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로제가 닳도록 신은 신발? 푸마와 로제의 만남이 운명인 이유

로제가 오직 엘르에게만 이야기해준 푸마×로제 컬렉션의 단독 비하인드 스토리!

프로필 by 박지우 2025.09.01

로제는 늘 경계에 선 사람처럼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소년의 눈을 한 채 섬세한 소녀의 몸짓을 보여주는가 하면, 무대 위에선 어김없이 압도적이죠. 푸마와 로제가 함께한 협업 컬렉션은 무대 밖 로제의 내밀한 이야기를 또렷이 드러냅니다. “가장 로제다운 선택이 모여 완성된 컬렉션”이라는 로제의 담백한 목소리 안에는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 진정한 자기 자신을 골똘히 마주하는 아티스트의 진실한 시간이 배어있죠.


푸마와 로제의 캡슐 컬렉션은 총 10가지 아이템으로 구성됐습니다. 푸마의 상징적인 스피드캣을 로제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스니커를 비롯해 곳곳에 ‘ROSIE’가 새겨진 스포티한 메시 탑, 미니스커트, 스웨트셔츠에는 로제의 어릴적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있죠. 데뷔 10주년을 앞둔 지금, 로제는 다시금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을까?” 이번 협업은 그 끝없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죠. <엘르>와 함께한 국내 단독 인터뷰에서 로제는 가장 솔직하고 두려움 없는 언어로 푸마와의 첫 번째 페이지를 써내려갔습니다.


컬렉션을 보자마자 ‘지극히 로제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하인드 영상에서도 리본을 여기저기 묶는 등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는데, 디자인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어떤 포인트를 가장 염두에 뒀나요

아무래도 제 이름이 걸린 작업이다 보니, 가장 나다운 것을 선택하려고 했어요. 최대한 저와 닮은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죠.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면서 제 취향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었고요. 처음 선보이는 협업 컬렉션이라 미숙한 부분도 많지만, 결국 ‘가장 로제다운 선택들’이 모여 완성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애정이 가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스웨트셔츠와 미니스커트요. 누군가는 너무 심플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스웨트셔츠 샘플을 받아보자마자 핏이 정말 잘 나왔다고 느꼈거든요. 원단의 촉감도 너무 좋고, 마음에 쏙 들어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어요. ‘아, 이런 게 바로 컬래버레이션의 묘미구나’ 싶었죠(웃음).


이번 컬렉션을 걸친 로제는 어떤 모습일지 자유롭게 상상해본다면요

무대가 끝난 뒤 옷을 갈아입고 친구들과 음식을 먹으러 가는 모습이 떠올라요. 혹은 출근길에 가볍게 걸쳤다가, 일을 마치고 다시 갈아입는 편안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모습이요. 무대에서 내려오면 편안함과 스타일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리허설 의상도 은근히 고민이 많아요.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화면에 비친 제 모습이 만족스러운 정도의 균형을 찾으려고 하죠.


이번 컬렉션에는 무대 위 로제와 무대 밖 로제가 모두 담겼다고요. 평소 무대 밖의 로제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화려한 옷도 좋아하지만, 그 안의 편안함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이동이 많은 저에게는 결국 스타일과 실용성을 모두 잡는 게 관건이죠. 그래서 편안하지만 마냥 편안해 보이지만 않은 옷들에 자꾸 손이 가요. 이번 컬렉션이 그런 균형을 보여주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거예요.


내년이면 벌써 블랙핑크가 데뷔 10주년을 맞이합니다. 지금까지 행보를 돌아보면 로제는 무엇을 향해 질주하고 있나요

예전에는 한 가지만 끝없이 쫓았다면 최근에는 조금 달라졌어요. ‘나는 과연 어디로 달려가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죠. 딱 하나의 정답을 말하기에는 지금이 제게 변곡점 같은 시기예요. 너무 추상적이었나요(웃음)?


아니에요. 누구에게나 필요한 과정이니까요

맞아요. 어릴 땐 제가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게 답이야’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결국 제가 아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배우는 마음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에요.


푸마의 스피드캣 발렛처럼, 빠른 속도와 섬세한 감성이 로제 안에도 공존하는 듯합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로제와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예쁘게 표현해 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저는 딱 그 조합으로 이루어진 사람 같아요. 어느 한쪽을 고르자면 어렵지만, 여성스러움 속에 소년 같은 면도 분명히 있거든요. 결국 그 중간 어딘가가 제 모습인 것 같아요. 푸마의 스피드캣 발렛이 정확히 제 모습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푸르른 잔디밭을 배경으로 한 캠페인이 데뷔 초 풋풋한 모습과 겹쳐 보였어요. 어린 시절엔 어떤 신발을 좋아했어요

질문을 듣고 번뜩 떠올랐는데, 어릴 때 정말 좋아하는 플랫슈즈가 있었어요.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것만 신을 정도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예쁜데 편안하기까지 해서 집착하듯 신었던 것 같아요. 당시 플랫슈즈가 유행이라 청바지와 매일 매치하곤 했어요.


역시 푸마와의 만남은 운명이었나 봅니다. 다음 협업 기회가 온다면 무엇을 만들어보고 싶나요

솔직히 지금 당장은 뭐라 말하기 어려워요. 저는 순간의 영감을 따라가는 편이라, 무언가를 미리 생각해두더라도 그 때가 오면 또 달라지거든요. 실제 워크숍에서 원단을 만지고, 푸마 팀과 소통하면서 즉각적으로 아이디어가 피어나는 걸 많이 느꼈어요. 나에 대해서는 물론,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죠.


로제는 볼수록 감각이 번뜩이는 아티스트 같아요. 영감은 주로 언제, 어떻게 얻는 편인가요

그 순간, 그 자리에서요. 예를 들어 사진가가 첫 컷을 찍었을 때 ‘아, 이 포즈구나’ 하고 바로 감이 와요. 매번 그 즉흥의 순간이 저를 움직이죠. 이번 협업도 제가 순간적으로 느낀 소재의 질감이나 상상력을 푸마 팀에서 잘 받아들여 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번 푸마 컬렉션을 데일리 룩에 색다르게 녹여낼 수 있는 로제만의 팁을 알려준다면요

이번 컬렉션은 무엇보다 ‘편안함’에 중점을 두었어요. 저는 패션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편안함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핏이 될 수도, 색감이 될 수도 있죠. 이번 컬렉션은 어디에나 잘 스며드는 베이직한 컬러로 구성되어 있어서, 평소 입는 옷에 자유롭게 더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가령 요즘 저는 펜슬 스커트를 자주 입는데, 여기에 스웨트셔츠를 매치하는 식으로 믹스매치를 즐기고 있어요. 무엇 하나 튀지 않으면서,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아이템들이니 여러분의 취향을 이번 컬렉션에 마음껏 얹어 보셨으면 해요.


역시 ‘사복 장인’다운 센스입니다. 로제의 패션은 전 세계 매체에서 늘 화제가 되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이 어떤가요?

너무 좋죠!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큰 힘이 돼요. 어릴 땐 ‘내가 다 맞아’라는 생각을 하다가, 한동안은 의기소침했던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제 패션을 칭찬해주시면 ‘저를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이 들어요.


이번 협업 컬렉션을 통해 팬들이 새롭게 발견해주었으면 하는 로제의 모습이 있나요

가장 나다운 걸 담으려고 노력한 컬렉션인 만큼 ‘로제가 무언가를 시작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느껴주셨으면 해요. 저도 이런 본격적인 협업 컬렉션은 처음이라 낯설고 긴장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Credit

  • 에디터 박지우
  • 사진 COURTESY OF PU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