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부터 빨간색까지? 색깔 활용에 진심인 신혼집 인테리어
공간 디자이너 부부의 완전히 색다른 낭만 실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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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슬기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한강 뷰가 일품이다. 손님 초대를 즐기는 부부는 크고 단순한 형태의 식탁을 제작했고, 곡선 형태가 돋보이는 프레데리시아의 ‘스팅레이 로킹 체어(Stingray Rocking Chair)’와 빈티지 임스 체어를 배치해 공간에 리듬감을 더했다.
다채로운 건축이론을 바탕으로 누군가의 낭만을 지어온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라이프이즈로맨스’. 이를 이끄는 허슬기 · 심우창 부부의 사적 공간에는 어떤 낭만이 담겨 있을까. 서울 용산에 자리 잡은 그들의 신혼집에서 답을 찾았다.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두 사람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197.87㎡ 크기의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꾸몄다. 개인적이고 실험적인 접근을 통해 두 사람의 취향을 담아낸 집은 그들이 여태 작업해 온, 차분하고 절제된 상업공간과는 결이 다르다. 과감한 색감과 디테일을 활용해 자신들의 감각을 구현한 결과, 20년 된 아파트가 새로운 분위기로 재탄생했다. “예산을 2000만 원으로 정했어요. 꽤 넓은 공간이라 비용을 어떻게 줄일지가 고민이었죠. 전부 뜯어고치기보다 디테일을 조정하면서 공간을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최소한의 금액으로 실험해 보기로 했죠.”

거실에서 바라본 부엌 전경. 유리 블록 벽과 강렬한 빨간 아일랜드가 매력 포인트다.

노란색으로 도장한 벽과 하늘색으로 물든 천장이 재미있는 보조 주방.

제작한 거울을 거실에 배치해 반사되는 풍경을 통해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두 사람은 기본적 구조를 유지하되 작은 변화로 공간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육각형 천장은 그대로 두고, 기존의 직부등에는 금속 커버를 씌워 간접 조명처럼 연출했다. 한강 뷰를 가리는 기둥은 블랙으로 강조하고, 방문과 주방 아일랜드에는 블루와 레드, 보조 주방에는 옐로를 배치해 컬러 균형을 맞췄다.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을 둘러봤는데, 강렬한 색감을 활용한 공간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를 한국 아파트에 풀어보면 어떨까 고민했죠. 마침 육각형의 거실을 비롯해 공간에 기하학적 특징이 있어 모던한 컬러와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러다 부엌 쪽 벽면에 적용할 컬러로 선택한 빨간색의 이름이 우연하게도 ‘르코르뷔지에 레드’더라고요. 딱이었죠!(웃음)” 허슬기의 감각적인 컬러 사용은 공간에 변주를 더했고, 집을 개성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거실에서 훤히 보이는 주방을 가리기 위해 유리 블록으로 벽을 세워 시선을 정리했다. 주방 천장 조명은 나무 커버를 씌워 빛이 부드럽게 퍼진다. 다이닝 공간은 벽면을 가득 채우던 장을 철거하고 열린 공간으로 바꿔 오브제를 놓거나 필요에 따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거실장으로 사용 중인 가구는 원래 납품용이었지만 일부 디테일이 잘못 제작돼 집으로 가져와 활용하는 중. 허슬기는 그 위에 자신이 좋아하는 오브제와 조명, 식물을 올려두었다.

침실에는 침대를 나란히 두어 편안함을 강조했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남편의 서재. 어두운 카펫 타일을 깔아 거실과 구분하고, 독립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낭만’이 공간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될까. 이 집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가구나 배치가 결코 고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창밖 풍경에 따라 두 사람은 자유자재로 가구 위치를 바꾼다. 계절과 기분에 따라 집 안의 가구와 사물은 새로운 얼굴이 된다. “우리 집에는 정해진 배치가 없어요. 가구를 이동하는 것만으로 공간 분위기가 달라지니까요. 배치를 바꾸면 항상 새로운 집에 이사 온 기분이 들어요. 이번에는 거실 기둥과 러그의 둥근 형태에 맞춰 조명으로 곡선미를 강조하고, 봄을 맞아 그린 컬러를 더해봤어요.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분위기를 바꾸는 건 제 취미나 다름없어요. 마치 놀이 같달까요?” 허슬기가 웃으며 말했다.

길게 이어지는 복도 끝에는 게스트 룸이 있다.

남편 서재에 놓인 수납장은 직접 제작한 것으로, 현재는 술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침실 문은 블루 컬러로 시공해 포인트를 주고, 옆에 있는 스위치도 같은 색으로 맞춰 위트를 더했다.

침실 한쪽에는 한스 웨그너의 ‘플래그 할야드(Flag Halyard)’ 체어와 베르너 팬톤의 ‘베가 3300 하이파이 시스템’ 턴테이블을 배치했다. 음악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이다.
이런 유기적 변화는 공간을 새롭게 채우는 동시에 그들의 삶에 낭만적인 리듬을 더해준다. 거실 중앙에 자리한 육각형의 공간은 아침에는 허슬기의 요가 공간이 된다. 낮에는 홈 오피스로, 밤에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살롱으로 변모한다. 부부의 생활방식이 공간을 변화시키고, 변화한 공간은 다시 두 사람의 생활을 조율한다. “아침마다 과일 주스를 만들어 창밖을 보며 마시는 게 루틴이에요. 그런데 소파 앞에 테이블이 없으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테이블 역할도 할 수 있는 소파를 골랐어요.” 허슬기의 말처럼 거실에는 컴포트 소파 대신 아일린 그레이의 ‘몬테 카를로(Monte Carlo)’ 소파가 놓여 있었다. 시간에 따라 표정을 바꾸는 허슬기와 심우창의 집은 쓰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며 살아 숨 쉰다. 작은 변화들이 만든 유연한 집에는 오늘도 새로운 낭만이 싹튼다.
Credit
- 에디터 권아름
- 사진가 맹민화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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