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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그린 달빛' 진영·채수빈·곽동연, 다시 이어진 우리의 시간

윤성, 하연, 병연으로 한 계절을 함께했던 진영, 채수빈, 곽동연. '구르미 그린 달빛' 이후 흘러온 10년과 여전히 남아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다.

프로필 by 전혜진 2026.09.09

진영

10년 전 <구르미 그린 달빛>의 진영과 지금의 진영. 가장 달라진 점은

그때보다 좀 더 성숙해지지 않았을까요(웃음)? 아무래도 경험치가 많이 쌓였으니까요. 일하면서 제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도 조금씩 알게 됐고, 그걸 보완하려고 매번 노력해 왔으니까요.


반대로 여전히 그대로인 건

연기를 계속 하다 보면 저만의 분위기나 느낌, 말투 같은 게 생겨요. 그런 부분은 시간이 지나도 제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10년 전의 연기를 다시 보면 어때요

좀 민망하죠(웃음). ‘저때 느낌이 있구나. 되게 풋풋하구나’ 싶어요. 지금이라면 더 잘하고 싶은 부분도 보여요. ‘표정을 좀 더 신경 썼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요. 다시 볼 때마다 그런 부분이 도드라지더군요. ‘지금이라도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도 생기고요.


재킷과 스카프 디테일의 셔츠는 모두 Heon Kim. 레이스 블라우스는 Dadada Hanbok. 팬츠는 Stu Office. 벨트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재킷과 스카프 디테일의 셔츠는 모두 Heon Kim. 레이스 블라우스는 Dadada Hanbok. 팬츠는 Stu Office. 벨트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구르미 그린 달빛>의 명문가 자제 김윤성(이하 윤성) 역으로 당시 신인연기상도 받았어요. 출연진 중 가장 큰 수혜자라면서요

하하. 너무 행복한 촬영이었어요. 촬영도 즐거웠는데 시청자들의 반응과 수상까지 따라왔으니까 더 그렇죠. 저뿐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상을 받았던 걸로 기억해요. 그때는 모두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였어요.


윤성은 지금까지도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를 연기하며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라온이가 지붕에서 떨어질 때 윤성이 받아주는 장면이요. 처음으로 두 사람이 신체적으로 가까워지고 눈도 마주치면서, 윤성의 입장에서는 라온이 여자라는 걸 알아채는 순간이잖아요. 그때 윤성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하고 싶어서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보다 그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남자였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그 결말이 어떻게 다가오나요

지금 봐도 멋있어요. 윤성에게 라온은 무료하고 지루했던 삶에 활기를 불어넣은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조차 자신의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고, 결국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떠나요. 저는 그런 결말에 적극 찬성했어요. 일부러 죽음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행동했다는 건 멋있는 선택이었어요.


10년이 흐른 지금, 진영이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사람을 많이 만나고 겪으면서 보는 눈이 조금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보이는 대로 봤다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파악하게 되죠. 이게 꼭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예전처럼 보이는 그대로 사람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거든요. 사람을 많이 겪다 보니 저도 모르게 상대를 파악하려는 시선이 생긴 거죠.


진영이 입은 셔츠는 Loro Piana. 슬리브리스는 Ych. 팬츠는 Dadada Hanbok. 레더 타이는 Our Legacy. 수빈이 입은 배색 디테일의 드레스는 Jinsun. 댕기와 옥반지는 모두 Hanboklynn. 동연이 입은 톱은 Junwei Lin. 이어 커프는 Chrome Hearts. 검지와 소지의 링은 Tiffany & Co. 중지에 착용한 링은 Alexander McQueen. 약지에 착용한 링과 체인은 모두 HanO. 팬츠와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진영이 입은 셔츠는 Loro Piana. 슬리브리스는 Ych. 팬츠는 Dadada Hanbok. 레더 타이는 Our Legacy. 수빈이 입은 배색 디테일의 드레스는 Jinsun. 댕기와 옥반지는 모두 Hanboklynn. 동연이 입은 톱은 Junwei Lin. 이어 커프는 Chrome Hearts. 검지와 소지의 링은 Tiffany & Co. 중지에 착용한 링은 Alexander McQueen. 약지에 착용한 링과 체인은 모두 HanO. 팬츠와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야 새롭게 와닿는 윤성의 대사도 있나요

“마음껏 슬퍼하십시오. 울 만큼 울고, 아플 만큼 아프고 나서 제게 오시면 됩니다.” 라온에게 건넨 대사예요. 당시는 ‘저렇게 좋아하는데 자기 마음을 좀 더 표현하면 안 되나?’ 싶어서 답답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윤성에게는 최선의 표현이었던 거예요.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그 사람이 자신에게 올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이잖아요. 이제는 그게 정말 멋있게 느껴져요.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 무렵, 배우로서 무엇을 원했나요

일단 연기를 잘하고 싶었어요. 다른 것보다 그게 가장 큰 목표였고 스스로 갈망했던 일이었어요. 어떤 위치에 가야겠다는 생각보다 연기를 잘해서 인정받고 싶었죠.


작품을 마친 뒤 그런 갈망을 조금이라도 해소했나요

아니요(웃음).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원동력이 됐어요. 좋은 의미로요. 주변에서 “잘 봤다” “좋았다”는 칭찬을 들으면 행복했고, 그게 좀 더 용기를 갖고 연기를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한편으로는 음악도 계속 만들어왔죠. 당시 <구르미 그린 달빛>을 위해 OST ‘안갯길(Prod. By 진영(B1A4))’이라는 곡을 공개하기도 했어요

맞아요. 그 곡을 쓸 때는 윤성과 라온, 이영의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세 사람이 서로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생각하면서 곡을 썼죠. 저는 연기와 음악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살아가면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는 거니까요.


진영이 입은 재킷과 셔츠는 모두 Heon Kim. 레이스 블라우스는 Dadada Hanbok. 팬츠는 Stu Office. 벨트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진영이 입은 재킷과 셔츠는 모두 Heon Kim. 레이스 블라우스는 Dadada Hanbok. 팬츠는 Stu Office. 벨트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음악과 연기 중 어느 쪽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싶나요

음…. 고를 수 없어요(웃음). 두 작업의 표현방식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음악도 멜로디라는 선이 있으니 그 안에서 감정을 풀어내야 조화롭고, 연기는 감정이 넘쳐도 안 되고 너무 없어도 안 돼요. 그래서 저에게는 서로 완전히 다른 작업이에요.


그런 면에서 ‘안갯길’은 두 작업이 밀접하게 만난 순간이었겠네요

그렇죠.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연기로도 보여주고 음악으로도 풀어낼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하나의 이야기를 배우로 경험한 뒤 다시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에요.


<구르미 그린 달빛>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시청자를 만나고 있어요. 그걸 실감하는 순간도 있나요

해외에 나갔을 때 많이 느껴요. 특히 일본에 가면 아직도 <구르미 그린 달빛>을 봤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곳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여준 작품이니까요. 10년 전의 작품인데 지금까지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참 신기하고 감사하죠.


내게는 10년 전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묘하겠어요

그렇죠. 어떻게 보면 10년 동안 저희와 팬들이 함께 가지고 있는 좋은 추억인 것 같아요. 같은 작품을 보고 각자 좋은 기억을 간직한 채 시간이 흘렀다는 게 의미 있죠. 이번처럼 다시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도 기쁘고요. 앞으로도 이 좋은 추억을 갖고 같이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오간자 추사 철릭과 한복 재킷, 깃 셔츠, 바지, 슈즈, 매듭 노리개는 모두 Guiroe.

오간자 추사 철릭과 한복 재킷, 깃 셔츠, 바지, 슈즈, 매듭 노리개는 모두 Guiroe.

두 작업을 관통하며 앞으로도 잃지 않고 싶은 진영의 모습이 있다면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만은 잃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냥 사람이 좋고, 같이 지내고, 함께 무언가를 하고 공유하는 게 좋아요. 만약 어느 날 그게 싫어진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10년을 함께 보낸 네 명의 동료에게도 한마디해 볼까요

“오래오래 가자.” 처음에는 일로 만난 사이였잖아요. 10년 동안 서로 연락하고, 각자의 것을 공유하고, 응원하면서 관계를 이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우리가 그걸 끝내 해냈다는 게 행복해요.


10년 전의 진영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쉽지 않았겠지만 잘 해냈어.” 그때 나름대로 부담도 많았고 힘든 순간도 있었을 텐데 결국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거든요. 당시에는 제가 무언가를 증명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잘 봤다” “너무 좋더라”는 말을 해주니까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 말이 용기를 줬고, 연기를 더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채수빈

10년 만에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다섯 명의 배우가 모였어요. 한복까지 입으니 기분이 어떤가요

옛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다들 변함없이 밝고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이었어요. 1년에 한두 번씩 꾸준히 만나왔기 때문에 다시 만나는 일이 낯설지 않았어요. 다 같이 촬영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잖아요. 처음에는 10주년을 맞아 함께 노래를 부르자는 이야기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들었어요. 노래는 조금 부담스럽지만 모두 함께한다면 저도 동참하겠다고 했죠(웃음). 이렇게 다시 작업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워요.


다시 조하연(이하 ‘하연’)의 시절처럼 한복을 입었어요. <구르미 그린 달빛>은 궁궐의 색과 한복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죠

현장에 오면서 ‘맞아, 사극 촬영이 이랬지’ 하면서 옛날 기억이 많이 났어요. 한복도 오랜만에 입었는데 새삼 너무 예쁜 옷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드라마를 통해 우리나라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에요.


하연은 풍등제에서 우연히 이영을 만나면서 네 청춘의 관계에 합류하죠. 수빈 씨 역시 다른 배우보다 조금 늦게 촬영에 합류했는데, 첫 촬영을 기억하나요

첫 촬영이 시장에서 보검 오빠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제게는 첫 사극이라 더 기억에 남죠. 다른 배우들은 이미 친해진 상태였는데 저만 극 중간에 합류했거든요. 처음에는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걱정도 있었고 김성윤 감독님께 “저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 하고 계속 여쭤봤던 기억도 나요.


트렌치코트와 볼드한 이어링은 모두 Chloé.

트렌치코트와 볼드한 이어링은 모두 Chloé.

하연이라는 인물을 만들어갈 때 가장 집중했던 점은

‘하연의 마음을 진심으로 느끼면서 연기해야지’라는 생각이 컸어요.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지, 화면에 어떻게 보일지, 이 앵글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은 계산은 전혀 안 했죠. 그저 하연의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표현하는 데 집중했어요.


이영이 세자라는 신분을 알기 전부터 마음을 표현하고, 거절당한 뒤에도 자기 감정을 감추지 않는 여성이에요. 10년 뒤 다시 보니 하연의 어떤 면이 먼저 보였나요

하연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으로 큰 걱정 없이 자란 순수한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이영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과 맞닥뜨리게 돼요. 그런 과정을 통해 한 발짝 성장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흥미로운 건 하연의 사랑이 결국 ‘이영을 얻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세자빈의 자리까지 받아들이지만 마지막에 스스로 궁을 나서죠. 그 장면을 인상 깊게 꼽은 걸로 기억해요

맞아요. 보따리를 들고 궁을 나와 하늘을 바라보잖아요. 하연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장면이고, 그녀를 잘 보여주는 순간이죠.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게 마지막 촬영이기도 해서 더 오래 남아 있어요.


사랑 앞에서도 꽤 당찬 사람이었죠

돌이켜보면 그게 하연의 강점이었던 것 같아요. 사랑받지 못했다고 해서 거기에 계속 머무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결국 “저는 다 포기하고 떠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당찬 저력이 있는 여성이죠.


플로럴 장식의 실크 드레스와 플라워 자개 뒤꽂이, 플라워 당혜, 버선, 링은 모두 Kumdanje.

플로럴 장식의 실크 드레스와 플라워 자개 뒤꽂이, 플라워 당혜, 버선, 링은 모두 Kumdanje.

그런 하연과 지금의 수빈 씨를 비교하면 어때요? 하연에게 배우고 싶은 게 있을까요

용기를 받고 싶어요. 당차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거든요. 드라마에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지만 분명 자신의 삶을 찾아 멋지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하연에게 어떤 말을 해준다기보다 하연에게 용기를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하연을 연기하던 스물두 살에서 어느덧 30대가 됐어요. 당시에는 지금의 자신을 어떤 어른으로 상상했나요

그때는 지금쯤 멋진 어른이 돼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때가 더 성숙했던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어요(웃음). 마음만큼은 아직 열아홉 청춘 같은데 친구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걸 보면 ‘어른이 되는 것도 쉽지 않구나’ 싶어요.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도 놀랍고요.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거쳐왔죠. 지금 배우로서 새롭게 만나고 싶은 얼굴은

요즘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나 사랑 이야기를 많이 했고(캐릭터마다 달랐지만) 밝고 당찬 인물을 자주 연기했어요. 이제는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면서 겪는 감정을 좀 더 깊게 다루는 인물이요.


트렌치코트와 보디수트, 드레이핑 스커트, 원형 이어링과 젤리 슈즈는 모두 Chloé.

트렌치코트와 보디수트, 드레이핑 스커트, 원형 이어링과 젤리 슈즈는 모두 Chloé.

지금은 사랑보다 좀 더 넓은 ‘사람 사는 이야기’ 쪽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걸까요

맞아요. 사랑일 수도 있지만 가족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가요.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작품에서 깊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만큼 제 연기의 방향성도 다채롭게 가져가고 싶고요.


돌이켜보면 이영, 라온, 윤성, 병연, 하연 모두 자기 마음도 알지 못했던 어린 사람들이었어요. 실제 배우들의 나이도 각자 맡은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그러니까요. 예전 방송 클립을 다시 보면서 ‘그때의 우리였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우리는 정말 어렸어요. (김)유정이는 열일곱 살이었고 저와 (곽)동연이도 어렸고, 진영 오빠도 스물세 살 정도였어요. 그런 청춘들의 예쁜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 있어서 많은 분이 더 좋아해 주는 것 같아요.


하연이 궁을 나서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것처럼 수빈 씨도 그 작품 이후 10년 동안 연기에 대한 열정을 채워왔어요. 그 안에 스물두 살의 자신이 남아 있나요

한 친구가 언젠가 “너는 젊었을 때의 모습이 작품으로 남아 있어서 좋겠다”고 한 적 있어요. 그전에는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물론 하연이 온전한 내가 아니지만, 그 인물을 연기한 스물두 살의 제 모습도 작품에 고스란히 남았잖아요. 많은 사람의 추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에요.


수빈이 입은 벌룬 핏의 드레스는 Jinsun. 댕기와 옥반지는 모두 Hanboklynn. 진영이 입은 셔츠는 Loro Piana. 슬리브리스는 Ych. 팬츠는 Dadada Hanbok. 슈즈는 Ferragamo. 레더 타이는 Our Legacy. 동연이 입은 톱은 Junwei Lin. 이어 커프는 Chrome Hearts. 오른손에 착용한 검지와 소지의 링은 모두 Tiffany & Co. 중지에 착용한 링은 Alexander McQueen. 약지에 착용한 링은 HanO. 팬츠와 슈즈, 벨트, 왼손에 착용한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빈이 입은 벌룬 핏의 드레스는 Jinsun. 댕기와 옥반지는 모두 Hanboklynn. 진영이 입은 셔츠는 Loro Piana. 슬리브리스는 Ych. 팬츠는 Dadada Hanbok. 슈즈는 Ferragamo. 레더 타이는 Our Legacy. 동연이 입은 톱은 Junwei Lin. 이어 커프는 Chrome Hearts. 오른손에 착용한 검지와 소지의 링은 모두 Tiffany & Co. 중지에 착용한 링은 Alexander McQueen. 약지에 착용한 링은 HanO. 팬츠와 슈즈, 벨트, 왼손에 착용한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때의 자신에게 한 마디 건넨다면

“잘하고 있고, 잘할 거고, 잘 살아.” 지금 돌아보면 큰 걱정 없이 열심히 해온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때 쓴 일기장을 보면 매 작품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걸 어떻게 헤쳐 나가지?’ 하고 전전긍긍하며 고민했더라고요. 사실 지나고 나면 또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냥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 일기에는 하연을 연기하던 시절의 채수빈도 남아 있겠네요. 아직도 일기를 쓰나요

가끔요. 마음이 소용돌이칠 때나 지금 감정을 기록하고 싶을 때 써요. 제가 또 기분 좋지 않은 일은 잘 잊어버리거든요(웃음). 예전 일기를 다시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싶을 때도 있고 ‘나에게 이런 색깔이 있었구나’ 하고 새삼 알게 될 때도 있어서 신기해요.


10년 전 궁 안에서 함께 청춘을 보냈던 네 사람에게도 한 마디 남겨볼까요

10년 동안 서로의 곁을 지키며 좋은 인연을 이어올 수 있어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모두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지금처럼 오래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곽동연

다섯 배우가 한 작품을 추억하기 위해 모였어요. 어떤 기분인가요

주기적으로 만나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화보 시안과 일정표를 받으면서 ‘우리가 사적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10년 만에 다시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구나’라는 게 실감나더라고요. 감회가 새로웠죠. 무엇보다 감사한 건 다섯 명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게 자기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거예요.


<구르미 그린 달빛> 팀을 두고 흔히 가족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요. 10년 동안 관계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자기 모습을 만들어가던 시기에 만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도 스무 살이었으니까요. 어리숙하고 미숙했던 모습부터 한 해 한 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까지 서로 지켜봤죠. 그래서 만날 때마다 조금 민망하면서도 든든해요(웃음). 스무 살에 만난 사람들을 서른이 돼서도 계속 보고 있다는 게 특별하죠.


라펠 포인트의 롱 코트와 니트 톱은 모두 Dries Van Noten. 팬츠는 Recto.

라펠 포인트의 롱 코트와 니트 톱은 모두 Dries Van Noten. 팬츠는 Recto.

스무 살의 곽동연과 비교해 지금 많이 달라진 점은

거짓말처럼 서른이 됐다고 자각한 순간부터 체력이 급속도로 저하되기 시작했어요(웃음). 예전에는 재미있는 자리가 있거나 여행을 가면 잠을 자지 않고서라도 그 시간을 즐기려 했거든요. 이제는 엄두가 안 나요.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도 있을까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더 커졌어요. 어릴 때는 살얼음판처럼 엄숙한 현장도 있었거든요. 연출자나 배우 한 사람의 예민함이 현장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많이 봤고요. 어차피 같은 작품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니까 조금이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잖아요. <구르미 그린 달빛>을 찍으면서 그걸 느꼈어요. 저도 현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한 명이라도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싶어요.


<구르미 그린 달빛> 첫 촬영은 기억나는지

그럼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전한 기분이었어요(웃음). 원래 그 역할을 하던 배우가 하차하면서 긴급하게 대체 투입됐거든요. 김성윤 PD님과는 이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그래서 더더욱 ‘여기서 내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어요. 첫 장면이 정확하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분장 버스에서 보검이 형을 처음 만난 건 생생하게 기억해요. 그때는 현장 분위기나 일의 퀄리티 같은 걸 생각할 여유도 없었죠.


그런 압박감이 조금씩 사라졌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나요

극 초반에 보검이 형, 유정 씨와 셋이 자현당 평상에 앉아 닭백숙을 먹는 장면이 있어요. 이상하게 그때가 기억에 남아요. 그 신을 찍을 무렵부터 ‘해내야 한다’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조금씩 수그러들었거든요. 그 부담감 대신, 이 작품을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졌어요.


한복은 Tchai Kim. 팬츠는 Zagae. 슈즈는 House of Lynn. 술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복은 Tchai Kim. 팬츠는 Zagae. 슈즈는 House of Lynn. 술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즐겁게 촬영했고 결과까지 좋았으니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배우 곽동연에게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했을 것 같아요

정말 즐겁고 기분 좋게 일했는데 성과까지 좋았던 프로젝트였죠. 누구의 삶이든 한 번쯤 있을 수 있는 운 좋은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 기억 때문에 괴로웠던 때도 있었어요. 자꾸 ‘그때처럼 재미있고 행복한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몇 년이 지나서 알았어요. 거기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안 되는구나.


좋은 기억임에도 말이죠

어떤 일을 인생의 기념비처럼 기억할수록 그 자리에 머무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이제는 <구르미 그린 달빛>을 정말 기분 좋았던, 다시 찾아오지 않을 ‘럭키’한 순간으로 생각하려고요.


현장에서 배운 것 중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건

당시에는 촬영감독님을 비롯해 현장 어른에게 많이 혼났어요(웃음). 지금 생각하면 그만큼 가르침을 한 땀 한 땀 받을 수 있었던 시기였죠. 지금은 현장이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누군가에게 하나씩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당시는 힘들었지만 그분들에게 배운 것들이 지금은 큰 가르침으로 남았어요.


이제 <구르미 그린 달빛>은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됐어요. 그 안에 자신의 스무 살이 남아 있는 기분은 어떤가요

감개무량하죠. 어떤 작품이 긴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고 기억되고, 이렇게 다시 프로젝트가 만들어질 만큼 의미가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요. 제가 그 작품의 일부였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죠.


수빈이 입은 한복은 Lleehwa. 터키석 뒤꽂이는 Kumdanje. 초록 나비 뒤꽂이는 Hanboklynn. 진영이 입은 한복과 매듭 노리개는 모두 Guiroe. 동연이 입은 한복은 Tchai Kim. 목걸이는 Tiffany & Co. 유정이 입은 한복은 Seodamhwa. 보검이 입은 한복은 Leesle. 배자는 Yuhyunhwa Hanbok.

수빈이 입은 한복은 Lleehwa. 터키석 뒤꽂이는 Kumdanje. 초록 나비 뒤꽂이는 Hanboklynn. 진영이 입은 한복과 매듭 노리개는 모두 Guiroe. 동연이 입은 한복은 Tchai Kim. 목걸이는 Tiffany & Co. 유정이 입은 한복은 Seodamhwa. 보검이 입은 한복은 Leesle. 배자는 Yuhyunhwa Hanbok.

오래 사랑받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도 있나요

최근에 또 다른 사극인 <동궁>에 출연했는데, 그 작품에서 제 모습을 보는데 <구르미 그린 달빛>의 병연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때는 이런 캐릭터였는데 지금은 이런 인물이 됐구나’ 하면서 제 필모그래피를 연결해서 즐기는 분들도 많아요. 이제는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이 된 거죠(웃음).


병연과 당시 곽동연이 닮은 점은

뭔가를 붙들고 사는 사람이라는 점이요. 그때 저에게는 일이 곧 삶이었거든요. 그걸 붙들고 안달복달하면서 살았어요. 삶의 중심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던 거죠. 아마 병연에게는 세자가 그런 존재였을 테고요. 그래서 처음 병연에게 다가갈 때 그런 부분이 하나의 힌트가 된 것 같아요.


병연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이제 나이도 꽤 들었을 테니 어디선가 후학을 양성하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무술을 가르칠 수 있는 공간 같은 걸 만들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병연이라는 캐릭터의 모티프가 된 ‘김삿갓’처럼 가끔 시상도 떠올리면서요.


스무 살에는 일이 삶의 전부였다고 했죠. 서른이 된 지금은 일과 삶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을까요

많이 달라졌어요. 어릴 때는 배우라는 직업이 삶을 송두리째 바쳐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열심히 했고 후회도 없어요. 그런데 돌아보면 중간중간 옆도 보고 뒤도 볼 수 있는 시간이 분명히 있었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몰두하지 않으면 나태해지는 거라고 생각했죠. 이제는 좀 더 균형을 잘 잡으며 살아가고 싶어요.


창의와 철릭은 Tchai Kim. 바지는 Zagae. 버선 모티프의 슈즈는 Hanboklynn. 목걸이는 Tiffany & Co. 술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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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요. 익숙했던 일상에서 잠시 떨어지게 되겠네요

요즘 틈만 나면 어디론가 떠나려고 해요. 저에게 익숙한 것들로부터 멀어지는 연습을 하는 거죠. 낯선 곳에 툭 떨어져 있을 때 비로소 떠오르는 생각이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제 시간을 써보려고요.


치열했던 스무 살의 곽동연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쫄지 마라(웃음)!” 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때는 작품 하나하나, 신 하나하나를 내 인생의 마지막처럼 연기했어요. 그런 마음이 오히려 저를 옥죄어서 퍼포먼스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좀 더 자신 있게 했다면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겠죠.


10년 뒤에는 어떤 사람이길 꿈꾸나요

자유로운 사람. 제가 생각하는 자유는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과는 달라요. 도덕적· 윤리적 결함이 없고 주변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사람이 돼야 진짜 자유로울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일일이 검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연스럽게 미덕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어요.


10년을 함께한 네 명의 동료에게 한 마디 남겨볼까요

다들 바쁘게 일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건강 잘 챙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2028년 초까지는 제가 나라를 지키고 있을 테니까 국가 정세는 걱정하지 말고 각자의 꿈을 마음껏 펼치라 말하고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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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패션 에디터 장효선
  • 피처 에디터 전혜진 · 박찬
  • 사진가 김신애
  • 헤어 아티스트 장해인 · 박하 · 심성은 · 지경미
  • 메이크업 아티스트 강다인 · 성주 · 조을이 · 강예원 · 이고은
  • 패션 스타일리스트 박민희 · 원서 · 연원모 · 조보민 · 이명선
  • 세트 스타일리스트 이예슬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어시스턴트 임주원 · 심지원
  • 장소 태재 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