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느 가방이 완성되기까지 토스카나에서 벌어지는 일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셀린느 프로덕션 ‘라 마누팍투레’에서 마주한, 오랜 장인 정신과 현대적 기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완성된 제품에서 보이지 않을 작은 차이까지 살피기 위해 조립 과정에서도 검수가 이어진다.
당신은 언제부터 옷 입기를 좋아했나?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한 순간, 누군가의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었던 기억 혹은 거울 앞에서 시간을 보낸 날까지 생각해 보면 옷을 입는 일은 꽤 본능적인 행위다. 이유를 정확히 꼽을 수는 없어도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옷이 있고, 아무리 멋진 옷이라 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옷이 있다. 어쩌면 스타일링이라는 말의 정의에는 ‘본능’이라는 단어가 포함돼야 하는 것 아닐까?
셀린느의 레더 메이킹 노하우(Savoir-faire)가 집약된 매뉴팩처 내부.
셀린느의 아티스틱 디렉터 마이클 라이더가 이야기하는 옷 입기의 본질도 이와 맞닿아 있다. 유행을 좇거나 정해진 방식을 따르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감적으로 선택하는 태도. 스타일에 진심인 누군가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아닐는지. 셀린느 역시 자신의 취향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브랜드다. 그리고 셀린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퀄리티다.
그래서 이들은 규모에 비해 지나칠 만큼 설명적이지 않다. 새 컬렉션의 특별한 포인트나 테마조차 붙잡고 물어야 답을 들을 정도니까. 이런 태도는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현재의 감각으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직감이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되기까지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어로 숫자 ‘17’을 뜻하는 ‘디세트 (Dix-sept) 백’과 제작 지침서 ‘카르타 모델로’를 비교하면 조립 과정에서도 품질 확인이 가능하다.
디자이너의 이미지를 실제 형태로 구현하는 사람들의 존재. 특히 1992년에 입사했다는 모델리스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첫 샘플을 만들고 원하는 실루엣이 나올 때까지 구조와 비율을 연구하는 사람. 그에게 중요한 것은 도면을 재현하는 기술만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취향을 하나의 형태로 완성하는 데도 결국 사람의 경험과 감각이 필요한 일이 었던 것.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에 자리한 셀린느 프로덕션 중 하나인 키안티 지역 라다의 ‘라 마누팍투레(La manufacture)’는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매뉴팩처다. 2019년에 문을 연 이곳의 300명 이상의 직원들은 파리에서 온 디자이너의 스케치가 완제품이 되기까지 가죽 제품의 제작 전 과정을 담당한다. 전통적인 장인 정신과 현대 기술이 공존하는 풍경이 흥미롭다.
완성의 마지막은 결국 사람의 손끝에서. 철저한 품질관리는 모든 공정의 기본이다.
양질의 가죽으로 유명한 토스카나 지역. 선명한 퍼플 컬러의 가죽은 이번 시즌 키워드를 연상시킨다.
디자이너의 스케치는 기술개발 부서를 거쳐 ‘카르타 모델로(Carta Modello)’라는 제작 지침서로 바뀐다. 여기에는 가방을 구성하는 각 조각의 위치부터 가죽의 결을 맞추기 위한 재단의 방향까지 기록된다. 가방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각만 50~100개에 이른다니, 우리가 하나의 형태로 생각하는 제품이 실은 수십 개의 정교한 설계로 이뤄져 있는 것이다. 엄선된 가죽은 레이저 프로젝터가 달린 기기로 재단된다. 더 놀라운 건 촉감마저 설계한다는 사실이다.
안감과 보강재를 덧대 부드러운 가죽을 단단하게, 단단한 가죽을 유연하게 만드는데, 이때 솔벤트 프리 접착제와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열처리와 압착을 거쳐 소재를 결합한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매뉴팩처에 들어섰을 때 가장 의외였던 건 가죽을 다루는 공간에서 예상할 법한 화학약품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곳이 정말 작업장이 맞는지, 사무실이라 해도 믿을 만큼 쾌적한 환경이었다.
아름다운 라다(Radda)의 산세와 햇살이 어우러진 셀린느 프로덕션의 공간.
재단한 가죽은 지퍼와 핸들, 금속 장식을 달고 바느질을 하면 비로소 익숙한 가방의 모습이 드러난다. 손끝의 경험과 정교한 기계가 함께 움직이는 곳. 장인 정신이란 반드시 오래된 도구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품질을 대하는 태도도 남다르다. 조립 과정에서도 품질을 확인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다시 엄격하게 검수한다. 완성된 가방에서는 보이지 않을 작은 차이까지 살피는 것이다.
이토록 많은 시간과 기술은 결국 누군가가 자신의 취향으로 선택한 가방을 일상에서 오래도록 사용하게 하기 위한 것 아닐까. 패션은 런웨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선택한 사람의 일상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마음. 오랜 헤리티지와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실제로 입고 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일. 미래의 셀린느가 기대되는 이유다.
Credit
- 에디터 이재희
- 사진가 신선혜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2026 겨울 필수템은 이겁니다
올겨울 활용하기 좋은 패션·뷰티 힌트는 엘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