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모와 김사랑, '은동이'라서 다행이야
김사랑의 이름은 ‘사랑’이고 주진모는 ‘사랑’에 목숨 거는 남자를 단골로 연기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JTBC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에 출연한다. 두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잊지 못할 러브 스토리가 될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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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랑이 입은 블랙 원피스는 Lanvin by Boon the Shop. 주진모가 입은 밀리터리 재킷은 Burberry Prorsum.
김사랑이 입은 도트 무늬 시스루 톱은 Dolce&Gabbana. 블랙 스커트는 Givenchy. 주진모가 입은 재킷과 브이넥 니트, 팬츠는 모두 Prada.
아웃 포켓 장식의 블루종과 안에 입은 티셔츠, 팬츠는 모두 Burberry Prorsum.
건축적인 선이 돋보이는 블랙 원피스는 Roland Mouret by Boon the Shop. 이어링과 스퀘어 반지는 D.elfin. 왼손의 진주 2단 반지는 Minetani. 나머지 반지는 모두 Didier Dubot.
주진모가 입은 트렌치코트는 Costume National by Koon. 김사랑이 입은 화이트 어깨 밴딩 장식의 원피스는 Roland Mouret by Boon the Shop. 드롭 이어링은 D.elfin.
5월 29일 방영을 시작하는 JTBC 신작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다소 고전적이라고 생각했던 제목인데, 두 주연배우 모두 “제목부터 맘에 들었다”고 한다. 묵직한 이미지의 주진모는 의외로 농담을 즐기는 유쾌하고 편안한 ‘오빠’이고, 공주 대접에 익숙할 것 같았던 김사랑은 독립적이고 힘든 내색 하기 싫어하는 둘째 딸의 모습이 비친다. 어쩐지 지금까지 진짜 자기 모습을 투영한 역할을 만나지 못했던 것 같은 두 배우의 만남. 극중 첫사랑을 찾아나서는 ‘지은호’처럼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남자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주진모, 주변 사람들이 나를 나로 봐주지 않는 ‘은동’이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 봤다는 김사랑. 배우와 캐릭터의 화학작용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김사랑 “그대로인 나”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늘 한번 해보고 싶었던 멜로물로 돌아오게 돼서 기쁘다. 이번 작품은 대본을 워낙 좋게 봤다. 요즘 이런 사랑 이야기가 별로 없지 않나. 아날로그 사랑 이야기. 평소에도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영화를 즐겨 본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첨밀밀>인데 우연찮게 이번 드라마 홍보차 오마주 티저 영상을 찍게 됐다.
영화에서 유명한 마지막 장면을 주진모 씨와 함께 재현했다 촬영하면서 정말 좋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같은 반 남자아이의 집에 놀러 갔는데 돌아올 때 쪽지를 하나 주더라. “사랑아, 넌 얼굴이 하얗고 장만옥을 닮은 것 같아”라고 써 있었다. 초등학생 꼬마가 어떻게 장만옥을 알았을까? 당시에 나는 장만옥이 누구인 줄 몰랐는데, 나중에 얼굴을 확인하고는 어린 마음에 약간 실망했다. 하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진짜 대단한 칭찬이었다.
<사랑하는 은동아>에서 은동이는 참 ‘안된’ 인물이다.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는데, 양부모부터 남편까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은동이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현재 모습은 돈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하려는, 생활력 강한 애엄마다. 그러다 톱 스타 ‘은호’의 자서전 대필 작가가 돼 그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잊어버린 기억이 차차 되살아나는 거지. 촬영하면서 감독님이 내게 씩씩하고 때로는 아줌마처럼 푼수 같기도 한 모습을 바라더라.
‘애엄마’는 상상이 안 되는데 지금 메이크업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촬영장에서는 아주 소박한 모습이다. 사람들이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랄까 봐 걱정이다. 오늘 되게 오랜만에 꾸민 거다. 부모가 아니라서 그 심정을 다 알진 못하겠지만, 언니랑 동생이 결혼해서 조카들도 있고.
<시크릿 가든>(2011) 이후 공백기가 있었다. 그간 어떻게 보냈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큰 작품은 안 했지만 나름 계속 화보 촬영이나 뮤지컬 출연 등을 해왔기에 공백기란 생각은 안 든다. 운동하고 여행도 가고, 그저 똑같이 지냈다. 혼자 잘 노는 편이고 새로운 걸 배우는 것도 좋아한다. 클래식 기타를 배워서 기타 선생님이랑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원래는 캐스팅 논의 중인 영화에 필요할 것 같아서 독학으로 익혔는데, 기타 소리가 좋아서 정식으로 배우게 됐다. 영화는 안 들어가게 됐지만 기타는 남았다(웃음).
기타 치는 모습이 궁금하다. 그동안 친근한 이미지의 배우는 아니었다 다들 그렇게 본다. 의도했던 건 아닌데, 작품에서 화려하거나 ‘차도녀’ 역할을 했을 때 대중의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일상에서 가장 편안한 모습의 김사랑은 푹 자고 느지막이 일어났는데 날씨가 좋을 때, 부엌에 가서 뭐 좀 챙겨먹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다시 졸음이 올 때, 행복하다. 돌아다니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요즘은 날씨가 좋아서 산책하거나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는 것도 좋지만.
몸매 관리법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에는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아예 ‘안 먹었다’. 그런데 그런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까 다이어트에 지치게 되더라 지금은 ‘배고프면 조금 먹자’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요거트에 빠졌다! 무첨가 플레인 요거트에 블루베리를 잔뜩 넣어 먹으면 맛도 좋고 포만감도 크다.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다.
미스코리아나 연기자가 본래 꿈은 아니었다고. 우연히 들어선 길이 삶을 많이 바꿔놓았나 물론이지. 그저 학교 다니고 가야금 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는데, 우연히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나는 그대로인데, 주변 사람들이 전부 나를 전과 다르게 바라보니까 그것이 무척 힘들었다.
연예계 생활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었나 보다 즐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뭘 해도 생각이 많고 걱정하는 편이다. ‘끼’도 별로 없어서 연예계 생활이 더 힘들었다. 초등학교 때 전학을 갔는데 쑥스러워서 교실에 들어가질 못하고 운동장에 앉아 있던 애였다. 그런 내가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됐는지…. 요즘 은동이 때문에 괴롭다 보니까 넋두리가 나온다(웃음).
은동이를 연기하는 게 어렵나 사실 요즘 오랜만에 촬영하면서 ‘좌절 모드’다. 자신에게 실망할 때가 많다. 기억상실이란 설정 자체가 매 신마다 감정을 어디까지 넣어야 할지 고민되더라. 현재 대본이 10부까지 나와 있는데, 어제도 온종일 1부부터 10부까지 집중해서 읽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바라는 바는 진짜로…(한참 있다가) 내가 고민한 만큼, 고민한 흔적이 좀 보여지면 좋겠다. 보여진다는 게 ‘쟤가 열심히 했구나’ 인정받고 싶다는 게 아니라, 내 연기가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고 공감을 일으킬 수 있으면 좋겠다.
드라마의 주제인 ‘운명적 사랑’을 믿나 그럼. 상대방한테 좋아한다고 먼저 말한 적도 있다. 그렇게 해보니까, 역시 여자는 조금 의뭉스럽고 여우 같이 구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결혼에 대한 생각은 결혼에 대해서는 전혀 급하지 않았다. 주변에 결혼 안 하고, 자기관리 완벽하게 하면서 재미나게 사는 언니들이 많거든. 그런데 요즘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안정감 있어 보이고 남편이 든든한 방패막이 돼 주는 게 부럽기도 하더라. 물론 방패막이 필요해서 결혼하는 건 아니지만, 이쪽 생활이 힘들 때는 나도 기댈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서 여자들이 결혼을 하나 보다. 나처럼 독립적인 스타일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거 보면.
독립적인 여성인가 둘째로 자랐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어릴 때부터 웬만한 일은 혼자 알아서 했던 것 같다. 타인한테 큰 기대를 안 한다. 부정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내 일은 내가 더 챙기자는 주의다.
아주 쿨하게 들린다 그런 면으로는 되게 쿨하다. 그런데 이제 그만 독립적이고 싶기도 하다. 연애한 지 좀 오래 됐다(웃음).
주진모 “이름에 색깔을 입히고 싶다”
댄디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 전작 드라마가 <기황후>라서 그런지, 신선하다 그런가? 내가 좀 달라 보이나(웃음)?
<사랑하는 은동아>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그간 전형적인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다 보니, 대중이 내게 갖고 있는 선입견이 있더라. 늘 뭔가 벽이 있는 배우로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 대본을 받았을 때, 지금까지 내가 연기했던 인물들과 달리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똑같은 사랑 이야기지만, 전보다 ‘풀어진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코드를 좋아하기도 하고.
‘지은호’는 어떤 인물인가 예전에 곽경택 감독님의 영화 <사랑>에 출연했는데, 과거에 사랑했던 여자를 위해 자신을 포기할 만큼 사랑에 ‘올인’하는 인물이었다. 은호라는 캐릭터도 비슷하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실에서의 모습은 ‘톱 스타’다. 카메라 앞에서는 예의 바르다가 가까운 스태프들에겐 막 대하는, 영악한 연예인의 면모도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다.
배우가 톱 스타를 연기하는 건 어쩐지 어색할 것 같다 대본에 있는 대사 그대로 가려니 어색하다. 그래서 뺄 것은 빼고, 최대한 상황에 맞게 표현하려고 한다. 편집의 힘을 믿고, 편하게 막 욕도 던지면서 연기하고 있다. 감독님도 그런 부분을 제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게 해 준다. 본래의 연기 스타일인가 연기는 안 그랬는데, 내 성격이 그랬지(웃음). 본래 내가 갖고 있는 밝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이번 역할을 통해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기황후>를 찍으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사극이란 점도 그랬지만, 지고지순한 사랑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틀에 갇혀 힘든 점이 많았다. 껍질을 벗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황후>가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던데 나도 얼마 전에야 들었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둔한 편이다. 대만에서는 해외 드라마를 통틀어 시청률 1위를 했다고 하더라. 하지원 씨랑 (지)창욱이는 이미 대만에서 팬 미팅도 했다는데, 내가 이제 와서 뭐 하겠다고 나서면 뒷북 치는 모양새일 거다. 어떤 작품이 잘되면 시류를 타고 움직이는 게 연예인인데, 내겐 그런 기질이 별로 없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흥행했을 때도 광고도 잘 안 찍었다. 그저 늘 다음 작품에 빠져서 다른 건 귀찮아했다. ‘난 역시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구나’라고, 그냥 좋게 여기고 있다.
데뷔한 지 16년째다.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또래 배우들이 강렬한 한 작품으로 정점을 찍고 움직여왔다면, 내겐 그런 대표작이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아직도 가능성이 많은 배우,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그 가능성을 다 보여주기 전에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 경험이 많이 쌓였으니 이를 바탕으로 내 연기를 좀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남성적인 역할보다 <해피엔드> <와니와 준하>에서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런 역할만 선호했던 건 아닌데, 목소리와 외모 때문에 터프하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굳은 것 같다. 신비주의도 아니었고 가면을 쓰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작품과 언론이 가면을 만들어 내게 씌워줬다. 진짜 내 모습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실제의 주진모는 개그맨인데, 대중이 잘못 알고 있다고. 나, 많이 재미있는 사람이다.
진짜 주진모는 일이 없을 때는 뭘 하나 <기황후> 끝나고는 계속 운동만 했다. 지인들과 골프를 다시 치기 시작했는데, 한두 번 필드에 나가니 승부욕이 발동되더라. 지난여름부터 가을까지 내내 골프장에서 살았다. 또 다른 오랜 취미는 낚시. 낚시하러 거의 전국을 돌아다녔다. 매주 동료들과 야구도 하고.
운동선수의 삶처럼 들린다 그렇다. 평상시에는 스포츠맨처럼 지낸다. 자기 생활에 충실하다고 좋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여기저기 관심이 많다 보니 장가를 못 간 것 같다.
일 때문에 결혼 계획을 미룬 건 아니고 절대 아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매번 ‘이 여자다’ 하고 결혼을 목표로 연애했다. 그런데 항상 결정적일 때 깨지더라.
사랑에 빠졌을 때는 어떤 남자인데 바보처럼 들리겠지만 앞뒤 분간을 못한다. 오직 그 사람만 본다. 한번은 해외영화제 참석 차 비행기를 14시간 동안 타고 숙소에 도착했는데, 짐을 풀자마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자기한테 오라고. 바로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끊었다. 부랴부랴 찾아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보고 싶어서’라고 하더라.
후회했나 후회하진 않았지만, 이제는 안 그런다(웃음). 그 뒤에 벌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하니까. 이제는 어느 정도 선이 그어진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봤으니 지은호에 몰입하기도 쉽겠다 그렇다. <사랑하는 은동아>의 은호라는 인물이 나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현실적인 감각이 발달된 사람들은 어릴 때 좋아했던 여자를 어떻게 나이 먹어서까지 좋아하느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겠지만 나는 이해가 간다. 대본 속의 은호의 마음이. 그 사람을 생각할 때나 보고 싶어 찾아갈 때의 마음, 그런 감정이 현실과 부딪치는 상황들에 대해서도.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기분이 묘하고 재미있다.
신인배우처럼 설레 보인다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 전과 많이 달라졌다. <기황후> 때까지만 해도 시청률이 신경 쓰였는데 <사랑하는 은동아>는 이런 감성에 공감할 수 있는 마니아 시청자들만 생겨도 성공이란 생각이 든다. 지은호라는 캐릭터에 다가가는 자세 자체가 내 연기, 내 이미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설령 망가지더라도 다 내려놓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진심이 통하기만 한다면, 분명히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40대가 되면서 생긴 여유일까 내가 40대인가? 신분증을 집에 던져두고 다닌 지 꽤 된다. 예전에는 남들한테 잘 보이고 싶고, 명대사 하나 넣어 달라고 조르기도 했지만, 이젠 흐르는 대로 가려고 한다. 나한테 급한 건 결혼밖에 없다(웃음). 어릴 때 유명세를 얻었고 비슷한 배우들과 경쟁도 벌이면서 살아왔지만, 언제부턴가 생각이 달라졌다. 어쨌든 이미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주진모’라는 이름을 알고 있지 않나. 바란다면 거기에 좀 더 다른 색깔을 입히고 싶다는 거다.
색을 입힌다는 표현이 참 좋다. 그런데 밖에서 기다리는 스태프들이 눈치를 준다. 이만 마무리해야겠다 누가? 괜찮다. 얘기 더 하자.
Credit
- editor 김아름 photo 김도원 stylists 안미경 & 김고은보미 hair 장규 (S-Hue/주진모)
- 임희성(김사랑) make-up 영옥(S-Hue/주진모)
- 성희(김사랑) assistant 최선우 design 최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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