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한물간 줄 알았던 ‘이 신발’이 돌아왔습니다

올가을 카우보이 부츠를 다시 꺼내야 하는 이유.

프로필 by 박지우 2026.09.14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옷장 한구석으로 밀려났던 카우보이 부츠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한때 거리를 장악했던 웨스턴 무드가 잠잠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추는 듯했지만, 올가을 분위기가 달라졌죠. 뾰족한 앞코와 사선으로 깎인 굽, 부츠 위를 장식하는 자수 디테일로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카우보이 부츠가 이번 시즌 다시 패션의 중심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만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신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웨스턴 룩으로 무장하기보다는 평소 즐겨 입는 일상적인 옷에 카우보이 부츠를 하나 더하는 것이 핵심이죠.


다시 돌아온 웨스턴 무드

마르니 2026 F/W 컬렉션

마르니 2026 F/W 컬렉션

몇 시즌 전, 패션계에 거세게 불었던 웨스턴 열풍을 기억하시나요? 카우보이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스타일링이 상상 속 이미지를 넘어 런웨이와 패션 무드보드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린지 장식이나 데님, 가죽 재킷과 함께 웨스턴 무드를 완성하는 아이템이 하나둘 주목받았고, 그 중심에는 단연 카우보이 부츠가 있었죠. 뾰족한 앞코와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굽, 부츠의 목 부분을 따라 새겨진 자수와 장식이야말로 오직 카우보이 부츠만이 간직한 고유의 매력이죠.


당시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한 카우보이 부츠는 모두의 옷장에 자리 잡으며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유행은 빠르게 변하는 법이죠. 한동안 카우보이 부츠의 자리를 대신해 슬림한 롱부츠나 미니멀한 앵클부츠 등 새로운 실루엣의 부츠가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어요. 올가을, 잠잠했던 카우보이 부츠가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까요.


올해는 조금 다릅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 2026 F/W 컬렉션

가브리엘라 허스트 2026 F/W 컬렉션

이번 시즌 카우보이 부츠의 귀환이 반가운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유행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번에는 웨스턴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옷에 카우보이 부츠를 섞어 새로운 균형을 만드는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죠. 즉, 카우보이 부츠 하나만으로 ‘카우걸’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출근 룩이나 주말의 캐주얼한 차림에 낯선 한 끗을 더하는 아이템으로 활용할 때 지금의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립니다.


옷장 깊숙한 곳에 몇 년 전 사두었던 카우보이 부츠가 있다면 이제 다시 꺼내볼 때입니다. 한때는 너무 강한 개성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번 시즌에는 생각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죠. 단순한 데님과 티셔츠 차림도 카우보이 부츠 하나만 더하면 훨씬 선명한 인상을 만들 수 있고, 반대로 우아한 드레스에 매치하면 예상하지 못한 대비가 생깁니다. 올가을 카우보이 부츠가 다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벨라 하디드의 모범 답안

이런 흐름을 일찌감치 보여준 인물로 벨라 하디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웨스턴 스타일의 비공식적인 대표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카우보이 부츠를 꾸준히 자신의 스타일에 활용해왔죠. 최근에는 로우라이즈 진에 여러 개의 벨트를 겹쳐 착용하고 카우보이 부츠를 매치해 지금 가장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웨스턴 무드를 풀어냈습니다. 강한 개성을 지닌 아이템을 하나씩 조합하면서도 전체적인 실루엣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스타일링입니다.


마고 로비제니퍼 로페즈 역시 카우보이 부츠를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우아한 드레스 아래 카우보이 부츠를 신어 서로 다른 분위기의 아이템을 충돌시키죠. 여성스럽고 정제된 드레스와 거칠고 빈티지한 부츠의 조합은 예상보다 훨씬 세련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한쪽으로 무드를 몰아가기보다 서로 다른 요소를 섞는 것이야말로 이번 시즌 카우보이 부츠를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런웨이에도 등장했어요

끌로에 2026 F/W 컬렉션

끌로에 2026 F/W 컬렉션

카우보이 부츠의 귀환은 스트리트 스타일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2026 F/W 컬렉션에서도 수많은 디자이너가 카우보이 부츠를 저마다의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했죠. 끌로에는 긴 보헤미안 스커트와 세련된 블레이저에 카우보이 부츠를 더해 자유로운 분위기와 정제된 테일러링을 동시에 보여줬습니다. 익숙한 웨스턴 부츠를 여성적인 실루엣과 도시적인 재킷 사이에 배치하면서 훨씬 현대적인 인상을 완성했죠.


가브리엘라 허스트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카우보이 부츠의 활용도를 확장했습니다. 보헤미안 무드의 러플 드레스와 함께 매치해 자연스럽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한편, 완벽하게 재단된 수트 아래 카우보이 부츠를 신어 지나치게 포멀해질 수 있는 룩에 여유를 더했습니다. 이처럼 이번 시즌 카우보이 부츠는 웨스턴 룩의 일부라기보다 기존의 스타일에 변주를 더하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은 단 하나

그렇다면 올가을에는 어떻게 신어야 할까요? 카우보이 부츠는 그 자체로 충분히 강한 개성을 가진 아이템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템의 존재감을 조금 덜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실루엣이 간결하고 세련된 옷과 함께 매치하면 부츠의 매력이 훨씬 또렷하게 살아나죠. 짧은 하의에 블레이저를 걸치거나, 우아한 드레스와 함께 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데님 버뮤다 팬츠와 심플한 화이트 티셔츠, 긴 코트를 조합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조합에 카우보이 부츠만 더해도 룩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핵심은 부츠를 중심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하기보다, 평소 입던 옷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것입니다.


의외의 매력이 핵심입니다

빈티지한 분위기와 어딘가 남성적인 인상을 동시에 지닌 카우보이 부츠는 오히려 여성스럽고 섬세한 아이템과 만났을 때 더욱 현대적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매끄러운 새틴 소재의 미디 스커트에 보헤미안 블라우스를 입고 카우보이 부츠를 신으면 서로 다른 질감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죠. 여기에 V넥 카디건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한층 편안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늘 언제나 신던 블랙 부츠의 자리를 카우보이 부츠로 바꿔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히 살짝 짧게 떨어지는 헴라인의 데님과 함께 신어 부츠의 샤프트가 살짝 드러나도록 연출하면 카우보이 부츠 특유의 실루엣을 부담스럽지 않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여유로운 스트라이프 셔츠와 가죽 재킷을 더하면 과장되지 않은 빈티지 무드가 완성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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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Laura Londas
  • 사진 GettyImages ∙ Launchmetrics Spot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