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집 나간 넥타이가 2026 남성 가을 겨울 컬렉션으로 돌아왔다

폴 스미스와 랄프 로렌이 출근 패션을 제안합니다.

프로필 by 강민지 2026.01.19
폴 스미스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클래식한 유니폼에 균열을 낸 테일러링이 감각적이다. @paulsmithdesign

폴 스미스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클래식한 유니폼에 균열을 낸 테일러링이 감각적이다. @paulsmithdesign

서정적인 분위기가 깃든 폴 스미스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서정적인 분위기가 깃든 폴 스미스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공룡이 그랬듯, 신사도 멸종한 줄 알았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우리는 편안함에 한없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자취를 감춘 드레스 셔츠 자리를 후디와 럭비 티셔츠가 채웠고, 레이스업 구두나 멋스러운 첼시 부츠는 삽시간에 밀려났다. 넥타이는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탈락한 유물이었다. 과하고, 장식적이며, 불편하고, 한물간 아이템 취급을 받았다. 대신 우리는 늘어난 트레이닝복에 투박한 운동화를 구겨 신고는 ‘원마일 웨어’ 같은 이름을 붙이며 흐트러진 차림에 그럴싸한 이유를 덧댔다.


생 로랑 수트에 가죽 부츠를 매치해 카리스마 있는 룩을 연출한 배우 테야나 테일러. @teyanataylor

생 로랑 수트에 가죽 부츠를 매치해 카리스마 있는 룩을 연출한 배우 테야나 테일러. @teyanataylor

제37회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 시상식에서 스포트라이트 어워드를 수상한 티모시 샬라메.

제37회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 시상식에서 스포트라이트 어워드를 수상한 티모시 샬라메.

그러나 흐름은 다시 바뀌고 있다. 2025년 연말 시상식에서 은근한 기류가 감지되더니, 2026년 남성 가을·겨울 컬렉션을 기점으로 넥타이는 다시 중심에 섰다. 변화는 옷차림뿐 아니라 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단순히 ‘잘 차려입었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이 역할을 수행 중이다”라는 메시지다. 2026년이 됐다고 불편하던 넥타이가 갑자기 편해진 것은 아니지만 불편하기에 ‘기꺼이 갖추고 신경 썼다’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폴 스미스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paulsmithdesign

폴 스미스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paulsmithdesign

폴 스미스는 예술가와 영국식 책벌레, 그리고 브랜드의 방대한 아카이브에서 컬렉션을 출발했다. 수트를 다시 해체하고 뒤집고 재설계한 뒤, 그 위에 1980년대 미학이 깃든 타이를 아카이브에서 불러왔다. 은은한 색감의 레지멘털 타이나 식물 모티브의 타이를 맨 모델들은 고루해 보이기는커녕, 지적이고 섬세한 분위기를 풍긴다. 넥타이는 장식이 아니라, 폴 스미스가 긴 시간 고수해온 남성의 이미지를 설명하는 도구가 된다.

유연한 재킷과 안경, 은은한 색감의 타이를 매치해 예술가적 분위기를 풍기는 폴 스미스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paulsmithdesign

유연한 재킷과 안경, 은은한 색감의 타이를 매치해 예술가적 분위기를 풍기는 폴 스미스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paulsmithdesign


랄프 로렌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랄프 로렌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랄프 로렌의 선택은 더 전략적이다. 이례적으로 폴로와 퍼플 라벨을 한 런웨이에 올려, 풋풋한 젊음부터 가장 다듬어진 신사의 모습까지 한 런웨이에 연속적으로 소개했다. 다채로운 색과 패턴, 질감이 뒤섞이지만, 이 모든 것을 단단히 묶는 건 타이다. 랄프 로렌의 쇼에서 넥타이는 규범적이기보다 오히려 꿈 많은 소년처럼 싱그럽다.


랄프 로렌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컬러풀한 포켓 스퀘어와 허리에 두른 스웨터가 경쾌한 분위기를 더한다. @poloralphlauren 랄프 로렌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컬러풀한 포켓 스퀘어와 허리에 두른 스웨터가 경쾌한 분위기를 더한다. @poloralphlauren
루즈한 실루엣에 타이를 더한 랄프 로렌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poloralphlauren

루즈한 실루엣에 타이를 더한 랄프 로렌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 @poloralphlauren


랄프 로렌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 참석한 NCT 마크. @poloralphlauren

랄프 로렌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 참석한 NCT 마크. @poloralphlauren

랄프 로렌 쇼의 프런트 로를 채운 셀러브리티들 역시 하나같이 타이를 맸다. NCT 마크는 라펠이 높게 솟은 코트에 핀스트라이프 수트, 스트라이프 셔츠, 그리고 단정하게 매듭지은 타이로 유망한 아티스트의 인상을 완성했다. <기묘한 이야기>로 얼굴을 알린 배우 노아 슈냅도 금빛 단추가 달린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에 버건디색 타이로 의젓한 귀공자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기묘한 이야기>의 스타 노아 슈냅이 랄프 로렌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 참석했다. @poloralphlauren

<기묘한 이야기>의 스타 노아 슈냅이 랄프 로렌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 참석했다. @poloralphlauren


넥타이는 여전히 필수적인 액세서리가 아니다. 선택할 수 있게 된 만큼, 저마다의 의미와 태도를 담아낼 수 있는 오브제가 됐다. 집 나갔던 타이가 그렇게 각자의 이유를 달고 돌아왔다. 철부지 피터팬만 가득한 세상에서 제대로 존경하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을 만나는 일만큼 반갑고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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