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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판 '스캔들', 알고 보면 신기한 북촌 한옥 공간 디테일

사대부 집안의 우아한 일상과 숨은 욕망을 공간으로 표현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프로필 by 라효진 2026.09.22

정지우 감독은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을 만들며 "새로운 사극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포부를 갖고 있었습니다. 개봉 후 23년의 세월이 흘러도 미적 감각을 인정받는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와는 차별점도 필요했을 거예요. 그래서 이번 시리즈의 창작자들은 과감한 상상력으로 <스캔들>만의 조선시대를 완성했습니다. 물론 철저한 고증을 기반으로 했고요.


넷플릭스 <스캔들>

넷플릭스 <스캔들>


먼저 <스캔들>의 등장인물들에게는 감정과 성격을 상징하는 고유한 색으로서의 '퍼스널 컬러'가 부여됐습니다.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이지만 시대적 현실 앞에서 자신의 욕망을 감춰온 조씨부인(소유진)의 대표 컬러는 '녹색'입니다. 캐릭터의 욕망과 감정이 짙어질수록 젊은 시절 풋풋한 연두색이 녹색으로 깊어지는 식입니다. 감정선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는 쑥색과 먹색으로 강하게 요동치는 내면이 표현됐습니다.


조원(지창욱)의 인생은 '청색'입니다. 이 역시 순수했던 시기의 옅은 청색에서 시작해 쪽빛, 그리고 깊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짙은 군청색으로 변화하죠. 청상과부 희연(나나)은 창호지색, 소색, 삼베색 등 담백하고 절제된 색과 실루엣의 중첩을 위주로 그려졌습니다.


넷플릭스 <스캔들>

넷플릭스 <스캔들>


공간 연출에도 디테일이 숨어 있습니다. <스캔들>의 양반가는 평평한 대지에 반듯하게 들어선 한옥과 조금 다른데요. 제작진은 당시 한양 역시 주택이 빽빽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해요. 여기에 현대 서울의 평창동이나 성북동처럼 언덕 위 집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집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모여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이 가미됐죠.


조씨부인의 집은 평지였던 세트장에 큰 돌을 박고 흙을 쌓아 지형부터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나무와 잡풀이 실제로 자랄 수 있도록 씨를 뿌리고, 건물마다 높이를 달리해 자연스러운 단차를 만들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입니다. 마당에는 일반적인 사극에서 자주 보이는 밝은 마사토 대신 산 흙의 질감을 살렸어요. 또 <스캔들>을 보다보면 한옥의 나무가 유난히 밝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당대 양반가 사람들이 그 시대에 가장 고급스럽고 좋은 새 나무를 사용해 집을 지었을 것이라는 정이진 미술 감독의 관점이 반영된 부분입니다.


넷플릭스 <스캔들>

넷플릭스 <스캔들>


조선 양반가 여인이지만 사업가이기도 한 조씨부인의 방은 익숙한 규방의 이미지를 벗고 성격과 삶의 태도가 드러나는 공간으로 완성됐습니다. 병풍 대신 조선시대 전통 종이꽃인 '채화'가 배치됐는데요. 채화로 만든 매화는 고결함, 기품, 결백, 인내를 상징합니다. 이는 조씨부인의 품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결국 종이로 만든 '가짜 꽃'이라는 의미도 있죠. 겉으로는 고고하고 우아하지만 속마음을 감춘 채 살아가는 조씨부인의 처지와 내면을 은유한 셈입니다.


넷플릭스 <스캔들>

넷플릭스 <스캔들>


방바닥에도 카펫 같은 것이 보입니다. <스캔들>의 제작진은 자문 과정에서 조선시대 궁중이나 양반가에서는 실내에서 절대로 버선발로 장판이나 마루를 직접 밟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방 전체에 여러 개의 작은 돗자리를 엮어서 테두리에 선을 둘러 종이 카펫 형태의 '지의'를 구현했습니다. 이처럼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공간적 요소들을 알고 보면 <스캔들>을 좀 더 재밌게 시청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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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