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요즘 인스타에서 패션 해설해 주는 그 사람은 누구일까

혜성처럼 나타난 인스타그램 채널 @ideservecouture의 운영자가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

프로필 by 손다예 2025.04.02
화려한 주얼리를 과감하게 레이어드한 하난 베소빅이 패션 위크에서 포착됐다.

화려한 주얼리를 과감하게 레이어드한 하난 베소빅이 패션 위크에서 포착됐다.

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났다. ‘ideservecouture’ 계정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일을 했나

패션에 항상 관심이 많았지만 대학에선 경영과 호스피털리티(서비스업)를 전공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기 전엔 호텔에서 일했는데, 야간 근무를 하면서 한밤중에 몰래 패션쇼를 보곤 했다. 손님도 중요했지만 당시의 나에겐 패션이 조금 더 중요했던 것 같다.


패션에 빠져든 계기가 있나

정확히 기억한다. 2010년 알렉산더 맥퀸의 ‘Plato’s Atlantis’ 쇼였다. 신발과 헤어스타일, 텍스처 그리고 쇼 전체에 녹아 있는 기술 요소에 완전히 매료됐다. 한 가지 더 기억하는 건 그 쇼를 통해 처음으로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Bad Romance’를 들었다는 것. 사실 그 노래가 나온다길래 들어볼 겸 쇼를 봤다.


트렌치코트를 재해석한 로크(Rohk)의 2025 S/S 시즌 룩.

트렌치코트를 재해석한 로크(Rohk)의 2025 S/S 시즌 룩.

인스타그램 계정을 시작한 이유는

오래전부터 패션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다만 전문 교육을 받은 적 없기 때문에 패션을 직업으로 삼는 데 두려움이 있었다. 팬데믹 기간에 일시 해고(Furlough)를 겪으면서 함께하는 파트너와 이야기를 나눴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패션 크리틱 계정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아직은 브랜드들이 비판적인 피드백에 익숙지 않다는 점. 브랜드에게 모든 사람이 항상 그들의 작업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이 도전 과제다. 하지만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모든 노래를 좋아할 수 없고, 모든 책을 좋아할 수 없듯이, 모든 패션쇼를 좋아할 수 없는 거 아니겠나.


알렉산더 맥퀸의 전설적인 컬렉션으로 손꼽히는 2010년 ‘Plato’s Atlantis’ 쇼. 하난 베소빅도 이 쇼를 보고 패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알렉산더 맥퀸의 전설적인 컬렉션으로 손꼽히는 2010년 ‘Plato’s Atlantis’ 쇼. 하난 베소빅도 이 쇼를 보고 패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관계자들의 반발을 받은 적도 있나

물론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내 말에 책임을 진다. 개인 의견을 말할 때는 반드시 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단순히 아무 말이나 하는 게 아니라, 논리를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 누군가는 내 말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건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고 모든 사람이 나에게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거리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나

가끔 알아보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정말 재미있다. 다행히 내 계정을 팔로하는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고, 공손하고, 예의를 갖춘 분들이라 감사하다. 지금 하는 일이 만족스럽고, 단 하나도 바꾸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 경험 자체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패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이 일을 시작한 이유도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패션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였으니까.


하난이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컬렉션으로 꼽은 톰 포드.

하난이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컬렉션으로 꼽은 톰 포드.

콘텐츠를 흥미롭게 유지하는 팁이 있다면

모든 걸 예의바르게, 필요할 때는 약간의 풍자와 유머를 섞어 전달한다. 사람들도 그런 방식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고. 물론 진지해야 할 때는 진지해야겠지만 농담할 타이밍이 오면 망설이지 않는다. 때로는 패션이 너무 진지하지만 가끔 가벼운 웃음도 필요하지 않나.


2025 F/W 시즌 패션 위크가 막 끝났다. 이번 시즌을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과포화(Oversaturated), 바쁨(Busy), 창의적(Creative). 패션 위크는 늘 창의적인 걸 보여주고, 모든 게 바쁘게 돌아간다. 이번 시즌에 특히 과포화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너무 많은 브랜드, 말하자면 신생 브랜드부터 이미 자리 잡은 브랜드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고 노력하지만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어떤 브랜드는 단순히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하난이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컬렉션으로 꼽은 끌로에.

하난이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컬렉션으로 꼽은 끌로에.

그렇다면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쇼는

톰 포드, 드리스 반 노튼, 그리고 끌로에 쇼가 좋았다. 드리스 반 노튼 쇼는 바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데뷔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것이 감동적이었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이어갔고, 특유의 감성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더라. 톰 포드와 끌로에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여성상이 명확하게 보여 좋았다. 우리가 알던 아이코닉한 톰 포드 우먼이 돌아왔고, 끌로에도 뚜렷한 여성성을 제시했다. 이런 흐름과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보는 게 정말 흥미롭다.


개인적인 패션 철학이 있나

흥미로운 옷을 입는 걸 좋아한다. 사실 트렌드에 별로 관심 없다. 왜냐하면 트렌드는 개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패션은 자기표현(Self-Expression)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다프네 기네스(Daphne Guinness)와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스타일을 보고 자랐고, 지금도 그들의 패션이 깊은 울림을 준다. 나 자신이 한 사람으로서 드러날 수 있는 개성 있는 피스를 입고 싶다.


당신처럼 패션 비평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공부할 것. 누구나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지식이 있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모든 걸 알 필요는 없지만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난이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컬렉션으로 꼽은 드리스 반 노튼.

하난이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컬렉션으로 꼽은 드리스 반 노튼.

앞으로 계획은? 유튜브와 팟캐스트, 패션 디자인 등 다른 매체로 확장할 생각이 있나

많은 사람들이 팟캐스트를 권유하는데, 솔직히 망설여진다. 내 스케줄이 점점 빡빡해지고 있어서 110%의 노력을 쏟을 수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기존의 SNS 활동에 집중하면서 다가올 기회를 기다리는 중이다.


관심 있는 한국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있나

솔직히 말해 한국 디자이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로크(RohK)는 정말 좋아한다. 그의 쇼에 몇 번 참석하기도 했는데 항상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디자이너를 알고 싶다.


패션 산업에서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가

계속하는 것! 나에게 있어 패션은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세계이고, 이 일을 정말 좋아하고 있다. 내 꿈은 단순하다. 그냥 계속 이 일을 하는 것.

Credit

  • 에디터 손다예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DAAN SACHDEV
  • COURTESY OF GETTYIMAGESKOREA
  • COURTESY OF LAUNCHMETRICS SPOT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