읽고 있다. 그런데 조금 무섭더라. 그래서 그보단 덜 무섭다는 <명탐정 코난>을 보려 한다.

우승 처음에 몇 등 할 거 같냐는 물음에 2등 할 거 같다고 했다. 요즘은 그냥 멍청이만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한다.




회화적 패턴의 셔츠와 팬츠 모두 Etro, 화이트 스니커즈는 What I Want.

장진
연장자 언제부턴가 어딜 가든 최고 연장자야. 다 된 거 같다, 이제.

출연 플레이어 입장에선 정말 재미있다. 다만 자꾸 헷갈린다. 습관처럼 감독의 시선으로 보게 되니까. ‘이 부분은 이렇게 꼬아야지’ 하면서 PD한테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진다(웃음).

연기 사실 나는 방송에서 까불고 나대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크라임씬 2>엔 정확하게 주어지는 역할이 있어서 그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열성적인 연기자가 된다. 굳이 장진으로 뭘 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신감 어떤 상황에 대한 관찰자나 행위자가 될 때 남들과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건 자신 있다. 본능적으로 논리를 만들어 내면서 내 논리를 듣던 시청자나 참가자들을 끌고 다닐 수 있는 거다. 행여나 내가 말리면 다 같이 말릴 수 있다는 건데 그게 이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재미는 줄 수 있다는 말이다.

해답 결국 제작진을 이해하면 된다. 제작진의 수준과 스타일을. 내가 제작진이라면 여기서 이렇게 하겠다. 이런 이해가 생기면 사건에 접근하기 쉬워지니까.

진심 의심에서 출발하기보단 진심에서 출발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내가 진심으로 그의 말을 믿는다고 느끼는 순간 상대도 은연중에 자신의 진심을 흘린다.

약점 가끔씩 내 생각보다 단순하게 정황을 배치할 때가 있다. 나는 보통 이야기를 몇 번에 걸쳐서 꼬는데 그러다 보니 내 입장에선 이것보단 좀 더 꼬았을 거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단순할 때가 있다. 그런 데서 어이없이 놓칠 가능성이 생긴다.

추리 결국 해석 싸움이다. 남다른 해석을 내놓으면 사람들은 나한테 온다. 그렇게 내 편을 많이 만들어야 된다. 내가 모든 단서를 다 읽어낼 순 없으니까 나와 같은 심정이 된 플레이어가 궁금해하는 단서에 내 추리에 붙이는 거다. 그렇게 데이터를 늘려야 된다.연극 미스터리의 구조는 마지막에 범인을 밝히기까지 범인이 아닌 수많은 인물을 범인처럼 보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인물이 걸러지는 상황에서 뜬금 없이 나타나는 단서들이 생긴다. 이건 그야말로 연극이다. 연극에선 대사 한 마디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그런 드라마투르기엔 익숙하다.

규칙 필연적으로 논리적인 인과가 명확해야 된다.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범인이 나오면 작가들이 지는 거니까. 그러니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의외성은 둘 수 없는 수다. 그랬다간 게시판 폭발할 거다. 범인에겐 정확히 그가 범인인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의외성에 기댈 순 없다.

우승 관심 없다. 내가 느끼는 실질적인 우승은 이 프로그램에서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느껴지도록 만드는 거다. 설마 다섯 명 중에 3등 안에 못 들겠나.



Credit

  • editors 이경은
  • 민용준 photo 이전호 stylist 윤은영 hair&make-up 김지혜 design 최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