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발견한 뵈브 클리코의 참맛
프랑스 랭스의 뜨거운 여름 햇살과 마주한, 뵈브 클리코의 선명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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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랭스의 베르지에 있는 뵈브 클리코의 포도밭.
샹파뉴의 심장부, 랭스(Reims)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샴페인이 태어난 고향이다. 그중에서도 18세기에 탄생한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는 ‘대담함과 혁신’이라는 단어로 와인 역사를 바꿨다. 마담 클리코가 고안한 샴페인의 찌꺼기를 제거해 맑게 만드는 ‘레뮈아주(Remuage)’ 방식은 샴페인 양조의 표준이 됐고, 옐로 라벨은 브랜드 시그너처로 자리 잡았다. 뵈브 클리코가 선사한 ‘소믈리에 데이(Sommelier Day)’는 그 상징적인 하우스가 어떻게 오늘날의 방식과 철학을 만들어왔는지 오감으로 느껴보는 자리였다. 뵈브 클리코를 이해하려면 ‘테루아(Terroir)’를 봐야 한다. 샹파뉴의 핵심 도시인 에페르네와 랭스 사이에 있는 높은 고원 ‘몽타뉴 드 랭스’에 속하는 ‘베르지(Verzy)’는 피노 누아의 품질로 명성이 높다. 이 지역의 포도밭과 텃밭은 서로의 색과 향을 나누는 것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허브 향이 가득한 공기 속에서 수확한 채소와 포도는 오직 뵈브 클리코만의 식재료로, 뵈브 클리코가 내주는 식사와 샴페인 한 모금에는 토양과 기후 그리고 햇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샴페인의 깊이는 땅속에서도 깊어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뵈브 클리코의 크레예르(Crayéres)는 백악질로 만들어진 저장고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 덕분에 수십만 병의 샴페인이 이곳에서 장기 숙성된다. 그중 일부는 수십 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한 채 잠들어 있는 빈티지. 병을 감싸는 고요와 차가운 공기는 시간이 와인에 부여하는 힘을 압축해 놓은 듯하다.


이 하우스의 또 다른 얼굴은 미식에서 드러난다. 뵈브 클리코의 프라이빗 게스트하우스인 ‘오텔 뒤 마르크(Hôtel du Marc)’는 단순한 숙소가 아니다. 제철 재료나 지역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가스트로노미 철학을 실현하는 무대인 셈이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익스클루시브 퀴베와 완벽한 페어링을 구성했다. 특히 ‘라 그랑 담(La Grande Dame)’은 마담 클리코를 기리는 최고급 퀴베로, 피노 누아의 힘과 샤르도네의 우아함이 만나 완성된 하우스의 정수다. 이 호텔에서 마주한 ‘브뤼 카르트 존(Brut Carte Jaune)’부터 ‘리치 로제(Rich Rosé)’ ‘라 그랑 담 1995’는 다채로운 음식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샴페인들의 색감과 질감이 생생하게 느껴진 이유는 “과학자이기도 하면서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과학자라면 와인은 생물학적 변형이고, 예술가라면 생산 과정에서 감정을 투입하게 되죠”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와인 메이커 ‘가엘 구상스(Gaëlle Goossens)’와의 테크니컬 테이스팅 덕분. 블렌딩 샘플을 내어와 각 품종과 빈티지가 최종 스타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설명했고, 과학적인 계산과 예술적 감각이 동시에 작동하는 순간을 선사했다. 뵈브 클리코의 개성은 선명한 산도와 구조감, 길게 이어지는 브리오슈, 시트러스 아로마로 대표되는데, 이는 장기간의 숙성과 피노 누아 중심의 블렌딩에서 비롯된다. 뵈브 클리코의 샴페인은 랭스의 뜨거운 여름 햇살과 베르지의 흙, 크레예르의 고요 그리고 와인 메이커의 손길이 하나로 응축된 기록이나 마찬가지다. 소믈리에 데이 여정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과정을 목격했다는 데 있고, 한번 이 과정을 목격한 사람은 다시는 샴페인을 같은 눈으로 보지 못할 것이다.
Credit
- 에디터 정소진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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