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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포토그래퍼다. 주로 찍지만 남에게 찍히는 일도 많다. 여유로운 중절모, 검은 피부와 어울리는 원색 옷을 즐긴다. 주황색과 연두색을 함께 소화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그에겐 일상이다. 이렇게 멋이 몸에 밴 남자와 마주할 수 있다는 건 피티 워모에서만 누리는 행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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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만난 이 익살스러운 멋쟁이 둘은 몬테제몰로의 스태프다. 지난 시즌에는 사진 찍히는 걸 꺼리는 눈치였는데 어쩐 일인지 공으로 장난까지 치며 기분 좋게 촬영에 응해주었다. 베스트에 부정적이었지만 이들의 룩은 자연스러워 눈길을 끈다. 셔츠와 톤온톤을 유지하고 적절한 액세서리를 더한 것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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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벽은 노란색과 아이보리색의 중간쯤이다. 얼룩덜룩 벗겨지기도 했지만 고전적이고 아름답다. 박람회장 출구에서 유독 눈에 띈 이 신사. 그가 입은 진분홍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시가를 문 자유로운 애티튜드는 피렌체의 벽을 배경으로 비로소 완벽해졌다. 건조한 회벽이었다면 이 정도로 황홀해 보이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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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파빌리언 앞에 앉아 남자들을 감상하고 있자면 피식 웃음이 난다. ‘내가 더 낫다’고 옷으로 말하는 그들이 유치했다가 귀엽다가 결국 매력적이라고 인정하고 마는 것이다. 핑크 재킷에 보색의 포켓 스퀘어를 꽂는 당당함, 목걸이를 네 개나 레이어링하는 대담함, 체크 포켓 스퀘어의 경쾌함, 핫 핑크 스트라이프 재킷을 맞추는 자신감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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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 워모에서는 언제나 크고 작은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올 그레이 룩에 파이프를 물고 자전거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저 남자. 일부러 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핑크와 퍼플 톤의 화살 밭을 지나는 순간, 핑크 컬러 구조물과 티 없이 맑은 하늘이 거기에 겹쳐지는 순간 이 사소한 퍼포먼스가 예술이 되었다. 그가 노린 순간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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