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자세히 볼수록 놀라운, LVMH 프라이즈 우승자들의 한 끗

올해 LVMH 프라이즈가 선택한 세 디자이너, 자세히 볼수록 그 이유가 보입니다.

프로필 by 정지인 2026.09.09

수많은 이름이 오가고, 몇 번의 관문을 지나고 나서야 드디어 세 명만이 남았습니다. 2,400여 명의 지원자에서 20명으로, 다시 9명의 파이널리스트로 좁혀진 LVMH 프라이즈가 마침내 지난 9월 4일 파리에서 최종 수상자를 발표했죠. 줄리 케겔스, 리이의 자네 리, 요시타 1967의 아닐 파디아. 이제 이 세 이름을 기억해둘 차례입니다. 하지만 이름과 수상 이력만 알아두기에는 조금 아쉽죠. 이들의 우승을 설명하는 힌트가 꼭 거창한 곳에 숨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봐서는 지나칠 법한 디테일을 하나씩 뜯어보니, 어쩌면 이들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여기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들을 우승할 수 있게 한 건 어떤 작은 디테일이었을까요?



줄리 케겔스
LVMH 프라이즈 우승자

 @lvmh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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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keg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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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keg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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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케겔스가 LVMH 프라이즈를 가져간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두지 않는 위트가 있거든요. 실루엣은 엉뚱하게 뒤집고, 비율은 낯설게 어긋나게 만들며, 익숙한 디테일의 쓰임까지 바꿔버립니다. 덕분에 그녀의 옷에는 한 번 보고 지나치기엔 아까운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시선을 붙잡게 만드는 것, 이것이 줄리 케겔스의 가장 영리한 디자인 방식입니다.



@juliekegels @juliekegels @juliekegels @juliekegels

그리고 이 영리한 비틀기는 가방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평범한 가방을 만드는 대신, 익숙한 형태에 그녀만의 엉뚱한 한 수를 더하거든요. 때로는 나보다 소중한 가방에 우비를 씌워주기도 하고요. 쿠션 대신 가방을 베고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소중한 옷을 담을 슈트케이스 가방부터 바쁜 일상을 함께할 더블 백까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가방과 함께 보내는 일상의 순간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디자인이죠. 옷으로 이름을 알린 하우스 브랜드들이 결국 가방에까지 손을 뻗는 것처럼, 줄리 케겔스의 다음 행보 역시 가방이 될까요?




리이 - 자네 리
LVMH 칼 라거펠 프라이즈 수상

@l__i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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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리이의 자네 리를 말하기 전에, 그가 수상한 ‘칼 라거펠트 프라이즈’에 대해 먼저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칼 라거펠트를 기리기 위해 2022년에 신설된 시상 부문으로, LVMH 프라이즈 본상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상 중 하나인데요. 정해진 공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매년 파이널리스트 가운데 자신만의 창의성과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 디자이너에게 특별히 수여됩니다. 스포츠웨어와 꾸뛰르를 오가는 자네 리의 디자인에는 대체 어떤 새로움이 있었던 걸까요.



@l__i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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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옷을 만드는 방식에는 조금 엉뚱한 관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완성된 옷의 모습에 머무르기보다, 옷을 입고 벗는 그 사이의 순간에 주목한다고 하는데요. 몸이 옷을 통과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실루엣이 불쑥 나타나는 그 우연한 순간마저 그는 하나의 디자인으로 끌어들입니다.



@l__i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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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그의 컬렉션을 보다 보면, 우리가 옷을 입고 벗는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죠. 한쪽 팔만 옷 밖으로 빠져나와 있거나, 벗던 옷이 몸에 걸쳐진 채 잠시 멈춰 있는 순간처럼요. 자네 리에게 매일 아침 옷을 입는 일은 가장 일상적인 모습이자 가장 흥미로운 장면일지도 모르겠네요.




요시타 1967 - 아닐 파디아
LVMH 사부아-페르 상 수상

 @anilpa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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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shita1967

@yoshita1967

@yoshita1967

@yoshita1967

다음은 요시타 1967를 이끄는 아닐 파디아입니다. 그의 옷을 보면 크로셰 하나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예상 밖의 형태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성글고 느슨한 크로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기도 한데요. 실을 아주 촘촘하게 엮어내 마치 잘 짜인 하나의 패브릭처럼 보이는 표면부터, 한 코 한 코 다른 방향으로 얽어낸 특이한 패턴과 조직까지.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장면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마치 한 겹씩 페이지를 넘기며 읽어야 하는 소설처럼,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디테일이 뒤늦게 눈에 들어오는 재미가 있죠.



@yoshita1967

@yoshita1967

요시타 1967의 크로셰를 만드는 데 케냐 여성 장인들의 손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나이로비에서 활동하는 이 장인들은 아닐 파디아와 함께 새로운 짜임과 기법을 직접 실험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과정까지 함께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 모든 일은 2021년, 단 두 사람에서 시작됐습니다. 100% 핸드메이드 컬렉션을 만들겠다는 꽤나 큰 목표를 세우고, 그걸 실제로 가능하게 만들 생산 시스템까지 처음부터 만들어야 했죠. 그렇게 하나씩 손으로 부딪혀가며 방법을 찾던 공간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직접 시험해 보는 개발 스튜디오가 됐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보니, ‘노하우’를 뜻하는 사부아-페르 상이 요시타 1967의 시간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이름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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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손영우
  • 사진 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