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매직' 이어 '처서 매직' 기다리며 가 볼 서울 야장 3

지난 목요일, 절기 상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가 찾아왔죠. 아직 가을이라고 하기엔 낮의 햇볕은 너무 뜨겁지만, 아침과 밤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 '입추 매직'이라는 표현도 유행하고 있어요. 여름 내내 엄두도 안 났던 야외 활동을 이제 개시해봐도 좋을 듯한데요. 이런 날씨에 발맞춰 여름과 가을 사이 이 습도와 온도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느좋' 야장 명소들이 주목을 받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반팔을 입은 채 길을 걸으며 칵테일 한 잔을 나누는 밤이라면, 올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할 준비가 다 된 듯 합니다. 오늘은 밤 나들이 가기 좋은 서울의 야장 명소를 소개할게요.

한옥 돌담에 펼쳐지는 최애 영화

요즘 종로의 서순라길이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며 주목 받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담벼락과 함께 한국미가 물씬 풍기는 한옥의 공방들, 예쁜 카페들이 줄지어있어 조용한 산책을 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서순라길의 운치를 가득 담은 카페이자 칵테일 바가 있습니다. '순라길 예 X 비비'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공간은 일반적인 음료들 외에도 루마니아, 마케도니아 등 이국적이고 독특한 나라의 와인을 제공하며 직접 직화 로스팅한 스페셜 커피를 선보입니다. 취향에 따라 노래 신청을 하거나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도 가득하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안쪽 인테리어만큼이나 매장 바깥도 뛰어난 감각을 자랑하는데요. 야외 의자에 앉아 하늘과 나무를 보며 와인을 마시면 낭만적인 밤을 완성하죠.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맞은 편 돌담 뷰입니다. 낭만을 찾아온 방문객을 위해 돌담에 빔을 쏴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상영하거든요. 취향에 따라 최애 작품을 신청해 울퉁불퉁한 돌담벽으로 감상하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영화 같은 한 장면이 완성되겠어요.

위치 종로구 서순라길 55 1층

영업시간 11:00 ~ 23:00

홍콩 뒷골목 네온사인 감성

매번 감도 높은 인테리어와 특별한 메뉴로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는 글로우서울이 이번에는 홍콩 뒷골목을 구현했습니다. 바로 창신동의 캐주얼 중화요리 전문점, '창창'입니다. 글로우서울은 창신동의 낡은 건물의 가치를 살려 홍콩의 밤거리 속 오래된 여관으로 재해석해 표현했는데요. 이곳을 반드시 밤에 가야하는 이유는 홍콩의 '찐 바이브'를 느끼기 위해서죠. 밤이 되면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일제히 켜지며 감탄을 불러일으키고 살짝 텁텁한 밤날씨에 어울리는 불향 강한 음식과 병맥주가 상에 오릅니다. 이곳의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단연코 꼬들꼬들한 식감의 '짜사이 볶음밥'과 닭다리살을 쯔란과 함께 볶아낸 쓰촨 지역 닭요리 '라즈지'입니다. 혀가 얼얼해지는 중독적인 매운맛에, 이곳의 특제 하이볼 '창창하이볼' 혹은 홍콩의 병맥주를 들이키면, 해외여행을 떠나온 듯한 착각도 들죠. 창신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를 즐기다 휘청휘청 내리막길로 걸어내려오면 기분 좋은 여름의 밤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올 것 같네요.

위치 종로구 창신12길 37

영업시간 11:30 ~ 21:00

한강뷰 + 삼겹살 야장 조합

한강에서, 그것도 배 위에서 삼겹살 야장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아는 사람들만 매해 이 계절에 몰래 즐긴다는 마포의 ‘잠두봉더나인’인데요. 늦은 저녁 마포대교를 건너 잠두봉 선착장에 가면 동글동글한 알전구가 환하게 켜져있는 배를 한 척 볼 수 있어요. 이곳은 배의 윗부분에 위치한 루프탑 좌석에 앉아도 좋지만, 찰랑이는 강물이 바로 옆에서 보이는 1층 좌석에 앉는 걸 추천드립니다. 생삼겹살이나 생목살을 주문하면 버너와 함께 간이 탁자 위에 술상이 차려지는데요. 지글지글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를 들으며 한강을 바라보면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 완성됩니다. 한강라면이나 옛날통닭을 함께 주문해도 좋고, 무엇보다 잘 익은 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부딪치면 이제야 한강을 제대로 즐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죠. 가끔 1층 공간에서는 라이브 버스킹도 펼쳐진다고 하는군요.

위치 마포구 마포나루길 582

영업시간 12:00 ~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