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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Voice] 김사월에게 작사라는 도구
김사월의 시적인 노랫말들은 당신을 담담하게 울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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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월

가사는 멜로디와 함께 반죽되고 숙성되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아요. 그 점이 가장 매력적이죠.

‘엘르 보이스’의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가사라는 언어에 주목한 이번 프로젝트 또한 함께한 이유는
가끔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민망함을 느끼곤 한다. 그런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내가 부를 노래를 내가 쓰고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특성. 비슷한 구석을 공유하는 멋진 사람들과 함께 이름을 올리고 싶었다. <엘르>와 내적 친밀감이 있기도 하고(웃음).
주로 한글로 가사를 표현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내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쓰는 언어 이외에 가진 자원이 풍부한 사람은 아니다. 한정적인 자원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워 보일 테다. 그래서 단어나 표현을 어렵게 쓰지 않는 편이다. 한글로 구성된 타이포그래피 작업이 아주 기대된다.
2018년 발표한 ‘세상에게’의 한 구절인 ‘불확실한 나에게 이미 정해진 것은 방황 하나뿐이라는 걸’을 나만의 가사로 꼽은 이유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결국 난 살아가야만 한다. 20대 중반에 접어들며 크고 작은 상실을 겪었다. 좋아했던 공간, 친구, 꿈과 같은 것들은 쉽게 이뤄지거나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기도 했다. 꽤 씁쓸했지만, 불확실한 인생에서 확실한 일이 방황 하나밖에 없더라도 계속 살아가려 한다는 다짐으로 해당 가사를 쓰게 됐다.
김사월의 가사는 수필이나 시처럼 느껴진다
요즘 그 수필 속 화자가 되는 사람은 겉으로는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순수한 사랑을 지닌 사람들. 실제로도 그런 분들이 내 노래를 찾아주는 것 같다.
첫 가사 작업을 떠올려본다면
1집 ‘콧바람’이라는 곡. 가사를 쓸 당시 곁에 ‘콧바람’이라고 지칭되는 사람이 있었다. 첫인상과 두 번째 만났을 때, 그리고 마지막 모습은 어땠는지 그 사람을 낱낱이 기억하고 싶어서 만들게 됐다.
음악의 여러 요소 중 가사는 어떤 특별한 힘을 지녔을까
가사는 멜로디와 짝꿍이다. 음가에 실리면 금방 외워지고,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게 되고, 감정을 쉽게 전할 수 있게 된다. 멜로디와 반죽되고 숙성되면 새로운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글이 노래가 되면 사실상 영원히 살 수 있는 셈이니까.
가사를 직접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먹을 밥을 직접 짓고, 입을 옷을 직접 빨래하듯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세탁소에 가도 되고 맛집에 가도 되지만, 나는 내가 직접 요리와 빨래를 해냈을 때 더 즐거운 것 같다.

작사에 도움이 되는 도구는
팬데믹 이후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했다. 밤보다는 낮에, 커피나 술보단 차와 작사를 함께한다. 들뜨고 가라앉는 감정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아이폰 메모장은 필수.
이소라와 자우림의 오랜 팬이었다고
‘감수성 부모님’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거의 나를 업어 키웠다. 이렇게 파괴적인 이야기들을 써도 되는구나, 이 사람의 흐느낌이 내게도 위로가 되는구나 하는 감각을 처음 느끼게 한 뮤지션들이다. 내가 잘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대신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삶을 버텨나갈 큰 힘이 됐다.
건드려보고 싶은 소재나 감정은
여성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자각을 자꾸만 쓰고 싶어진다. 특히 신인이 아닌, 4~5년 차의 시기를 보내는 여성 뮤지션이 어떻게 이 신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주제들. 여성도 음악 하기 좋은 국내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와 같은 고민도 함께.
당신의 언어가 동시대에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
혼자인 것처럼 느껴질 때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하는 음악이길.

@april_sour
Typography by lee su yeon
@sooooi_

Credit
- 에디터 전혜진/류가영
-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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