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아파렐리를 핫하게 만든 그는 누구?
패션을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스키아파렐리의 수장, 다니엘 로즈베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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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틱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
다니엘 로즈베리(Daniel Roseberry)는 2019년 스키아파렐리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된 후 1930년대 초현실주의 아티스트들과 가까웠던 브랜드 창립자 엘사 스키아파렐리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그와 나눈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나
뉴욕에서 막 돌아왔다. 감사하게도 뉴욕에서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어워즈를 수상했고, 사바나 예술 학교(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파리로 돌아왔다. 이제는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할 때다.

2025 S/S 시즌 스키아파렐리 레디 투 웨어 쇼의 비하인드 신.
2019년 스키아파렐리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뉴욕에서 파리로 건너왔다. 그때의 다짐은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된 직후 내 미션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하우스가 가지고 있는 창의적인 권위를 되찾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처음 3~4년 동안에는 레드 카펫 같은 드라마틱한 순간을 활용해 하우스의 명성을 끌어올리고 옛 위상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어느 정도 내 의도가 이뤄졌다고 생각했을 무렵 레디 투 웨어를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2025 S/S 시즌 스키아파렐리 레디 투 웨어 쇼의 비하인드 신.
스키아파렐리가 레디 투 웨어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을 때 솔직히 놀랐다
나에겐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스키아파렐리에 오기 전 톰 브라운에서 10년 동안 일했기 때문이다. 톰 브라운 쇼 역시 쿠튀르에 가깝지만, 그만큼 커머셜 피스도 많이 디자인했기 때문에 내 커리어는 레디 투 웨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블랙과 화이트, 골드로 만들어낸 화려한 변주.
레디 투 웨어를 처음 론칭할 때는 어떤 목표를 세웠나
단순하지 않은, 정말 높은 수준의 레디 투 웨어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쿠튀르의 환상적인 요소가 매일매일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 어떤지를 상상하면서, 우리 쿠튀르 의상을 입는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룩을 만들려고 했다. ‘Show Zero’라는 타이틀을 붙인 첫 쇼는 지금 있는 이 방돔 살롱에서 선보였다. 우리가 초보인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니엘 로즈베리의 디자인 스케치.
이번 2025 S/S 컬렉션의 바탕이 된 영감이나 테마가 있다면
옷에 드라마를 담는 것! 나는 옷을 만들 때 어떤 영화적인 특성을 넣으려 하는데 레디 투 웨어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컬렉션은 편안함과 여행이라는 컨셉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엘사 스키아파렐리는 여행용 옷장을 자주 언급했는데, 마치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듯이 12개의 아이템을 준비했다고 한다. 우연하게도 나도 이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이비사로 휴가를 떠났는데…. 아, 나는 파티 보이는 아니니 그곳에서 광란의 파티를 했다는 상상은 말아 달라(웃음). 요트를 타고 근처 섬을 여행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만들 컬렉션과 쇼를 상상하곤 했다.

2025 S/S 시즌 스키아파렐리 레디 투 웨어 쇼의 비하인드 신.
이번 컬렉션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뭔가를 만들 때 나는 항상 원형, 즉 아키타이프(Archetypes)로 돌아가려는 성향이 있다. 이번에도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아카이브를 다양하게 비틀고 변화를 준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나는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페이스’ 백을 보거나, 자주 선보이는 더블브레스티드 블레이저 혹은 트윈 세트업을 입었을 때 느끼는 데자뷰를 좋아한다. 엘사의 옷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디자인하는 게 그것을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초현실주의 예술에서 영감받은 이어링.
많은 디자이너들이 기존 요소를 재해석하는 데 비해 데자뷰를 추구한다는 게 인상적이다
그건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디자인이 특정한 형태나 실루엣에 얽매이지 않은 덕분이다. 그녀는 가브리엘 샤넬처럼 아이코닉한 가방을 만들지도, 무슈 디올처럼 유명한 바 재킷을 탄생시키지도 않았지만 그들과 나란히 이름을 알릴 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코드를 만들어냈다. 그녀가 남긴 피스는 그 자체로 아이디어이자, 예술과 패션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내가 데자뷰를 추구해도 그 아이디어는 여전히 신선하지 않나. 여기에 더해 나는 비율을 조정하고, 남성적이고 여성적인 것들, 대비를 다루는 작업에 많이 집중했다. 대비와 모순 역시 나에게는 중요한 코드이다. 엘사는 당시 엄청난 모순을 구현하는 패션 디자이너였다. 굉장히 엄격하면서도 매우 환상적인 면을 가진, 진지한 사업가이자 초현실주의적 파티 걸이었다. 그녀를 한 마디로 정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우스의 추상적인 아이디어, 아카이브를 이루는 요소들이 모두 내 작업 바탕이 된다.

앞뒤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모순적인 디자인이 매력적인 블랙 & 화이트 드레스.
당신의 패션 커리어가 레디 투 웨어로 시작했기 때문에 스키아파렐리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다니엘 로즈베리의 코드나 스타일이 더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까
흠,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제까지 아무도 나에게 물어본 적 없는. 나는 아이러니한 매력에 이끌린다. 그런 면에서 엘사 스키아파렐리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고. 외향성과 내향성 사이에서 긴장감을 추구했던 그녀의 성향도 몹시 와 닿는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깊은 내향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클 잭슨도 그랬고, 비욘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그들은 자신 안에 있는 굉장한 파워를 표현해 내면서 전혀 다른 사람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내 컬렉션에도 이런 아이러니가 녹아 있다.

키아파렐리 컬렉션을 다양한 각도에서 즐기게 만든 입체적인 실루엣

키아파렐리 컬렉션을 다양한 각도에서 즐기게 만든 입체적인 실루엣
쿠튀르의 강렬한 임팩트를 레디 투 웨어로 가져오는 것 역시 당신이 직면한 도전인 것 같다
물론 드라마틱한 쿠튀르 피스의 힘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심플하고 캐주얼한 스타일도 좋아하는데 특히 데님이 그런 면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하이 패션 데님에 알레르기가 있다(웃음). 리바이스나 칼하트 같은 브랜드가 있는데 굳이 하이패션 브랜드의 데님을 구매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레디 투 웨어에서 아주 기본적인 패션 아이템을 디자인하는 것이야말로 나에겐 큰 도전이다. 고객들에게 굳이 스키아파렐리의 데님을 사야 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하니까.

초현실주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페이스’ 백.
어린 시절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고 들었다.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디자인할 때 당신의 어린 시절도 추억할까
내가 자라면서 입은 옷은 대부분 타겟(Target)이나 갭(Gap)이었다. 아주 가끔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도 입었고. 소위 말하는 팬시한 옷은 단 한 번도 입은 기억이 없다. 내가 톰 브라운을 그만둘 때, 엄마는 미국에 사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옷을 디자인하는 건 어떻냐고 제안했다. 월마트 같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옷을 제안하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말이다.

2025 S/S 시즌 처음 선보인 스키아파렐리 호보 백을 든 모델들.

2025 S/S 시즌 처음 선보인 스키아파렐리 호보 백을 든 모델들.
미국에 사는 대다수를 위한 옷이라,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타겟이나 갭의 옷을 입었던 경험이 내 삶을 바꿔놓진 않았다고 말했다. 내 삶을 바꾼 건 13세 때 할머니가 나에게 선물로 준 <AD> 매거진 구독권이었고 알렉산더 맥퀸, 마이클 코어스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그런 것들이 나를 변화시켰고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 나는 패션이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엄마가 당신의 대답에 만족했길 바란다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걸로 봐서는 이해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웃음). 지금은 엄마도 스키아파렐리 옷을 종종 입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볼드하면서 독특한 인상을 주는 주얼리들.

볼드하면서 독특한 인상을 주는 주얼리들.
당신을 어떤 디자이너로 정의하면 좋을까
세상이 자신의 생각대로 변화하길 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킬지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전적으로 후자에 속한다.
지금 스키아파렐리 컬렉션 역시 세상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는 뜻일까
물론이다. 나는 항상 이 세계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내 모든 안테나를 항상 바짝 세우고 있다. 2~3년 전에 만들었던 어떤 피스들은 지금이라면 절대 만들지 않았을 것들도 있다. 오직 그 시기에만 완벽히 들어맞았고, 그 시대에 유행이 끝났기 때문이다.

맨발의 실루엣을 본뜬 유머러스한 슈즈.

맨발의 실루엣을 본뜬 유머러스한 슈즈.
앞으로 스키아파렐리의 비전은
꾸준히 진화하고 성장하는 것. 특히 액세서리의 활약이 많아지지 않을까. 특히 우리의 멋진, 독특하고 재미있는 슈즈 컬렉션도 눈여겨봐 달라. 그리고 스키아파렐리의 모든 것이 앞으로도 쭉 패션계의 보석 같은 존재로 남길 원한다. 그게 컬렉션이든 새롭게 오픈하는 부티크이든, 스키아파렐리 하우스를 감싸고 있는 ‘나’라는 필터를 통해 그 원석들을 만들어내고 싶다.
Credit
- 에디터 손다예
-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이지은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SCHIAPHAR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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