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로 미국을 즐기는 방법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 미국 중서부 로드 트립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미국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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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고요를 찾기 위해 미국 중부를 둘러봤다. 미국 중부는 흔히 주목받는 여행지는 아니지만 일상 속 평화와 고요함을 찾는 이들에게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루이빌 등 7개 주를 아우르는 이 여정은 미국 내륙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지역 전통을 살린 음식과, 디자인과 건축 등은 도심 속 휴양지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가장 완벽한 환경으로 구축되어 있다. 일상의 소란함을 뒤로하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고요를 찾아 10일간의 여유를 두고 이 길을 따라가다 천천히 여행을 즐기면 미국의 평화로운 순간을 위한 모든 것이 있다
현재의 나를 오롯이 대면하며, 시카고에서 시작하는 평화로운 하루
일리노아주 시카고의 호숫가를 만나는 순간, 도시의 소란함 속 존재감을 멀리 벗어두고 눈앞에 수평선의 여백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 호수 위로 번지는 다운타운 속 풍경을 마치 어느 미술가가 스케치를 한 듯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며 마치 사유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가필드 파크 온실(Garfield Park Conservatory)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작은 생태계를 품어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시카고의 겨울을 견딜 수 없는 고사리와 꽃덩굴들이 가득한 하나의 열대 생태계는 그 자체로 평온함을 선사한다. 또 로건 스퀘어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우리에게 신선함을 가져다준다. 작은 카페와 독립 서점들이 가득하며 또 다른 활기찬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 하루의 마무리는 웨스트 루프에서 마무리한다. 이곳에선 시카고의 명물인 딥디시 피자 대신 아티장 샐러드를 선택하고, 내추럴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도시가 저녁으로 물드는 모습과 함께 도심의 삶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온전한 휴식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무리한다.
물과 숲이 어우러진 위스콘신의 호숫가 도시들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90분 거리에 있는 위스콘신주의 밀워키는 자신만의 매력을 잘 아는 도시답게 호숫가를 따라 여유로운 매력을 펼친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리버 워크(RiverWalk)는 공원과 퍼블릭 아트 사이를 지나며, 마리나의 좁은 수로를 오가는 보트를 감상할 수 있는 카페 테라스로 우리를 이끈다. 바쁜 일상도 잠시 멈추는 듯한 이 도시의 오후는 여유롭게 흘러간다. 브루어리 맥주 정원과 가까이 자리한 팜투테이블 레스토랑에서는, 낮술을 일상의 의무처럼 즐기는 현지인들이 야외 테이블을 가득 채워 이 도시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도심 속 또 다른 쉼터는 레이크쇼어 스테이트 파크(Lakeshore State Park)와 미첼 파크 돔(Mitchell Park Domes)이다. 유리 돔 아래 펼쳐지는 이국적인 식물원의 초록 풍경은, 도시 한가운데 숨겨진 비밀 정원처럼 느껴진다. 이곳을 지나 서쪽의 메디슨에 도착하면, 위스콘신산 치즈와 갓 내린 커피 향이 잔잔하게 여행자의 걸음을 붙든다. 게다가 석양이 지는 오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조깅하는 사람들과 천천히 흐르는 물결 속에서 온전히 자신 만의 시간을 보내며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예술이 스며든 고요한 오후, 미네소타와 아이오와
도시의 감성과 자연의 고요가 공존하는 미니애폴리스. 매디슨에서 북쪽으로 약 4시간(435km),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는 도시적 감성과 야외의 활기찬 에너지가 아름답게 균형을 이룬다. 칼훈 호수와 해리엇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트레일에는 조깅과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과 스푼브리지 앤 체리(Spoonbridge and Cherry)가 설치된 워커 아트센터 조각 정원이 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워커 아트센터 조각 정원에는 이 곳의 상징적인 스푼브리지 앤 체리가 보이며 기발하고 위트있는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숨어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근처 노스 루프 카페에서는 스칸디나비아식 인테리어와 카르다몸 라떼가 여유로운 오후를 완성할 수 있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약 4시간을 내려오면, 아이오와주의 디모인은 또 다른 정적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스트 빌리지에서는 다양한 독립 서점과 디자인 샵, 마이크로 베이커리가 소소한 일상을 더욱 감각적으로 바꾼다. 다 모인 강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두 도시 사이에서 숨을 고르는 완벽한 쉼표처럼 다가온다. 소박한 스카이라인을 지나 펼쳐지는 광활한 미드웨스트의 아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완벽한 구간을 보이며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휴식임을 깨닫게 한다.
미주리, 감각을 깨우는 식탁 위의 여행
남동쪽으로 약 세 시간 정도 차를 몰면, 미주리 주의 켄자스시티에 도착한다. 미주리의 가장 큰 매력은 갤러리와 거리 벽화, 아늑한 로스터리 카페들이 어우러진 예술적 공간 속에서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갤러리 사이사이를 둘러보며 여유를 느낄 수 있고 아침 시간엔 최대 규모의 파머스 마켓 중 하나인 ‘시티 마켓’에서 시간을 보내며 따뜻한 빵과 로컷 꿀, 그리고 직접 만든 샤퀴테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조금 더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에윙 & 뮤리얼 카우프만 추모 가든이 조용한 오아시스처럼 펼쳐진다.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이면 이곳에서의 시간을 한층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 해가 질 무렵, 18번가와 바인 스트리트 사이로 흘러나오는 색소폰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테이블 위 훈제한 립 한 접시가 기다리고 있다. 관계에, 일에 치이던 도심의 삶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적막과 고요, 온화한 평화만이 가득한 휴양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미주리주의 컬럼비아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재정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과 시간을 선사한다.
루이빌의 고요한 장인 정신
약 6시간을 더 달리면 도착하는 켄터키주의 루이빌은 고요한 도시의 매력을 담고 있다. 누루(NuLu) 지역의 개조된 창고 건물 안에는 요가 스튜디오와 주스 바, 로컬 디자인 숍으로 재탄생해 우리에게 색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또 인근 오하이오 강 위의 켄터키 주 루이빌과 인디애나 주 제퍼슨 빌을 연결하는 빅 포어 다리(Big Four Bridge)를 따라 걸어보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눈앞에 펼쳐진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심 속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차로 조금 더 이동하면 체로키 파크의 짙은 녹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휘감듯 이어지는 산책로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언덕길을 감싸며 조용한 휴식을 선사한다. 루이빌의 버번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소비하는 대형 투어가 아닌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의 증류소로 운영하며 보다 깊이 있는 시음 경험을 할 수 있다. 한 잔의 버번 속에서는 곡물의 풍미, 숙성된 오크의 깊이 만큼이나 루이빌의 시간은 조금 느리게 흐른다.

인디애나폴리스애서 여정을 마무리하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정류지는 인디애나 주의 인디애나폴리스에 들리기 전에 프렌치 릭(French Lick)에 먼저 방문했다. 유서 깊은 이 온천 마을은 수 세기 동안 여행자들을 만끽할 수 있는 풍부한 온천수가 주를 이뤄 잠시 여행의 피로에서 벗어나 쉬어가기 좋은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후 인디애나 주도로 향하면 도시를 가로지르는 ‘컬처럴 트레일’을 따라 걸어볼 수 있다. 이 조경된 길은 벽화와 소공원, 공공미술을 유기적으로 엮어 일곱 개의 동네를 하나로 연결해준다. 파운틴 스퀘어에 가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바이닐 숍에서 레코드를 구경할 수 있고, 매스 애비뉴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개성 있는 독립 카페에서 가벼운 점심을 즐길 수도 있다. 가까운 도심 속 화이트 리버 주립공원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여유를 경험할 수 있다. 잔잔한 수로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좋고, 버드나무와 그늘진 둑을 따라 페달 보트를 천천히 타고 사색이나 명상을 하기에도 그만이다. 도시를 떠나기 전에는 뉴필즈(Newfields) 문화 캠퍼스 내 ‘100에이커 아트 & 네이처 파크’에서 황금빛 노을을 바라보며 마지막 시간을 즐겨보자. 그곳에서 보이는 현대적인 조각들과 유리처럼 맑은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약 세 시간(300km)쯤 달리면 시카고로 돌아오게 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작지만 의미 있는 마지막 의식을 하나쯤 더해보자. 미시간호를 따라 일출 산책을 하거나, 밀레니엄 파크 루리 가든에서 야생화를 가만히 바라보며 조용한 순간을 충분히 누려보는 것, 그것이 낯선 미국 도시 속 나만의 속도로 보다 폭넓고 다양하게 감각하게 한다. 가장 풍요로운 시간이 그곳에 있었다.
Credit
- 에디터 조윤서(미디어랩)
- 사진 USA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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