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집 같은 가구, 스웨덴 가구 브랜드 '헴' 10년의 디자인 여정

기존 관습에 도전하는 헴(Hem)의 설립자 페트루스 팔머의 시선과 생각.

프로필 by 권아름 2025.08.13
헴의 창립자 페트루스 팔머.

헴의 창립자 페트루스 팔머.

스웨덴어로 ‘집’을 뜻하는 단어 ‘Hem’을 브랜드명으로 선택한 이유는

우리 철학이 담겨 있는 이름이다. 집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닌, 감정적으로 연결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다. 그래서 헴은 사람들이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가구를 제안한다. 헴의 디자인은 부드러움과 거침, 밝음과 차분함, 구조적이면서도 유기적인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런 제품들이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스스로 탐색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내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길 바란다.



1982년 위르여 쿡카푸로(Yrjö Kukkapuro)가 디자인한 ‘익스피리먼트(Experiment)’ 의자.

1982년 위르여 쿡카푸로(Yrjö Kukkapuro)가 디자인한 ‘익스피리먼트(Experiment)’ 의자.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헴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됐나

2005년, 두 친구와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 ‘폼 어스 위드 러브(Form Us With Love)’를 공동 설립했다. 직접 디자인한 제품이 사람들의 행동, 나아가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탐구했다. 그러다 좋은 디자인을 지지하는 것을 넘어 초기 아이디어가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처음부터 새롭게 브랜드를 구축하기로 결심했고,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타협 없는 작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헴이 10주년을 맞았다는 게 감격스럽기만 하다.



소프트 바로크(Soft Baroque)의 ‘웜(Worm)’ 테이블.

소프트 바로크(Soft Baroque)의 ‘웜(Worm)’ 테이블.

조율자이자 협업자가 된 지금, 직접 디자인하던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은

훌륭한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가 헴이라는 틀에서 잘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지휘자 같은 느낌이랄까. 각자가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협업에서 예상치 못한 에너지가 튀어나올 때다. 물론 브랜드의 방향성과 디자이너 개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도 항상 고민해야 한다.



협업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기준과 다양한 목소리 속에서 헴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자기만의 언어가 분명하고, 도전적이며, 제작 과정 자체에 호기심을 가진 디자이너를 찾는다. 제품 하나를 만드는 걸로 끝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장기적 파트너십과 케미스트리가 중요하다. 늘 새로운 무언가를 제안하면서도 헴의 핵심가치를 잃지 말아야 한다. 열린 협업이 중심이지만, 모든 작품이 헴만의 애티튜드를 가질 수 있도록 균형을 유지한다. 재치 있고, 사려 깊고, 때로는 대담하게.



이광호의 ‘헝크(Hunk)’ 암체어.

이광호의 ‘헝크(Hunk)’ 암체어.

이광호, 구오 듀오, 최성일 같은 한국 디자이너들과의 협업도 눈에 띈다

한국 디자인 신은 오래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전통과 미래적 감성이 자연스럽게 섞인, 거칠지만 세련된 우아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특히 재료에 대한 섬세함과 정밀한 완성도, 서구 디자이너들이 종종 벗어나기 힘들어하는 모더니즘의 영향에서 자유롭다는 게 인상적이다.



맥스 램(Max Lamb)이 디자인한 ‘라스트(Last)’ 스툴.

맥스 램(Max Lamb)이 디자인한 ‘라스트(Last)’ 스툴.

헴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디자인의 ‘진정성’. 목적이 분명하고, 정직한 소재를 사용하며, 뛰어난 장인 정신으로 만든 제품은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오히려 이야기가 쌓인다.


당신의 집 역시 헴 가구로 채워져 있을 것 같다

그렇다. 그중에서도 특히 애정하는 건 ‘팔로(Palo)’ 소파다. 모듈 구조라 가족의 생활방식에 맞게 계속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리고 ‘맥스(Max)’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이 제품은 심플하면서도 견고한 균형감으로 집 전체 분위기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헴 엑스(HEM X)’의 프로토타입이나 리미티드 에디션도 몇 점 있다. 그 안에는 우리가 감수했던 여러 도전과 각 제품에 얽힌 스토리가 담겨 있어 소중하다.



파비엔 카펠로(Fabien Cappello)의 ‘토토(Toto)’ 조명.

파비엔 카펠로(Fabien Cappello)의 ‘토토(Toto)’ 조명.

‘헴 엑스’는 헴보다 훨씬 더 실험적인가

‘헴 엑스’는 기존 상업 카탈로그에 담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싶은 바람에서 시작했다. 제약 없이 실험할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예술 작업이나 에디토리얼 프로젝트처럼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료나 형식, 협업 방식 등을 자유롭게 시도한다.



HEM

전 세계의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기존 관습에 도전하고, 실험을 즐기며, 새로운 목소리에 투자하는 헴. 그 중심에 있는 설립자 페트루스 팔머(Petrus Palmér)의 시선과 생각.

Credit

  • 에디터 권아름
  • 사진 ©GIULIO GHIRARDI·PIETRO COCCO·ERIK LEFVANDER·ERIKA SVENSSON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