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테토남과 에겐남이 밀란에 모인 이유

그 이유는 바로 밀란 남성 패션위크!

프로필 by 김동휘 2025.06.25

올여름, 밀란에는 두 가지 타입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감정을 눌러 담은 부드럽게 실루엣으로 말하는 '에겐남'과 뜨거운 눈빛과 더 화끈한 룩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테토남'. 2026 S/S 밀란 남성 패션위크는 이 두 무드를 넘나드는 런웨이로 가득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의 감정선을 입은 모델들은 그 자체로 매혹적인 풍경을 연출했죠. 지금부터 런웨이 위에 선 각 브랜드 속 에겐남과 테토남을 살펴볼까요?


돌체앤가바나

돌체앤가바나는 에겐남과 테토남을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돌체의 파자마 보이들은 침실 밖으로 나온 홈웨어의 색다른 변신을 보여줬죠. 의도적으로 구겨진 파자마 셋업과 흐르는 실크 소재와 만난 단정한 테일러링은 서정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이에 대비되는 과감한 호피 무늬와 풀어 헤친 재킷들, 팬츠와 트렁크의 레이어링은 관능적인 돌체앤가바나식 테토남을 보여줬죠. 드레시한 매력까지 갖춘 파자마 룩. 이쯤 되면 다음 시즌 키워드는 '편안한 럭셔리' 아닐까요?


피오루치

피오루치는 '덜어내는 섹시함'이 아닌 '즐기는 섹시함'을 이야기합니다.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티와 페미닌한 카디건, 바디 페인팅까지. 모든 요소가 농담처럼 가볍지만 그래서 더 당당하죠. 그룹 라이즈 멤버들과 카이가 자주 선보이는 크롭 기장은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스타일링 포인트입니다. 곳곳에 달린 젠지스러운 액세서리로 에겐남의 감성을 키치하게 풀어낸 피오루치. 가벼운 듯 진심 가득한 피오루치만의 스타일을 만끽해 보세요.


피디에프 채널

이번 밀란에서 가장 거친 테토 패션의 감성을 담은 브랜드 아닐까요? 피드에프 채널의 테토남들은 힙합 뮤직비디오 주인공처럼 도시를 장악할 듯 등장했습니다. 바지를 내려 입은 새깅 스타일링과 푹 눌러쓴 스냅백으로 걸음걸이마저 남달랐죠. 리한나의 데이트 룩에서도 포착된 이 브랜드, 이제 정말 눈여겨봐야겠죠?


비비안 웨스트우드

무려 8년 만의 복귀 소식입니다. 2018 SS 시즌 이후 패션위크 무대에서 사라졌던 비비안 웨스트우드 쇼가 돌아왔습니다. 세상을 떠난 비비안을 대신해 남편 안드레아스 크론탈러가 이끈 이번 컬렉션은 댄디함과 향수를 일으키는 그래니 스타일이 결합된 강렬한 비주얼을 선보였죠. 테토향 가득한 모델들의 체형이 돋보이는 구조적인 테일러드 실루엣, 이와 대비되는 드레이프 드레스, 여기에 아찔한 힐 슈즈까지! 젠더와 장르의 경계를 능청스럽게 넘나들었습니다.


프라다

에겐남의 DNA를 가진 이들이 가장 기다렸을 프라다 쇼를 살펴볼까요?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번 쇼를 콘셉트적이기보다 본능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루머 쇼츠 룩으로 시작된 쇼는 처음부터 끝까지 군더더기 없는 아이템들로 가득했고, 프라다 특유의 컬러들이 유토피아적인 무드를 자아냈죠. 12세 소년부터 80세 여성까지 모두에게 어울릴 룩이 함께 한 이번 쇼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프라다의 본질을 다시 선언하는 듯했습니다. 드러낸 만큼 조심스럽고, 꾸미지 않은 만큼 매혹적인 룩들로 말이죠. 어쩌면 매 시즌 한 치씩 짧아지는 프라다 남성 쇼츠의 기장 또한, 미우치아와 라프가 던지는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정해진 선에 구애받지 말라고요.

Credit

  • 글 손영우(오브젝트 에디티드)
  • 사진 IMAXtree ∙ 인스타그램(@milanfashionweek ∙ @pdf.chan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