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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남자, 이현우

귀여운 남자, 이현우가 '은밀하게 위대하게'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필 by ELLE 2013.06.07

 

수트는 Band of Outsiders by Beaker, 그레이 티셔츠는 Todd Snyder New York by Beaker, 시계는 Paul Smith.

 

 

 


베이지 코트와 자주색 티셔츠는 모두 A.P.C. 네이비 컬러의 9부 롤업 팬츠는 Junya Watanabe, 선글라스는 Kio Yamato with Woori, 브라운 레더 스트랩 워치는 Paul Smith,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 사람을 완벽하게 안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찰나를 사는 배우? 더욱이나 어렵다. 옹졸하게도 우리는 지극히 일부분만으로 그 사람의 전체라 믿고 산다. 열세 살에 데뷔한 ‘아역배우’, ‘귀요미’ 얼굴의 남자, 배우 이현우에 대한 몇 가지 ‘단서’도 그저 그를 해석하는 여러 키워드 중 하나일 뿐. 그가 나이답지 않은 미성숙한 태도에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일 거란 오해는 풀자. 스물한 살의 배우는 자연스럽게 나이들어 가고 있으며, 초조함과 불안함과는 동떨어진 낙관주의자로 살고 있다. 드라마 <공부의 신>,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통해 마주한 소년의 뜨거운 감성, 혼란 가운데서 차츰 자신을 찾아가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의 성숙함. 그는 몇 가지 흥미로운 궤적을 다시 우리 앞에 풀어놓았다. 그런데 또 그의 일상은 지루하리만큼 평범하다. 이현우를 알기 위한 스무 고개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첫 주연을 맡았다 신기했다. 나를 믿어주니까 써주는 거잖아. 한편으로 처음 비중이 큰 역할로 영화에 출연하니까 부담이 되기도 했다. 원작이 인기 많은 웹툰이라 어떤 캐릭터이고 어떤 스토리인지 다 아니까. 김수현, 박기웅과 나란히 출연했다. 은근히 경쟁적인 분위기 나 하기 급급했다(하하). 언젠가 촬영장에서 (박)기웅이 형이 해준 말이 있다. “여러 사람과 연기하다 보면 내가 돋보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결국 모두가 한데 잘 어우러졌을 때 결과가 더 좋다.” 내가 지금껏 맡은 배역들도 주인공을 옆에서 빛나게 해주는, 주인공으로 빛이 나는 역할이었다. 서로 ‘윈윈’해야 한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남파된 간첩, 위장 신분인 고등학생으로 사는 역할이다 내가 맡은 ‘리해진’은 북한에서 특수 훈련을 받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어린 나이에 구역 조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만큼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인물이다. 그리고 그 동기가 수현이 형이 맡은 ‘원류환’이라는 사람을 동경해서다. 그 사람 하나만 보고 조장 타이틀을 따냈고 결국 원류환을 감시하는 임무까지 맡게 됐다. 웹툰은 당연히 봤겠지 영화화되기 전에 친구가 소개해 줘서 처음 봤는데 아마 세 번 정도 봤을 거다.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땐 “우와, 나 무조건 할래!” 그랬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란 타이틀도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고민되는 지점이 있었겠다 원작의 ‘리해진’이란 캐릭터를 그대로 영화에 가져오려 했다. 뭔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진 않았고 어떻게 하면 웹툰 캐릭터와 비슷해 보일까 연구했다.


<아름다운 그대에게>, <공부의 신>에서도 고등학생이었다 나를 비롯해 나이가 더 많은 배우들도 학생 역할을 맡는다. 그 역할이 얼마나 매력 있고 장점이 있는지 고민하는 게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아역 연기자에서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게 어렵고 고등학생 이미지로 굳어질까 봐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 역할로 더 좋은 걸 보여줄 수 있다. 이필립, 엄태웅, 송일국, 이서진 등의 아역 연기를 했다 ‘아역 연기’라기보다 나는 늘 내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해왔다. 아역을 맡을 때마다 많이 듣는 질문이 ‘성인 연기자의 연기와 어떻게 맞출 것인가?’다. 아역과 성인 연기자의 연기가 연결되는 건 맞지만 연기하는 부분은 엄연히 다르다. 사람이 다르니까. 물론 서로 조율해 맞춰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같이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방식대로 해석해 나갈 뿐이다.


<태왕사신기> <대왕세종> <돌아온 일지매> <적도의 남자> 등 출연 작품 수가 꽤 많다 어느새 이렇게 늘었다. 지금 갑자기 생각난 건데 초기에 배역을 얻으려고 프로필을 돌리고 할 때 내 경력에 적을 게 별로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출연작이 조금이라도 더 많아 보이려고 일일이 나열했던 기억이 난다. <공부의 신>은 본격적으로 연기자 이현우를 기억하게 해준 작품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 건 그 작품이 처음이었다. <공부의 신>의 홍찬두,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차은결은 실제의 이현우와도 흡사한가 그런 면이 있다. 고집도 있다. 근데 쉽게 사라진다. 왜 한 가지 일에 빠지고 하나에 꽂혀 컬렉션까지 모으는 사람 있잖아. 나는 그런 타입은 아니다. 다방면으로 조금씩 관심이 있다. 음악, 영화, 운동, 패션 분야에 관한 한 숙맥은 아니다. 좀 더 관심을 두면 더 잘할 것 같은데 거기서 더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데뷔작은 어린이 드라마 <화랑전사 마루>. 처음 데뷔는 어떻게 어느 날 길거리에서 연예기획사 명함을 받아와서 엄마한테 드렸다. 부모님께서 알아봐 주셔서 같이 회사에 갔다. 운이 좋았다는 말밖엔 못할 것 같다. 남들은 고생해서 이루는 일인데 한 번에 확확 풀리면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부터 배우가 평생 직업이자 꿈이다 그런 건 아니었고 악기나 운동을 배우는 것처럼(?)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그래도 잘하니까 꾸준히 역할이 주어졌겠지 뭐 그랬겠지(하하)? 비교적 오래 아역배우를 한 이현우만의 노하우를 전수한다면 그런 게 있을까? 아, 사람들은 누구나 고민이 많다. 그렇듯 아역배우도 고민이 많다. 그중 하나가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갈 때의 터닝 포인트다.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간을 갖고 경험을 쌓다 보면 자신에게 없던 모습들이 생긴다. 아역 땐 아역 연기 하고 애매한 시기엔 하고 싶은 일 하고 성인이 되어선 어차피(아역 연기 못 하니까) 성인 연기를 해야 하는 거다.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 연기하면 되는 것 같다.

 

다른 아역배우들처럼 어머니와 함께 촬영현장에 다녔겠다 처음엔 매니저가 없었다. 어머니가 4~5년은 따라다니셨다. 고생 많이 하셨지. 모자 관계가 좋겠다 가족끼리 원래 사이가 좋다. 두 살 터울의 누나가 있는데 누나와도 친하다. 보통은 안 그렇잖아. 누나가 있는 남자는 다정다감할 확률이 높다. 여자 마음을 읽는 스킬도 남다른 것 같고 약삭빨라서(하하)? 또래보다 사회생활도 잘할 것 같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때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일해서 그런지 사람들 만나는 게 편하고 재미있다. 그래서 처음 만난 사람도 어떤 스타일인지 금방  파악한다. 친구도 많나 그런 질문도 많이 들었다. 나, 친구 많다! 친구들 만나면 게임하고 노래방 가고 당구 치고 밥 먹고 그냥 평범한 학생과 다를 바 없이 돌아다닌다. 뜻밖에 배우들의 일상이 더 단조롭더라 맞다! 여가 시간은 주로 집에서 보내나 특별한 취미 같은 게 없다. 집에 있다 운동 가고 친구 만나 노는 게 전부다. 작품 할 땐 힘드니까 얼른 끝내고 편하게 쉬어야지 그 생각뿐이었다. 막상 작품 안 하니까 심심하다. 뭐라도 해야겠다. 마음이 좀 허하다.

 

연기 빼고 취미생활도 없나 최근에 ‘어벤저스’ 축구단에 들어가서 주말엔 축구 하러 다닌다. 그것 빼곤 진짜 아무것도 없다. 감수성이 풍부한 스타일 같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 별로 배운 게 없었다. 그냥 대본을 읽고 감독님에게 생각한 걸 보여드렸는데 “오케이, 잘했어!” 방송에 나가면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뭘 배워서 했다기보다 그냥 생각한 걸 하고 싶은 대로 해왔을 뿐이다. 별 걱정 없이 사는 낙천주의자 살면서 크게 욕먹은 적 없다. 그래서 내가 뭘 했는데 안티팬이 생기고 욕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든다. 예를 들어 내가 공부해서 지식이 쌓이면 시험도 잘 보는 게 당연한 일이다. 내가 공부를 안 했는데도 찍어서든, 감으로 풀든 시험 점수가 높게 나온다고 치자. 어느 순간 결과가 바뀔까 두려운 거다. 하던 대로 하는데 잘 안될까 봐. 가끔 그런 순간이 올까 봐 걱정한다. 그런데 특별히 뭘 해야겠다 싶진 않잖아 맞다. 그게 문제다.

 

 

 

Credit

  • EDITOR 김나래
  • PHOTO 목정욱
  •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