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NEWS

사랑스런 유기견들, 너의 이름은?

가족을 만나고 싶은 여덟 마리의 댕댕이들의 생기발랄한 화보.

프로필 by 장효선 2025.01.20
<엘르> 유기견 입양 프로젝트 with ‘유행사’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주말, 아침부터 스튜디오에 여덟 마리 견과 ‘유행사’에 있는 아홉 명의 봉사자 그리고 에디터들이 한데 집합했다. 마치 명절날 대가족이 오랜만에 모인 듯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시작한 촬영. <엘르>와 손을 맞잡고 이번 화보 프로젝트에 함께한 ‘유행사(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는 2011년 8월 13일 이태원 길거리에서 시작해 2021년 11월 설립 1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에서 공익법인으로 발돋움한 비영리단체다. 매주 토요일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미츄센터’에서 유기견들에게 평생 가족을 찾아주는 입양 캠페인을 열고 있다. 대표를 포함한 모두가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며, 시립 보호소 안락사 직전의 개들은 물론 제보를 통해 방치 및 학대 견과 묘, 센터가 있는 용산구의 유기견과 묘, 불법 번식장 또는 애니멀 호더로부터 방치된 개들을 적극 구조해 필수 치료와 훈련을 거쳐 가족을 찾아주고 있다. 정부 보조금 없이 오로지 후원금으로만 운영되어 구조와 치료, 훈련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꾸준히 바자회를 개최한다. 유행사를 통해 매년 100마리 이상의 동물이 가족과 만난다. 구조와 치료 그리고 가장 적합한 가정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루이
8세 추정 · 남 · 휘튼 테리어 · 12.9kg

이날 모인 친구들 중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루이. 국내에 몇 마리 없는 소프트 코티드 휘튼 테리어답게 걸을 때마다 금발이 찰랑거린다. 루이는 일이 바빠 내내 호텔링에만 맡기던 1인 가구의 보호자에게서 파양됐지만, 여전히 밝고 애교가 많다. 덩치가 커 집에서 키우기에 제약이 많을 거라는 건 오산. 사냥개에다 워낙 활발한 견종이지만, 루이는 점잖은 편인 데다 매일 안아달라고 조르는 애교쟁이기 때문. 가족이 있었음에도 홀로 외롭게 보낸 시간이 길었던 탓인지 사회성이 부족한 편이었지만, 매일 훈련한 덕에 조금씩 친구견들과 놀 때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슬개골 수술을 받아서 앉는 걸 조금 불편해하지만, 뛰고 걷는 데는 문제없다. 개의 시간은 참 짧다. 루이처럼 덩치가 큰 친구들은 보호받은 지 1년이 지나면 해외로 입양을 모색해야 한다. 이미 해외로 떠난 유행사의 고참견들처럼 루이도 결국 먼 비행을 떠나야만 하는 걸까?

국화
5세 추정 · 여 · 푸들 · 4.3kg

촬영 내내 폴짝폴짝 자신을 어필하며 사랑을 독차지한 국화. 귀엽지만 가끔 다른 개들의 군기를 잡는 데는 다 사연이 있다. 화성 번식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국화는 이미 한 차례 입양을 갔지만, 자꾸 마킹하고 벽에다 배변한다는 이유로 한 달 만에 파양됐다.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교정할 수 있는 행동인데 말이다.보통 생리를 1년에 두 번 하지만, 번식장견들은 촉진제를 맞고 네 번까지 출산한다. 새끼들은 경매장으로 보내지고, 모견들은 한두 달 쉬고 다시 새끼를 낳아야 하기에 국화의 젖꼭지는 나이에 비해 아래로 처져 있다. 울타리 앞을 이리저리 오가는 번식장견 특유의 정형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럴 땐 그저 꼭 안아주면 된다. 신기하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는 국화. 어딘가에 가두지 않고 무릎에 앉혀줄 평생 가족이 네게도 분명 있을 거다!

한덕
4세 추정 · 남 · 믹스 · 9.1kg

한덕이의 별명은 참 많다. 신동엽 혹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하는 ‘힌’까지. 더벅머리가 잘 어울리는 그는 이월이와 함께 묘법연화사에서 온몸의 털이 새까매진 채 구조됐다. 구조된 열네 마리 중 유일하게 한덕이와 이월이는 아무 단체에서도 데려가지 않았고, 안락사되기 직전 한 봉사자의 요청으로 극적으로 유행사에 오게 됐다. 묘법연화사 출신 유기견 중 드물게 낯가림이 없는 친구. 그러나 기분 좋아 혀를 내밀고 있다가도 사진 찍기, 모자 써보기와 같은 생전 처음 겪는 일 앞에서는 금세 꼬리를 내리고 방석 끄트머리에 앉아 특유의 억울한 표정을 짓곤 한다. 그래도 여태 그 흔한 짖는 소리 한 번 내본 적 없는 착한 한덕이는 앞으로 숱한 ‘처음’을 함께할 가족을 얌전히 기다린다.

장미
6세 추정 · 여 · 포메라니안 · 2.58kg

화성 번식장에서 구조된 후 가족을 기다린 지 345일, 긴 시간 동안 장미를 향한 문의는 이상하게 한 건도 없었다. 엉망진창 방치되며 생긴 눈물 자국 때문일까? 아니면 번식장에서 혀가 살짝 잘려와서? 이렇게 빨갛고 예쁜 혀를 내밀고 장미처럼 웃는데 말이다. 빗질도 잘 받고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순하지만, 예쁨받고 있을 때 다른 개가 다가오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아르르” 하고 경계성 짖음의 매운맛을 보여주니 외동으로 입양 가는 것이 적합할 듯. 털빠짐이 있고 배변 교육도 새로 해야 하겠지만,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한다면 장미의 미모는 곧 폭발할 것 같다.


입양 방법 운명처럼 가족이 되고 싶은 유기견을 발견했다면? 유행사 인스타그램 계정( yuhengsa)으로 유기견의 이름과 함께 문의하면 된다. 각 유기견들은 현재 임시보호 가정에서 지내거나 유행사의 위탁보호소( top_companionpet_)에서 필수 훈련을 받으며 지내는 중이다. 입양 절차로는 먼저 용산구에 위치한 미츄센터에서 현장 상담 후 입양이 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 임시보호 서류를 작성한다. 약 2주간의 입양 전제 임시보호 및 모니터링을 거친 이후 의사가 확실하다면 입양 서류를 작성하고 입양이 진행된다. 입양 후에도 유기견은 1년간 유행사의 공동 소유이며, 1년 후 비로소 입양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형식. 소개된 여덟 마리 견의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에서 ‘#유행사이월’ ‘#유행사꾀순이’와 같은 식으로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유기견들의 근황과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유행사는 매주 토요일 미츄센터( 회나무로11, 1층)에서 대면 입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니 직접 방문해 상담해도 좋다.

후원 방법 유행사의 동물들을 일시 및 정기 후원하는 방법도 있다. 계좌번호와 페이팔(yuhengsa1@naver.com)로 후원금을 보내는 방법과 링크트리 페이지를 통해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응원 문구와 함께 문자 후원(건당 2000원, #70798888)을 할 수도 있다. 유행사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순수 봉사자들로 운영되며, 전달된 후원금은 유기동물 구조 보호 입양 활동 목적 사업에 쓰인다. 후원 증서 발급도 가능하다. 그 밖에 유기견들과 결연 맺기, 기업 및 개인 후원, 바자회 물품 후원 문의는 모두 유행사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DM 문의하면 된다.

봉사 방법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입양 캠페인을 위한 봉사자 모집은 비주기적으로 목요일에 선착순으로 신청받는다. 모집 인원은 변동이 있으며, 센터가 협소해 단체 봉사 신청은 받지 않고 있다. 봉사자 모집 피드가 게시되면 양식에 맞게 DM으로 신청하면 된다. 봉사는 미츄센터에서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진행되며, 위탁처에서 센터로 도착하는 견들을 울타리로 옮기고, 이동장을 정리하고, 하네스를 채우고, 식사, 배변 정리, 산책 및 장난감 놀이, 유기견 이동 후 마무리 정리 등의 과정이 포함된다. 1인당 1만 원의 봉사비를 받고 있으며 점심과 음료수를 제공하는데 잔액은 모두 유행사 후원금으로 입금되니 마음을 열고 도전해 보자.

관련기사

Credit

  • 패션 에디터 장효선
  • 뷰티 에디터 김하늘
  • 피쳐 에디터 전혜진
  • 사진 기원영
  • 세트 스타일리스트 황서인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 어시스턴트 임주원 / 조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