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니츠카타이거에게 노란색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바르셀로나에서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색을 드러낸 오니츠카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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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츠카타이거의 스페인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베일을 벗었다.
바르셀로나, 오니츠카타이거, 플래그십 스토어. 세 요소가 융합된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손바닥만 하게 보이던 바르셀로나의 조감이 짙은 구름을 뚫고 비행기 창문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순간에도,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하는 동안에도 여러 버전의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오니츠카타이거의 스페인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바르셀로나에서 베일을 벗는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내내 그랬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영국의 쇼핑 1번지 리젠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런던 플래그십 스토어부터 노란색 외관으로 도쿄 긴자 거리에 대담한 풍경을 더한 옐로 컨셉트 스토어까지, 오니츠카타이거의 아이코닉한 거점을 차례로 떠올렸다. 으레 그러하듯 바르셀로나 플래그십 스토어도 이색적이겠구나 짐작했고, 예상 가능한 발상을 가볍게 배반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지난해 올림픽이 한창이던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한 ‘호텔 오니츠카타이거’는 또 어떻고. 호사스러운 고택을 토대로 샹들리에와 벽난로, 컬렉션 피스와 쇼 영상이 꽤 잘 어울린 공간은 뜯어볼수록 탐미하는 재미가 있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옐로 컬러의 공간이 실로 미래적이다.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쇼케이스.

예술적인 조명 연출과 돌을 거칠게 깎은 벽면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지난 3월 3일, 새로운 오니츠카타이거 플래그십 스토어가 그라시아 거리에 들어섰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지역은 바르셀로나 중심부에 있는 쇼핑 명소이자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특히 안토니 가우디의 역작들과 시간이 흘러도 그 자체로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줄지어 서 있는 곳이다. 그중 1900년대 초반의 격조 높은 건물에 자리 잡은 오니츠카타이거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라시아 거리의 건축적 명성과 미래적 감각을 넘나들며 근사한 공간을 완성했다. 되도록 건드리지 않은 외관은 얼핏 과거에 머문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에 발을 디딘 순간 다른 공기가 흘렀다. 밖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 해도 될 만큼 새로운 세계가 아이맥스처럼 펼쳐진 것이다. 요컨대 오니츠카타이거를 상징하는 옐로 컬러 스펙트럼에 정교하게 설계된 면면이 실로 미래적이다.

광택이 도는 표면과 천장의 조명 패널이 뿜어내는 미래적 감각.
옐로 구조물과 블랙 디테일이 빈틈없이 맞물리거나 입체적으로 마주 보며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이뤘다. 화성과 금성처럼 달랐지만 분위기는 뜨겁거나 차갑지도 않았다. 그런 와중에 반지르르 광택이 도는 표면, 천장의 큼지막한 조명 패널,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쇼케이스가 뿜어내는 미래적 감각이 공간을 휘감았다. 이 모든 요소는 <스타워즈> 세트장에서 가져왔다고 둘러대도 대부분 “어쩐지 그렇다 싶더라니” 할 것만 같다. 한편 돌을 거칠게 깎아 질감을 살린 벽면도 시각적 만족도가 높다. 예술적인 조명 연출과 어우러져 기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도 기시감이 들었다. 과장해서 말해 영화 <듄> 시리즈에서 본 듯한 석조 사원처럼 엄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나하나 오브제처럼 진열된 컬렉션 피스.
옐로 계단에도 자연스럽게 초점이 잡혔다. 투명한 벽 너머 초현실적 계단을 발견했다면 아래 공간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길 거다. 역시나 빨려 들어가듯 따라 내려가니 갤러리 공간이 나타났다. 뜻밖의 전개가 아니다. 오니츠카타이거는 런던 플래그십 스토어에 마련된 갤러리를 통해 최근 몇 년간 로컬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등 문화예술의 자장 안에서 생동과 소란을 일으켰다. 이곳도 궤를 같이했다. 오프닝 기간에는 브랜드 역사에서 굵직한 상징성을 지닌 슈즈들이 전시 형식으로 사람들과 마주했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멕시코 66 바르셀로나 스페셜 에디션도 포함됐다.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상징하고 새삼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대도시의 첨단 미학을 공간화한 플래그십 스토어.
플래그십 스토어의 디자인을 지휘한 이탈리아의 건축회사 ‘스튜디오 디니 카탈디’는 “그라시아 거리의 건축적 우아함과 도쿄가 가진 첨단 미학을 결합했다”고 밝혔다. 이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옐로와 블랙이 조형적 균형을 이룬 공간을 둘러보며 전통과 혁신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오니츠카타이거의 CEO 료지 쇼다를 인터뷰한 적 있는데, 그가 다짐하듯 했던 말이 그대로 기억에 남아 있다. “전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것. 오니츠카타이거의 목표입니다. ‘사람들의 꿈과 희망, 미래로 이어지는 일’이라는 창립자의 철학을 계승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밀란, 런던에 이어 바르셀로나에 안착한 오니츠카타이거의 세 번째 유럽 플래그십 스토어는 리테일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많은 사람에게 각인된 브랜드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을 넘어 패션과 스포츠 뒤에 가려져 있던 브랜드 정신과 기개를 공간화한 것임을 알겠다.

외관은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건축물의 명성과 우아함을 계승했다.

투명한 벽 너머 초현실적 계단의 끝에는 갤러리 공간이 나타난다.
마침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 오프닝을 앞두고 이탈리아 밀란 패션위크에서 오니츠카타이거 2025 가을/겨울 옐로 컬렉션이 공개됐다. 더 자세하게는 현대적인 영국 컨트리 룩부터 웨스턴과 펑크 디테일, 고프 코어와 로맨틱한 플리츠 장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융합된 룩들이 런웨이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스터드 장식이나 스퀘어 메탈 토를 인장처럼 새긴 발레리나 플랫 슈즈와 웨이트 리프팅 슈즈도 자석처럼 시선을 끌어모았다. 컬렉션의 화두는 ‘도시의 이중성’. 전통과 현대 요소가 충돌, 대치, 공존이라는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는 대도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아니면 어떤 흐름대로 이번 컬렉션 또한 전통과 현대의 교집합을 시도해 혁신 같은 스타일을 뽑아낸 셈이다. 한 시즌이 지나면 패션과 건축, 헤리티지와 미래적 숨결이 응집된 바르셀로나 플래그십 스토어에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이 입성할 예정이다. 다시 생각해도 딱 떨어지는 그림이다.



오프닝 당일, 이곳에는 형형색색의 슈즈 라인을 비롯해 컨템퍼러리와 컬렉션 피스들이 하나의 오브제처럼 정갈하고 간결하게 진열됐다. 첫 손님을 맞을 준비로 활발하고 분주한 직원들이 진열대 앞에서는 슬로 모션으로 움직였다. 신중하게 아이템을 고르고 섬세하게 위치를 잡다가도 배치를 바꾸기를 몇 차례. 그렇게 초현실적 공간에 마침표를 찍었고, 하나하나 쳐다보게 만들었다. 현실세계에서 이 정도로 흥미로운 미장센을 본 게 언제였을까?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을 켰다. 잠깐 비켜주실래요? 그라시아스(Gracias).
Credit
- 에디터 김영재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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