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미니멀 홈스타일링! 가구 없이도 로망 실현한 작은 아파트
미니멀리스트 원예가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살린 집 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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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어떻게 주인을 닮아갈까. 새로운 집을 만난 우리는 자연스럽게 몇 개의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무엇이 나를 충족시키는지 발견하는 것이다. 유행이나 타인의 시선 대신 자신이 가진 단서에 집중할 때 집은 진정한 안식처가 된다. 원예사무소이자 야생 초목 교습소인 ‘식물의 취향’을 운영하는 박기철 원예가의 집은 담백하고 정갈하다.
박기철은 40대를 맞아 ‘피로도를 줄이고, 나답게 더 잘 살기’라는 키워드로 새로운 삶을 구상했다.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10년을 보낸 그는 수천 세대가 함께 사는 일상, 언덕에 자리 잡은 단지의 불편함, 건강 문제 등에 피로감을 느꼈다. “내 라이프스타일과 맞는 동네는 어디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난여름 연희동의 70.76m2짜리 작은 아파트로 이주했습니다. 여덟 살 된 반려견 여름이의 일상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했어요.”
평지로 이뤄진 연희동 홍연길의 고즈넉한 정취와 안정감, 홍제천과 안산, 궁동산이 주는 자연 풍경은 그에게 순도 높은 쉼으로 다가왔다. 홍제천을 따라 한강까지 자전거를 타러 나가는 일상은 그가 추구하는 여유로운 삶의 속도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집은 블랙과 화이트 일색이다. 절제된 색감 속에서 기능성과 미니멀리즘을 담고 있다. 두 개의 방과 욕실, 주방이 긴 복도를 따라 효율적으로 배치됐고, 모든 가구와 살림살이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자리 잡았다. 담백함과 고요함이 스타일로 다가오는 집이다. “이 집을 ‘검은 집’이라고 불러요. 모든 색이 섞이면 검정이 되듯 다양한 요소를 압축하고 함축한 공간입니다.” 공간디자인을 맡은 조현석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을 목표로 박기철과 두 달간 긴 대화를 나누며 공간을 완성했다.
조현석은 디자인의 형태뿐 아니라 소재와 컬러를 쓰는 방식까지 세심하게 고민했다. 금속 문, 강판의 일종인 구로철판 소파, 과감한 검은색 바닥까지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소재와 디테일을 비롯해 벽의 두께와 요철까지 세심히 설계된 공간은 깔끔함과 단순함 속에서 기능성을 극대화한다. “이전에 살던 집도 미니멀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미니멀한 척’했던 것 같아요. 수납공간에 물건을 잔뜩 숨겨두었으니까요. 이 집에서는 불필요한 것을 모두 비웠어요. 물건이 아닌 공간 그 자체로 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온전히 표현하고 싶었죠.” 외식을 자주 하는 그는 효용성을 우선으로 주방은 작게 설계하고, 침실은 옷장이 결합된 침대로 간결하게 꾸몄다.
한쪽 벽면을 책으로 가득 채운 서재와 게스트 룸 역시 불필요한 요소 없이 기능에 충실한 모양새다. 꼭 필요한 것만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철학으로 채워진 집은 프랑스 리비에라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작은 오두막을 떠올리게 한다. 박기철은 이 집을 완성한 뒤 스스로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됐다. 이전에는 말로 표현하지 않았던 감정이 이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나를 닮은 삶의 축소판,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가치를 반영한 공간에서 오는 충족감이다. 추구하는 삶의 모양을 밀도 있게 담아낸 집은 진정한 만족과 평안으로 가득한 세계가 된다.

집주인 박기철은 이 집의 매력으로 작지만 길고 밀도 있는 구조를 꼽았다.

수도승의 침실처럼 몸을 겨우 누일 정도로 작은 침대가 옷장에 붙어 있다. 반려견 여름이를 고려해 침대는 낮은 높이로 제작했다.

테라스에서 자연 풍광을 감상하는 박기철.





현관과 바로 연결된 주방을 벽으로 구분해 긴 복도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고, 수납 문제도 해결했다.

작지만 모든 가전이 갖춰진 알찬 주방. 정리 정돈을 잘하는 박기철의 성격 덕분에 주방도 항상 깔끔하게 유지된다.

베란다 한쪽에는 집에서도 식물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작은 식물 작업대가 설치돼 있다.

거실 통창 너머로 펼쳐진 떡갈나무와 아까시나무 숲은 손에 닿을 듯 가깝고, 자연의 그림자는 집 안으로 길게 드리워져 차분한 안정감을 더한다.
Credit
- 에디터 권아름
- 사진 이주연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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