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친환경 뷰티를 실천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방법

환경 뷰티를 실천하고 싶지만 막막하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리필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주목받는 친환경 뷰티 트렌드다.

프로필 by 정윤지 2026.01.07

지금 화장대 위에 놓인 수분크림이나 립스틱, 파운데이션 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잘 안 와 닿는다면 건강을 위해 먹는 생선구이가 당신의 식탁 위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자. 보통 물고기는 지역 바다에서 잡히는 식재료로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수온이 올라간 한국의 바다에서 모든 어종을 잡아들이기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어종에 따라 인도네시아나 러시아 인근 해역에서 잡힌 물고기는 수영장 크기의 냉동고에 보관되다가 또 다른 나라로 옮겨져 가공이 되기 마련. 그 다음 또 다시 한번 배로 운송되어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화장품 뒤에 숨은 여정 역시 이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렇게 단순한 물고기조차 수천 수만 킬로미터를 이동해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니.


뷰티 산업에서는 ‘친환경’에 대한 약속이 구매 경험의 일부가 된 지 오래. 때문에 ‘클린(clean)’이나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와 같은 단어들은 굳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제품과 포장재 곳곳에 익숙하게 등장한다. 무엇보다 이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최근 16개국의 뷰티 제품 소비자 1만6천명을 대상으로 한 ESW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화장품을 구매할 때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다고 답했고, 이 수치는 (놀랍게도) 젠지들 사이에서 92%까지 상승했다. 친환경적인 약속이 제품 마케팅에 미칠 수 있는 강력한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뷰티 유저들은 효과가 확실하고, 사용감과 외관이 럭셔리하면서도 동시에 지구를 해치지 않는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갖춘 제품을 원한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다 충족시키기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 반대로 말하면, 이 일을 잘 해내는 브랜드야말로 앞으로 수십년 간 성장을 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최근 16개국의 뷰티 제품 소비자 1만6천명을 대상으로 한 ESW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화장품을 구매할 때 환경적 영향을 고려한다고 답했고, 이 수치는 젠지들 사이에서 92%까지 상승했다.



무조건 ‘다시’, Re-fill!


“뷰티 산업에서 어려운 도전 중 하나는 포장재의 낭비를 들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좋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에요.” 런던의 스타트업 셸웍스(Shellworks)의 공동창립자 인시야 재퍼지(Insiya Jafferjee)는 이렇게 말한다. “소비자들은 럭셔리한 느낌을 원하고, 각 포장 단계마다 층층이 자원이 많이 소모될 수밖에 없어요.” 뷰티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게 포장부터 시작된다. 포장은 뷰티 산업이 만들어내는 폐기물의 최대 70%를 차지하며, 연구에 따르면 화장품 포장의 최대 95%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고 한다. 세계의 많은 브랜드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큰 기대와 함께 출시된 루이 비통의 뷰티 라인 역시 다른 럭셔리 하우스들에 이어 리필 포맷을 도입했다. 루이 비통의 립스틱 LV 루즈는 초고가인 23만원(리필은 98,000원)에 판매되었지만, 주목할 점은 이 제품이 완전히 일회용으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게감 있는 모노그램 케이스는 버려지지 않고 수집되며 소중히 여겨지도록 디자인되었다. 오직 카트리지만 교체하는 방식이다.


N°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크림, Chanel. 루즈 에르메스 립 케어 밤, Hermès Beauty. LV 밤, Louis Vuitton. 라비에벨 오 드 퍼퓸, Lancôme. 엘릭서얼팀 오리지널, Kérastase. 울트라 페이셜 크림, Kiehl’s.

로레알 역시 2025년 6월, 글로벌 캠페인 #JoinTheRefillMovement를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랑콤, 입생로랑, 키엘, 로레알파리, 라로슈포제, 케라스타즈,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라다 등 주요 브랜드를 결집시켜 향수, 스킨케어, 헤어케어, 메이크업 전반에 걸친 리필 사용을 장려했다. 캠페인은 설득력 있는 절감 효과를 강조했는데, 예를 들어 랑콤의 라비에벨 오 드 퍼퓸 50ml 두 병을 구매하는 대신에 100ml 리필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유리는 73%, 플라스틱은 66%, 종이상자는 61%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리필 사용을 장려하는 움직임은 분명히 한 걸음 나아간 것이지만, 리필 가능한 제품이 해결책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최초의 용기를 제작할 때 발생하는 탄소와 폐기물의 영향을 상쇄하려면 제품을 최소 5회 이상 리필해야 한다. 더욱이 경우에 따라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선 수십 번의 리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리필 운동이 화장대로부터 배출되는 폐기물 양을 줄인다는 점. 한때 손쉽게 버려지던 용기들을 이젠 모아 소중히 사용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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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가 Thiemo Sander(모델)
  • 각 브랜드(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