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트렌디한 큐레이션 플랫폼 창립자의 위시리스트

지극히 사적인 위시리스트에서 출발한 큐레이션 플랫폼 '아이캔어포드디스벗메이비쉬캔’의 파운더들! 조지 우와 말리카 파브르와의 대화.

프로필 by 윤정훈 2026.03.22

‘I can’t afford this but maybe she can’이라는 이름이 참 유쾌하다. 처음엔 그저 갖고 싶은 걸 올려두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출발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시작은 어땠나

조지 우리는 2012년 런던 프로덕션 회사와 애니메이션 디렉터로 계약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시작은 사소한 농담이었다. 흔히 친구끼리 멋진 물건을 발견하면 메시지를 보내지 않나. 그 무렵 말리카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커리어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눈여겨봤던 물건을 하나둘씩 손에 넣기 시작했는데, 당시 나는 뮤직비디오와 개인 작업으로 비교적 빠듯한 생활을 했다. 말리카가 보여주던 물건이 어느 순간 그 친구 집에 있더라. 그래서 ‘나는 못 사지만 그녀는 살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농담으로 이 계정을 만들었다. 5년쯤 지나 우리는 각각 바르셀로나와 영국 호브로 이주했고, 팬데믹 시기부터 이 계정을 공동 프로젝트로 운영하기로 했다.


보드 게임 디자인 회사 ‘위스트 코스트 게임스가(Weast Coast Game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뱀 우로보로스(Ouroboros)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분노의 뱀들(Snakes of Wrath)’.

보드 게임 디자인 회사 ‘위스트 코스트 게임스가(Weast Coast Game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뱀 우로보로스(Ouroboros)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분노의 뱀들(Snakes of Wrath)’.

오너멘털 바이 라메이스(Ornamental by Lameice)가 팔레스타인 자바 지역의 장인들과 만든 ‘더 테타 차이포트(The Teta Chaipot)’.

오너멘털 바이 라메이스(Ornamental by Lameice)가 팔레스타인 자바 지역의 장인들과 만든 ‘더 테타 차이포트(The Teta Chaipot)’.

‘피디엠 브랜드(PDM Brand)’에서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싱싱한 토마토 스툴.

‘피디엠 브랜드(PDM Brand)’에서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싱싱한 토마토 스툴.

현재는 35만 팔로어가 있는 계정으로 성장했고, 이렇게 축적된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제작자들의 판매로 이어지는 온라인 ‘바자(Bazaar)’도 운영 중이다

말리카 처음엔 우리 둘을 위한 계정이었다. 오브제부터 인테리어, 패션, 건축물까지 마음이 가는 대로 올렸고, 기준이나 규칙은 없었다. 중요한 건 창의성과 아이디어, 손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지닌 힘이었다. 초반엔 성장이 더뎠다. 어느 순간 크리에이터들과 영감을 찾는 사람들, 우리가 멀리서 동경했던 사람들의 리그램과 팔로를 계기로 빠르게 확장됐다. 그저 하루하루 하던 일을 계속했을 뿐인데 지금까지 온 거다. 4년 동안 거의 매일 큐레이션을 하다 보니 이 아카이브를 SNS 밖으로 확장하고 싶어졌다. 스크롤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물건과 제작자들이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소규모 브랜드와 메이커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운영하는 공간을 존중하면서 이 프로젝트 역시 지속 가능한 형태로 이어가고 싶었다.


말리카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조지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플랫폼 운영도 병행하고 있다. 두 사람의 본업이 이 프로젝트에 어떤 색을 더하고 있는지

말리카 이 프로젝트는 내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의 연장선 같다. 손으로 그리던 일을 ‘시선’으로 이어가는 느낌이랄까. 이야기를 단순화하고, 아름다움과 색을 찬미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그림 그리는 시간은 줄었지만 상상도 못한 것을 많이 배웠다.

조지 솔직히 말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본업과 가족 사이, 하루의 모든 틈새로 이 프로젝트가 스며든다. 출퇴근길부터 점심시간, 주말까지. 이젠 집요한 취미가 된 것 같기도 하다(웃음). 내 디자인 작업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큐레이션에 영향을 준다.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일하다 보니 새로운 관점을 접하게 되고, 그게 피드에 반영되는 것 같다.


살바도르 달리의 ‘로브스터 전화기’에서 영감받아 메종 발자크가 디자인한 로브스터 집게발 칵테일 냅킨.

살바도르 달리의 ‘로브스터 전화기’에서 영감받아 메종 발자크가 디자인한 로브스터 집게발 칵테일 냅킨.

추억의 레고 블록으로 감각적인 주얼리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고고(Studio GoGo)의 링 컬렉션.

추억의 레고 블록으로 감각적인 주얼리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고고(Studio GoGo)의 링 컬렉션.

수많은 디자인과 제품이 쏟아지는 시대에 ‘마음을 움직이는 물건’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어떤 아이템에 마음이 끌리는지 각자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말리카 나를 놀라게 하거나, 마음을 움직이거나, 웃게 만들거나, 순수한 기쁨을 주는 물건. 이 중 하나만 충족해도 충분한데 네 가지 모두라면 정말 놀라운 존재다. 어떤 오브제가 특별하게 느껴질 땐 즉각 알 수 있다. 머릿속에서 작은 기쁨이 ‘번쩍’ 하고 터지는 순간이 있지 않나.

조지 보는 순간 ‘왜 이걸 내가 먼저 떠올리지 못했을까’ 하는 아이디어 또는 말이 필요 없는 장인 정신에 끌린다. 내겐 그런 게 진짜 럭셔리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좋아할까 많이 신경 썼는데, 하도 포스팅하다 보니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제 기대만큼 반응이 나오지 않아도 내가 진심으로 좋아한 것이란 사실에 확신이 있다.


이 플랫폼의 정체성은 ‘언젠가 갖고 싶은 것’과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것’이라는 감정에 기반한다. 두 사람에게 위시리스트와 선물은 어떤 의미일까

말리카 위시리스트는 당장 소유하지 않아도 괜찮은, ‘천천히 꾸는 꿈’ 같다. 영감을 저장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선물은 누군가의 취향과 바람을 세심하게 바라본 뒤 건네는 마음 아닐까. 아주 잠깐이라도 상대를 기쁘게 만들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

조지 내게 위시리스트란 또 다른 삶 혹은 여러 개의 삶을 상상해 보는 공간이다. 나는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상대가 진짜로 원하는 물건이거나 그 사람의 성격과 딱 맞아떨어질 때 특히 그렇다. 그 자체로 즐거운 미션 같다.


생생한 패턴과 컬러가 주방에 활기를 더해주는 도마는 프레데릭스 앤 메이(Fredericks & Mae) 제품.

생생한 패턴과 컬러가 주방에 활기를 더해주는 도마는 프레데릭스 앤 메이(Fredericks & Mae) 제품.

오르고 멋지게 무너뜨릴 수 있는 장난감은 프레젠트 스토리(Present Stories)의 플레이 퍼니처 세트.

오르고 멋지게 무너뜨릴 수 있는 장난감은 프레젠트 스토리(Present Stories)의 플레이 퍼니처 세트.

경쾌한 색감과 실루엣의 의자는 피디엠 브랜드의 ‘클로버 체어’.

경쾌한 색감과 실루엣의 의자는 피디엠 브랜드의 ‘클로버 체어’.

1984년 마이크 블리스(Mike Bliss)가 튤립과 수선화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한 램프를 재출시한 유니크 앤 유니티(Unique & Unity)의 ‘플라워 라이츠(Flower Lights)’.

1984년 마이크 블리스(Mike Bliss)가 튤립과 수선화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한 램프를 재출시한 유니크 앤 유니티(Unique & Unity)의 ‘플라워 라이츠(Flower Lights)’.

현실적 조건은 차치하고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을 꼽는다면

조지 요즘은 ‘살 수 있느냐’보다 ‘정말 필요한가’ 사이에서 더 고민한다. 하지만 세실리에 반센의 드레스, 이코닉(Ikonic)의 악어 벤치, 피아트 ‘졸리 600((Jolly 600)’은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다. 졸리 600은 차문이 없고 위에 간단한 차양만 달린 자동차인데 영국 날씨엔 최악일 테니.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별장도 필요하겠다(웃음).

말리카 5년 전이라면 몇 개 없었을 텐데 지금은 열두 개쯤 될 거다. 에토레 소트사스의 ‘칼튼(Carlton)’ 선반과 발망의 시퀸 드레스, 니콜라 L의 ‘팜므 아르무아르(Femme Armoire)’까지. 목록은 끝이 없다.


말리카 파브르.

말리카 파브르.

조지 우.

조지 우.

과잉 시대에 이런 아이템 큐레이션 플랫폼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이 플랫폼으로 실험해 보고 싶은 방향은

말리카 AI의 부상과 에디토리얼 플랫폼마저 상업화되는 흐름에서 나는 ‘취향’이 미래의 화폐가 될 것으로 본다. 사람들은 매일 엄청난 양의 이미지와 오브제, 진실처럼 포장된 의견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스스로 소비 대상처럼 느껴지지 않는, 조금 안전한 공간을 찾는 것 같다. 운영자의 취향에 공감할 수 있는 플랫폼 말이다. 이 프로젝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얼마나 오래 이어지든 기쁨을 주는 오브제와 대담한 아이디어, 독립적인 목소리를 담아낸 타임 캡슐로 남길 바란다.

조지 요샌 살 수 있는 물건이 너무 많다. 하지만 선택지만 던져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꼴레뜨(Colette) 같은 컨셉트 스토어의 밀도 높은 큐레이션이 그립다. 나에게 말을 거는 공간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기쁨 같은 것 말이다. 우리는 모두를 위한 플랫폼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런 공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피드와 바자를 꾸준히 성장시키고, 큐레이션 자체를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 장문의 글과 특정 브랜드, 에디토리얼 전문가와의 협업, 오프라인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필드 트립도 구상 중이다. 우리는 늘 ‘소음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일’에 가장 큰 즐거움을 느껴왔다. 앞으로도 그런 감각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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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