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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 리정을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랑스런 보호자

리정은 버려진 두두를 처음 본 날부터, 이 작은 생명에게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을 배웠다.

프로필 by 정소진 2025.11.09

“이 아이가 나를 선택한 걸까, 내가 이 아이를 데려온 걸까?” 리정이 운명처럼 만난 두두는 구조된 강아지다. 애견 백화점 건물에 덩그러니 버려진 작은 생명. 작고 마른 모습에 사람을 무서워했고, 잠을 잘 때도 고개를 들썩이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두두. “토종 삽살개가 아니어서 누군가 버린 것 같아요. 지인으로부터 구조된 후 보호받던 두두를 데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 무릎에 앉아 저를 살며시 올려다보는 그 아이를 한참 쳐다봤어요. 너무 소중한 아기를 안고 있는 기분을 느꼈죠. ‘혹시 당신이 저를 키울 건가요?’라고 말하는 눈이었어요.” 처음엔 며칠만 임시보호를 할 계획이었던 리정은 두두를 마주한 첫 날, 바로 알아차렸다. 이 아이는 나와 함께 살 것 같다고.


선글라스는 Balenciaga. 립 피어싱은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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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리정의 집에 왔을 때, 두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이틀째가 되던 날, 조심스럽게 리정의 손끝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한 이후로 두 사람은 둘도 없는 가족이 됐다. 리정의 하루도 달라졌다. 두두는 아침 일곱 시가 되면 꼬리를 치며 리정을 깨우고, 리정은 하루 세 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두두와 산책한다. 이 산책은 일상의 규칙이 됐고, 리정은 집 밖으로 나가는 발걸음이 더는 귀찮지 않았다. “예전에는 일이 끝나면 집에만 있었어요. 집밖으로 거의 안 나갔죠. 이제는 두두 덕분에 밖으로 나가고, 걷고, 하늘을 봐요. 하늘을 본다는 건 사소하지만, 정말 큰 일이거든요. 이런 놀라운 변화들. 두두가 없었다면 굳이 하지 않았을 도전을 기꺼이, 행복하게 하는 제 모습이 좋습니다.”


리정은 두두를 위해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마음먹었다. “두두랑 더 많은 곳에 가보고 싶거든요. 드라이브만 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리정은 더 넓은 세상에 서보기도 한다. “용산 가족공원에 자주 가요. 공원에는 다양한 반려 가족이 있죠. 저는 두두의 엄마로서 다른 강아지들의 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합니다(웃음). 요즘 어떤 간식이 좋고, 어느 유치원이 좋은지에 대해서요. 정말 엄마가 된 기분이에요. 2년 동안 함께 살았지만, 이 아이는 제 수명에서 10년을 깎아서 주고 싶을 만큼 소중한 걸요.” 한 인간이 사랑으로 부지런해지는 과정을 오롯이 경험 중인 리정은 누군가를 책임지고 있다는 감각을 맞이했다.


아이보리 브이넥 니트는 Recto. 아이보리 랩스커트는 Eenk. 오른손 검지와 중지 링은 모두 Lovember. 화이트 팬츠와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이보리 브이넥 니트는 Recto. 아이보리 랩스커트는 Eenk. 오른손 검지와 중지 링은 모두 Lovember. 화이트 팬츠와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구조한 후 1년간 임시보호하는 마음으로 두두를 책임 진 리정은 <나 혼자 산다>에서 두두를 세상에 공개하기까지 꽤 오래 고민했다. “정말 열심히 키우고, 책임감을 갖고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기까지 1년이 걸렸어요. 사랑으로 잘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보여주려면 필요한 시간이었거든요. 방송 출연에 두두의 의사를 구하지는 않았지만, 공개되고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끝난 직후, 리정에겐 잘하고 있는 건지, 그 무게가 견딜 만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탈락하고 아주 짧게 힘든 시간이 있었어요. 혼자 많이 울었죠. 두두는 원래 독립적인 성향이라 한 집에 있어도 무조건 같이 붙어 있지 않거든요. 근데 유독 힘들었던 그날에 두두가 공기를 감지했는지, 계속 제 옆을 지키더라고요. 한 번도 산책 나가자고 부추기지도 않고, 그냥 우는 제 옆에 계속 있어줬어요. 엉덩이를 맞대고, 저를 계속 살피면서.” 깜깜한 터널에서 리정을 꺼내 준 건 두두다. 리정의 슬픔을 알아차렸고, 그가 웃지 않아도 외로움을 느꼈다. “두두는 확실히 눈치가 빠른 것 같아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 같지만, 심리상담사 같기도 해요(웃음).”


링은 Lovember.

링은 Lovember.

자신이 한때 분노로 춤추던 사람이었다고 덤덤하게 털어놓는 리정은 지금 달라졌다.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늘 자리했어요. 그게 저를 몰아붙였죠.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그 마음이 오래가면 결국 나를 좀 먹어요. 이제는 사랑으로 춤을 춰요. 사랑이 원동력이죠.” 리정은 두두를 통해 사랑의 가장 단순한 형태를 배웠다고 한다. “우리 우정에는 말은 안 통하지만 그 이상의 어떤 것이 분명 존재하고, 교감하고 있다고 믿어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을 이해하거나 포용하는 그 이상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두두를 바라보다 보면 내 사랑의 그릇이 이만큼 커질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인간적으로 스스로의 잠재력을 매 순간 확인하죠. 나는 부지런하고,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잠재력.”


블랙 튜브톱은 Ann Andelman. 블랙 마이크로쇼츠는 604service. 블랙 롱부츠는 Sportmax. 오른손 브레이슬릿과 검지의 링은 모두 Ofuse. 왼손 검지 링은 Hirotaka. 화이트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립 피어싱은 본인 소장품

블랙 튜브톱은 Ann Andelman. 블랙 마이크로쇼츠는 604service. 블랙 롱부츠는 Sportmax. 오른손 브레이슬릿과 검지의 링은 모두 Ofuse. 왼손 검지 링은 Hirotaka. 화이트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립 피어싱은 본인 소장품

두두라는 반려 가족을 둔 리정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동물은 물건이 아니에요. 우리는 친구나 가족을 돈을 주고 사지 않잖아요. 동물도 마찬가지예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세상에는 이처럼 사랑스럽고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들이 많아요. 이 친구들을 상품화하면 안 됩니다. 동물도 누군가의 친구이고, 누군가의 자식입니다.”


블랙 롱 코트와 블랙 팬츠는 모두 McQueen. 블랙 앵클부츠는 Maison Margiela. 오른손 검지 링은 Ofuse. 립 피어싱은 본인 소장품. 왼손 검지와 약지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롱 코트와 블랙 팬츠는 모두 McQueen. 블랙 앵클부츠는 Maison Margiela. 오른손 검지 링은 Ofuse. 립 피어싱은 본인 소장품. 왼손 검지와 약지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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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뷰티 에디터 김선영
  • 피처 에디터 정소진
  • 사진가 간재훈
  •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협
  • 헤어 스타일리스트 하루
  •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효정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어시스턴트 조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