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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떠나는 제주 여행

귓가를 파고드는 바람 소리를 듣고 제주에 온 걸 실감했다. 해비치 호텔 & 리조트 제주에서 보낸 이틀은 바람처럼 금세 지나가버렸다.

프로필 by ELLE 2015.12.20

촬영을 위해 이번 여정에 함께한 배두나송경아. 절친한 친구 사이인 둘은 아주 사적인 우정 여행처럼 평소 좋아하는 옷과 신발을 챙겨 제주로 왔다. 배두나의 짐 속엔 수중 카메라와 지난여름,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초대한 크루즈 여행에서 챙겨 온 노란색 오리 튜브도 있었다. 둘이 함께 프렌치 다이닝을 즐기고, 야외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오션 뷰를 만끽하며 호텔 방에서 머문 사적인 모멘트는 별책 부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션 뷰 스위트룸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자연광이 쏟아지는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해비치 호텔의 내부. 오픈 키친과 코쿤이 있는 곳이 프렌치 다이닝 레스토랑 밀리우다.






사계절 내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윈터 가든의 야외 수영장.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를 향해 1시간쯤 달려 해비치 호텔 & 리조트 제주에 도착했다. 1만5000평이 넘는 드넓은 대지에 세워진 8000평의 건물, 500여 개의 객실은 제주 최대 규모로,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8층 높이의 천장까지 시원하게 뚫린 중정에서 제주 최초의 6성급 호텔의 특별함이 느껴졌다. 방 안으로 들어서면 거의 모든 방에서 바다가 보인다. 침대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풍경도, 욕조에 누워 바라보는 풍경도 그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발코니로 나가 코끝이 짭조름해지는 바다 공기를 들이마시니 이번 여행의 미션과도 같은 촬영의 부담은 바다 저편으로 사라지고 답답했던 숨통이 절로 트였다. 시선이 닿는 어디에도 막힘이 없다. 호텔과 바로 맞닿은 해변은 부드럽고 고운 모래가 깔린 둥근 형태의 백사장이다. 더욱이 호텔이 있는 표선면은 제주에서도 때 묻지 않은 태고의 자연 환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로 옆엔 민속 문화가 잘 보조된 민속마을과 민속촌 박물관이 있고 올레길 못지않은 산책로 갑마장 길과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사려니 숲과 비자림도 지척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겉옷은 벗어둔 채 촬영 답사를 핑계 삼아 방을 나섰다. 문 앞에 서면 복도 난간 너머로 탁 트인 중정이 보인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오픈된 구조인데도 소란스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게 바로 호텔의 품격인가 보다. 바다를 향해 난 잔디 정원으로 나왔다. 물빛이 고운 해변을 배경으로 늘어선 야자수를 보고 있자니, 이국의 언어가 들리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이곳이 외국의 어느 휴양지인지 구분할 길이 없다. 바다와 잔디가 한눈에 들어오는 야외 수영장에서는 초겨울인데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한여름처럼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계절 내내 수영이 가능한 온수와 저쿠지 덕분이다. 선탠 배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야외 수영장에서 이어진 실내 수영장이 있는 단독 건물 안에는 피트니스 센터와 스파 등 복합 레저 시설이 마련돼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심신의 피로를 푸는 진정한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다. 호텔 홍보 담당자는 레저 전문가 팀 익스플로러를 통해 한라산 오름 트레킹이나 아트 투어, 승마 등 숨겨진 제주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아웃도어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솔깃한 제안이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그 사이, 출출해진 일행은 저녁 식사 메뉴를 두고 꽤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다. 리조트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호텔에 근사한 옵션들이 즐비하다. 고급 제주 다이닝 ‘하노루’, 라이브 스테이션이 있는 뷔페 레스토랑 ‘섬모라’, 제주 토종 흑돼지 바비큐를 맛볼 수 있는 ‘이디’, 라이브 선율과 오션 뷰가 어우러진 ‘바99’…. 간발의 차이로 다른 옵션들을 밀어내고 낙점된 호텔 1층의 밀리우(Milieu)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주 최초의 프렌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인 밀리우는 이번 여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 둥지처럼 안락한 코쿤 형태의 프라이빗 룸에 자리를 잡았다. 다타키 스타일의 참치와 푸아 그라, 바당 부야베스, 브레이징한 제주산 돼지갈비, 옥돔구이와 으깬 돼지감자…. 오픈 키친을 통해 바쁘게 요리하는 셰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근에서 잡힌 해산물과 제주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프렌치 다이닝이니 그 맛은 특별할 수밖에! 식사를 마친 후, 제주의 토속 테라피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호텔 & 리조트 내에 있는 스파 아라에선 제주에서 전해 내려오는 체내림 할망의 민간요법을 현대적으로 적용한 특별한 테라피를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건 등과 얼굴, 발바닥과 종아리까지 포함된 제주 마유 테라피. 말의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마유로 몸을 부드럽게 자극하니 온몸의 피로가 풀리고 건조하던 피부가 촉촉해졌다. 어느새 밤이 깊었지만 별비치 가든으로 불리는 정원에 앉아 쏟아질 듯 총총히 박힌 밤하늘을 바라보느라 잠자리에 들 시간은 자꾸만 미뤄졌다. 이게 바로 서울에선 돈 주고도 경험할 수 없다는 ‘별빛 샤워’! 이튿날 아침, 해비치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세수도 하지 않고 나온 발코니에서 제주 남동쪽 해변의 눈부신 아침 광경을 바라보면서 ‘가장 먼저 해가 비치는 곳’이라는 해비치의 의미를 실감했다. 어떤 여행은 이렇듯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없이도 목적지가 준비해둔 선물을 받기만 하면 된다. 여행, 아니 출장에서 돌아온 후,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의 겨울 패키지에 대한 홍보 메일이었다. 호텔 수페리어 객실 1박과 2인을 위한 익스플로러 프로그램 체험, 야외 수영장에서의 칵테일 이용권, 뷔페 조식이 포함된 윈터 패키지(36만원부터이며 1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가능)와 로맨틱 지수를 최고조로 올릴 수 있는 캔들과 풍선, 케이크, 와인, 버블 배스가 구비된 스탠더드 객실 1박과 프라이빗한 룸 서비스 조식이 포함된 ‘윌 유 메리 미 패키지’(33만원부터이며, 12월 31일까지 이용 가능), 크리마스 디너 뷔페 등. 평소라면 무심하게 지나쳤을 이벤트를 다시 한 번 꼼꼼히 훑어봤다. 없던 연인도 만들어 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라도 좋다. 12월엔 반드시 그곳에 다시 가리라.




Credit

  • editor 주가은 PHOTO 유영규
  • COURTESY OF HAEVICHI HOTEL & RESORT JEJU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