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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도쿄 여행에서 만나는 일본 건축 거장의 전시

나이토 히로시와 후지모토 소스케. 지금 도쿄에서는 일본 건축을 리드하는 두 거장의 회고전이 한창입니다.

프로필 by 강서윤 2025.09.06

건축 애호가라면 9월 도쿄 여행을 놓칠 수 없죠. 일본 건축계를 대표하는 두 거장, 나이토 히로시와 후지모토 소스케의 전시를 동시에 만나볼 수 있으니까요. 수십 년 간의 궤적을 아카이브로 풀어낸 나이토 히로시의 전시부터 차세대 건축을 상징하는 후지모토 소스케의 대규모 개인전까지, 지금 도쿄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건축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드문 기회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나이토 히로시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이토 히로시.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작품들이 많지만 투명한 유리 벽으로 감싼 독특한 구조의 키오이 세이도는 가장 유명한 대표작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완공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평소 대중에게 개방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던 키오이 세이도.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건축물을 직접 설계한 나이토 히로시의 40년 건축 인생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신 대로 자유롭게 만들어주세요. 목적과 기능은 완공 후에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죠.” 공사에 들어가기 전부터 건물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여긴 건물주는 나이토 히로시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그저 기다렸고, 그 결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멋진 건축물이 탄생했습니다. 대중에게 키오이 세이도 내부를 오픈하여 전시를 여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요. 건축 애호가들은 언제 다시 이 감동을 눈에 담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간절함과 아쉬움으로 서둘러 이 공간을 찾고 있답니다.



어두운 동굴을 떠올리게 하는 1층은 2011년 발생했던 동일본 대지진을 주제로 한 설치 작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연 재해로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188,00명을 기리며 반짝이는 유리 조각을 이용해 거대한 원을 만들었죠.



어둠이 짙게 깔린 1층과 달리 2, 3, 4, 5층은 천장에 설치된 9개의 스카이 라이트가 구석진 곳까지 구석구석 빛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체험하며 빛과 그림자의 조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답니다.



나이토가 손으로 직접 그리고 쓴 건축 수첩과 스케치를 통해 40여 년에 걸친 그의 건축적 사고와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오직 9월 30일까지만 오픈한다고 하니 기간 안에 꼭 방문해보세요.


나이토 히로시: 아무거나 그리고 모든 것
2025년 7월 1일 ~ 9월 30일
키오이 세이도(TokyoChiyoda City, Kioicho 3)



후지모토 소스케


한편, 도쿄 시내의 환상적인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는 롯본기 힐스 53층에 위치한 모리 미술관에서는 일본의 차세대 건축가 후지모토 소스케의 작품전이 한창입니다.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심볼인 ‘더 그랜드 링’을 제작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지모토 소스케. 자연과 건축의 융합을 키워드로 한 독창적인 건축 철학으로 오래전부터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아 왔죠. 프리츠커상 유력 후보로도 자주 언급되곤 한답니다.



‘세계가 하나의 원으로 연결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전통적인 일본의 나무 접합 방식을 활용해 만든 ‘더 그랜드 링’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모리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원시, 미래, 숲(Primordial Future Forest).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수많은 미니어처 모형들이 나무처럼 빼곡히 서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비좁은 모형 사이를 걸으며 자연스레 후지모토 소스케의 건축 여정을 따라가게 됩니다.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후지모토 소스케의 첫 대규모 개인전인 만큼, 건축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초기 시절부터 여전히 진행 중인 작업물까지 지난 30여년 동안의 프로젝트 역사와 건축적 특징, 아이디어를 다각적으로 만나볼 수 있답니다. 모형과 사진만 소개하는 기존의 건축 전시들과 달리, 몰입형 또는 체험형 스팟이 마련되어 전시장을 돌아보는 것 자체로 다양한 건축물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 전시의 특징이랍니다. 초기 계획도와 모형, 건축 사진은 물론 실물 크기의 설치 작품을 통해 후지모토 소스케의 심오한 건축적 세계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으니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꼭 방문해보세요.


후지모토 소 건축전: 원시, 미래, 숲
2025년 7월 2일 ~ 11월 9일
모리 미술관, 롯폰기 힐즈 모리 타워 53층(Tokyo, Minato City, Roppongi, 6 Chome−10−1 Roppongi Hills Mori Tower, 53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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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공인아
  • 사진 공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