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섞기의 결정체

이미 존재하는 형태나 재료, 이야기를 혼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김찬혁의 가구.

프로필 by 이경진 2024.10.30

김찬혁
인스타그램 계정 ‘차볶(@chabokk_)’과 이를 설명하는 카테고리 타이틀 ‘분식점’이 독특하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차볶(Chabokk)’은 개인적으로 ‘섞기의 결정체’라고 생각하는 최애 음식 ‘짜장 떡볶이’와 내 이름을 합쳐서 만든 스튜디오 이름이다. 어린 시절부터 뭐든 섞는 것을 좋아했다. 현대의 작업들은 이미 존재하는 형태나 재료, 이야기 등을 혼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내 작품도 동서양의 비슷한 요소를 연결하고, 과거의 것을 현대에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섞는다’는 개념을 활용한다.
한국식 방을 새롭게 제안하는 <방(房), 스스로 그러한>전이 당신에게 던진 질문은
‘한국적’이라는 단어가 전통에 갇히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흑백청황의 전통 색상에서 벗어나면?’ ‘오랜 좌식 전통을 대표하는 가구 형태는 왜 없는가?’ 하는 비판적인 질문을 바탕으로 작업했다. 그 결과 현대의 좌식생활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가구를 완성했다.
종이로 만든 틀에 커피 찌꺼기 반죽을 덧붙여 형태를 만들고 옻칠로 마감한다. 이런 작업방식은 어떻게 시작됐나
대학시절 다양한 색과 강력한 마감이 가능한 옻칠에 매료됐다. 헌 양말, 식물성 물질로 만들어진 PLA 등 새로운 재료에 옻칠을 시도했다. 커피 찌꺼기로 만든 점토에 적용했을 때 옻이 커피 점토가 갖지 못한 내수성을 보완해 주더라. 우리나라가 세계 2위 커피 소비국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커피 찌꺼기를 가구와 건축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커피 점토를 변형시킨 반죽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허니콤보드’라는 종이를 틀로 삼아 커피 반죽을 덧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 요소에 현대성을 부여하고 결합하는 시도에 영감을 준 것은
창덕궁과 팥빙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창덕궁은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설계된 궁궐로, 이곳에서 ‘자연’과 ‘유기적’이라는 전통 요소를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곡선이 돋보이는 ‘침(Chim)’ 테이블을 디자인했다. 그리고 팥빙수에서 발견한 ‘팥색’은 적자색 계열이지만 전통적인 흑·백·적·청·황에서 벗어난 새로운 한국의 색상이었고, 이를 이번 작품에 적용했다.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권아름
  • 사진 아름지기 · guruvisual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