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디올의 다음 얼굴, 조나단 앤더슨의 다음 행보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조나단 앤더슨은 하우스 전 부문을 총괄하며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예측보다 변화, 반복보다 실험을 택한 조나단 앤더슨의 선택은 디올의 다음 방향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프로필 by 김명민 2026.02.06

소문난 워커홀릭에 헤비 스모커로 알려진 사람. 날카로운 사고와 대중의 시선을 끄는 이미지를 겸비한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이 디자이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꽤 흥미롭다. 배우를 꿈꾸며 뉴욕 줄리아드 스쿨에서 연극을 공부하던 그는 무대 뒤에서 접한 의상과 시각 언어에 흥미를 느끼며 패션 디자인으로 방향을 틀었다.

2008년, 조나단 앤더슨은 자신의 이름을 딴 디자이너 레이블 ‘JW Anderson’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디자이너 길로 들어섰다. 패션을 단순한 옷이 아닌 예술과 문화의 관점에서 해석한 조나단 앤더슨의 시각은 단번에 두각을 나타냈다. 브랜드 론칭 후 2012년 여성복 신인 디자이너상, 2013년 신예 브랜드상, 2014년과 2015년에 연이어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하며 영국 패션 어워드를 휩쓸었다.


조나단 앤더슨이 막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 솔직히 그의 유명세가 실력이 아닌 훈훈한 아웃핏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모두가 주목하는 스타성에 뛰어난 실력과 열정, 거기에 천부적 재능까지. 그저 반짝하는 이미지 소비에 그칠 디자이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020년, 로에베 이비자 컬렉션을 계기로 그 생각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 북아일랜드와 자유롭고 밝은 이비자. 조나단 앤더슨이 어린 시절을 보낸 두 곳의 극명하게 다른 환경이 감각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고, 결과는 컬렉션으로 드러났다. 풍부한 색감과 감각적인 레이어드, 자유롭지만 가볍지 않은 분위기. 실제로 컬렉션과 마주한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패션에 접목시키고, 장인 정신을 더해 감각적인 룩을 구현해 내다니. 자신의 삶 한 부분도 허투루 놓치지 않고 기억과 감정을 패션으로 풀어낸 집념과 무모함은 눈부시게 아름답기까지 했다. 이후 패션밖에 모르는 일중독자를 열렬히 응원하기 시작했다. 조나단 앤더슨이 11년간 이끈 로에베를 떠난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곧이어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디올을 떠났고, 그 바통을 조나단 앤더슨이 이어받았다.


2025년 6월, 조나단 앤더슨은 남성복 · 여성복 · 오트 쿠튀르에 이르기까지 하우스의 전 부문을 총괄하는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됐다. 이는 크리스챤 디올 이후 처음 있는 역사적 순간이다. 막대한 부담감 속에서 선보인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2026 봄 여름 컬렉션은 새롭고 분명했다. 크리스챤 디올의 시그너처 실루엣인 뉴 룩은 드레이프, 오버사이즈 보, 접힌 실루엣으로 디자인되었고, 정제된 컬러 팔레트는 우아함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조나단 앤더슨은 디올의 아카이브를 재현하는 대신,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통에 대한 존중 위에 자신의 DNA를 녹여낸 것이다. 디올의 비 재킷과 플레어스커트 등의 클래식 실루엣은 새로운 비율과 구조로 다시 태어났고, 조나단 앤더슨 특유의 과장된 형태와 구조적 실루엣이 무대를 장악했다. 여기에 더해진 리본 디테일은 예상치 못한 사랑스러움으로 긴장을 완화했다.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은 유산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그것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그 사이에서 조화와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여성의 목소리와 전통적 우아함, 정교함으로 디올을 그렸다면, 조나단 앤더슨은 전통과 현대적 비주얼의 충돌을 통해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확장한다. 디올의 ‘쿨’한 변신이 시작된 것이다.


“브랜드가 예측 가능해지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는 말은 안주하기보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조나단 앤더슨이 결과로 자신을 증명해 온 방증이다. 묵묵히 실력으로 답해온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의 새로운 챕터는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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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명민
  • 사진 브랜드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