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히트메이커, 장수원
2015년, 진공청소기처럼 강한 흡입력으로 우리를 빨아들일 세 명의 남자들. 그 첫번째 주인공은 뻣뻣한 ‘로봇 연기’로 각종 차트를 석권한, 돌아온 20세기 오빠 장수원이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화이트 턱시도 재킷은 Amwe, 화이트 셔츠와 블랙 보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이비 스트라이프 블루종은 Amwe, 청바지는 Nudie Jeans, 선글라스는 Gentle Monster, 아이보리 터틀넥과 테슬 로퍼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드 컬러의 패턴 수트는 Amwe, 블랙 퍼 코트는 Gissen By Kwak Hyun Joo, 블랙 에나멜 슈즈는 Repetto.
 
 
장 수 원
‘로봇 연기’가 이토록 반응이 뜨거울 줄은 전혀 몰랐지.
 
측근들은 뭐라고 말하나 나의 오랜 지인들은 방송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 말수가 적다고 느끼지 않는다. 평소엔 더 재미있는데 방송에서는 원래 내 모습보다 표현을 덜 하는 것 같다고 말하지. 그나마 가장 나 같았던 게 <라디오 스타>에서다.
 
<라디오 스타>와 <해피 투게더>에선 멘트를 던지는 족족 터지던데 소수가 출연하는 게스트 중심의 토크 프로그램은 더 편하다. MC들이 게스트들을 일일이 챙기고 질문도 해주잖아. 반면 여럿이 떼로 나가는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알아서 말할 틈을 파고들어야 하니까 친한 사람이 있지 않은 한 살아남기 힘들지.
 
김재덕과 제이워크(J-Walk) 활동으로 드문드문 방송에 출연한 것 외엔 젝스키스 해체 이후 입대까지 꽤 긴 공백기를 지냈다 여러 가지 사업을 시도했었다. 친한 누나와 쇼핑몰을 3~4년 정도 운영했고 그다음으로 프랜차이즈 떡볶이 가게, 커피숍도 잠깐씩 했다. 또 한땐 친구와 자동차 사업에도 뛰어들었었지. 지금은 주문 제작 위주의 유니폼 회사 ‘이한 어패럴’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에서 페를루이(Perlui)란 편집숍도 하고 있던데 유니폼 회사와 별개인 맞춤 수트, 맞춤 예복 중심의 편집숍이다. 내가 직접 디자인을 하진 않지만 전반적인 디자인 시안을 정할 땐 꼭 의견을 낸다. 수트, 셔츠, 보타이, 슈즈를 ‘바잉’하는 일도 맡고 있다.
 
데뷔한 지도 어느 새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업무 환경’이 많이 달라졌지 거의 다 바뀐 것 같은데. 솔직히 나는 아직도 혼자 활동하는 게 낯설다. 이제 겨우 방송하러 가도 안 떨리는 단계랄까. 젝키 때나 제이워크 때나 늘 곁에 누군가 있어서 조금씩 의지하면서 방송하는 게 버릇이 들어 있다. 예전엔 CF를 찍든, 예능에 출연하든 무조건 멤버들이 다 같이 나가야 했거든.
 
그나저나 정말 ‘포커페이스’다 나는 표현을 한다고 하는데 남들에겐 크게 와 닿지 않나 보다.
 
<라디오 스타>를 보니 까마득한 후배인 슈퍼주니어 규현이 아무리 놀려도 무표정을 고수하더라. 그런데 또 트위터에선 ‘셀프 디스’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솔직하더라 트위터에선 가끔 욱해서 팬들에게 뭐라 하기도 한다. 안 그래도 팬들이 규현이가 <라디오 스타>에서 나를 놀린 얘기를 많이 하던데 나는 별로 화가 안 났었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욱하면 ‘좀생이’ 같아 보이지 않나. 그때 나는 규현이가 방송을 굉장히 잘한다고 느꼈다. 열심히 하는 게 보기가 좋던데. 내가 만약 진짜 기분이 나빴다면 직접적으로 얘기했을 거다.
 
사람들이 ‘로봇 연기’, ‘발 연기’라고 얘기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고 크게 나한테 손해 될 건 없으니까. 오히려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니 더 열심히 ‘셀프 디스’를 했지.
 
그런 장수원이 가장 불편할 땐 언제인가 토크 쇼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낄 타이밍을 못 찾을 때? 나이가 많은 선배나 불편한 사람이 있어서 얘기만 듣고 있을 때?
 
트위터에선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는다면서 어느 게 진짜 장수원의 모습인가 트위터는 편하게 애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 공간이니까.
 
팬들을 ‘애들’이라 칭할 정도로 허물없네 이제 애들 인사 안 받아주는 시기도 지났으니까(웃음). 워낙 관계가 오래되어서 허물없이 지낸다. 나도 편안해서 더 살갑게 행동하고. 이제 완전 동네 오빠지, 뭐. 아무리 자기가 좋아한 오빠고 열광했던 스타라도 나 같으면 18년 동안 보다 보면 감정이 무뎌질 것 같은데?
 
고정적으로 보는 골수 팬은 얼마나 되나 예상보다 꽤 될걸. 족히 몇 십 명.
 
스케줄 공유나 역조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더라 매니저와 함께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직원 중 한 명으로서 응당 할 일을 분담해서 하는 것과 같다(웃음).
 
이참에 지금껏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내 팬들은 지금도 내가 방송 출연만 하면 돌아가면서 도시락 세트를 맞춰서 방송국으로 가져다 준다. 프로그램 출연진이나 스태프들에게 아직 내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날고뛰는 아이돌이 많은데도 여전히 나를 좋아해 주는 의리는 살면서 평생 잊지 말아야지.
 
1세대 아이돌 선배로서 요즘 아이돌 후배들을 보면 어떤가 지금은 내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텐데 우리 때도 젝키가 ‘최고’라 생각해서 늘 우리끼리만 어울렸다. 애들처럼 스케줄 끝나기가 무섭게 몰려다니면서 놀기만 했다. 자기계발 따위 전혀 안 했다. 지금 아이돌 후배들은 우리 때보다 실력이나 개인적인 능력이 월등해 딱히 충고할 건 없지만 이왕 그룹을 시작했다면 끈끈하게 결속력을 다져서 팀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만 얘기해 주고 싶다. 어느 그룹에서든 멤버 중 누군가는 튈 수 있고 인기가 더 높을 수 있다. 혼자 돋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그룹에 속해서도 연기를 할 수 있고 솔로 앨범도 낼 수 있다. 연예계 활동을 계속할 거라면 끝까지 팀을 지키길 바란다.
 
젝키는 불명예스럽게 해체된 게 아니지 않나 나쁘게 헤어진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신화나 god처럼 다시 뭉치진 못했으니까.
 
그러면 무대에서 젝키를 볼 수 있는 확률은 글쎄.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 2에는 나가려나? 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가능할진 잘 모르겠다. 조금씩 생각이 다르니까. 다른 멤버들의 마음이 ‘토토가’ 이후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지.
 
2부작으로 기획된 <미생물>의 시청률이 결국 <미생>을 넘지 못했다. <미생> 시청률을 넘기면 100명의 시청자를 데리고 요르단에 가겠다는 공략을 내걸었었는데 공약이 실천됐으면 큰일 날 뻔 했지(웃음). 지금 생각해보니 후덥지근한 날씨의 요르단 말고 동남아시아와 같은 휴양지에 가자고 얘기했어야 됐나 싶다.
 
솔직히 예고편이 기대치를 너무 높였다. 로봇처럼 보이려 연기했다는 표현 어떤가 연기를 못하는 것처럼 일부러 연기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옥상에서 장그래가 소리를 지르는 장면처럼 재미를 위해 어눌하게 표현했던 신은 몇 개 있다. 나머지 신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재미를 노려서 일부러 내가 어색하게 연기한다면 오히려 의도적이라 더 재미가 없었겠지. <사랑과 전쟁>에서처럼 나는 열심히 했는데 어쩌다 어색함이 느껴져 터지는 게 진정한 웃음이 아닐까. 나는 그저 열심히 연기했다. 그걸 보고 시청자들이 어색하다 느끼면 웃는 거고 잘했다고 느끼면 칭찬하면 되는 것 같다.
 
백승룡 감독님은 어떤 반응이던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한 것 같은데란 반응? 감독님은 <사랑과 전쟁>에서의 완전 못한 연기만 알고 계셔서 기대치가 워낙 낮으시니까.
 
개그맨과 파트너로 연기하는 건 그들과 서로 웃음을 참고 연기하는 게 몹시 힘들었다. 진지하게 연기하면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끌어내야 하는 과제에 웃지 않고 버티는 게 힘들었다.
 
<미생물>에 같이 출연한 박나래는 ‘장수원은 연기자계의 소시오패스다’라고 말했던데 그건 기사를 잘 쓴 거다(웃음).
 
이것 하나만은 자신 있다 어색하게 하는 것(웃음).
 
폼생폼사, 여전히 놓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나 자신을 꾸미는 일을 사랑한다. 후줄근한 차림으로 절대 다니고 싶지 않다. 컬렉팅하는 패션 아이템이 있나 신발을 좋아해서 수백 켤레 가지고 있다. 딱히 브랜드를 따지진 않고 내 눈에만 예쁘면 된다.
 
지금까지 한 최고의 도전 재덕이 형과 둘이서 제이워크 앨범을 낸 것?
 
안 그래도 제이워크 앨범 발매 예정일이 언제인지 궁금했는데 반 정도밖에 작업을 못해서 시기를 밝히긴 어렵다.
 
10년 뒤 연기파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은 장난이었다. 연기파까진 모르겠지만 욕은 안 먹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
 
13살 연하의 여자 친구와는 현재 진행 중 그렇다.
 
 
 
 
Credit
- editors 김나래
- 김보라 stylists 윤은영
- 홍나연 photo 김형식
- 김도원 hair 동휘(애브뉴준오 청담) make-up 채원(애브뉴준오 청담) DESIGN 하주희
2025 가을 필수템 총정리
점점 짧아지는 가을, 아쉬움 없이 누리려면 체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