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반클리프 아펠의 헤리티지가 집약된 최고의 장소

지난 12년 동안 반클리프 아펠이 매년 선보여온 아카이브 전시를 '테파프'에서 만나보자.

프로필 by 이하얀 2025.05.06
테파프 현장에서 만난 반클리프 아펠 부스.

테파프 현장에서 만난 반클리프 아펠 부스.

테파프 현장에서 만난 반클리프 아펠 부스.

테파프 현장에서 만난 반클리프 아펠 부스.

반클리프 아펠은 지난 12년간 꾸준히 테파프에 참가해 하우스의 헤리티지 컬렉션을 소개해 왔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서 열리는 세계적 아트 페어 ‘테파프’는 앤티크부터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예술 장르의 거장들을 아우르는 행사로, 전시 작품은 뮤지엄 큐레이터와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치고 있다. 올해 반클리프 아펠은 이 행사에서 30여 점의 헤리티지 작품을 선보이며 브랜드 고유의 장인 정신과 역사적 가치를 전했다. 출품된 모든 작품은 메종의 까다로운 기준에 의해 선별되며, 장인들의 분석과 세척, 복원 과정을 통해 헤리티지 컬렉션으로 선정됐다. 패트리모니(Patrimony) 팀과 바이어들은 과거 고객 파일과 거래 문서, 워크숍 드로잉 등 아카이브를 통해 진위를 검토하고 이를 보증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컬렉션은 단순한 전시물이 아닌, 살아 있는 유산으로 재탄생한다.


올해 반클리프 아펠은 1935년에 제작된 리본의 볼륨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메이저피스 클립’, 1955년에 제작된 카보숑 컷 터쿠아즈 일곱 개와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진 블루 네크리스, 브레이슬릿으로 변형 가능한 진주·다이아몬드·옐로골드 세팅의 1973년 ‘앙주’ 네크리스 그리고 1994년 미스터리 세팅 루비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오르세’ 브레이슬릿까지,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20세기 장식예술의 흐름 속에서 반클리프 아펠의 스타일과 기술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을 공개했다. 테파프에서 만난 반클리프 아펠 헤리티지 부서의 인터내셔널 리테일 개발 디렉터 나타샤 바실치코프(Natacha Vassiltchikov)와 함께 하우스의 철학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커다란 카보숑 컷 터쿠아즈 일곱 개를 다이아몬드로 감싼 블루 네크리스는 1955년 작.

커다란 카보숑 컷 터쿠아즈 일곱 개를 다이아몬드로 감싼 블루 네크리스는 1955년 작.

테파프에 12년 동안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헤리티지 컬렉션을 선보이는 테파프는 어떤 의미인가

반클리프 아펠은 다양한 컨템퍼러리 주얼리 전시를 할 때 항상 헤리티지 컬렉션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테파프에서는 오직 헤리티지 컬렉션이 전시의 주인공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하우스의 철학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높은 수준의 컬렉터와 관람자에게 우리 유산을 소개한다. 특히 테파프는 주얼리부터 앤티크, 현대미술까지 폭넓은 미학을 아우르고 있고, 이를 감상하는 수집가들의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다. 개막 전에 뮤지엄 큐레이터와 가구 및 주얼리 전문가 등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모든 전시 작품을 직접 검수하고 100% 진품을 보장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페어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 메종은 헤리티지 컬렉션에 최고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테파프에 참여하는 것은 하우스의 전통과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컬렉터가 테파프를 신뢰한다. 그 외에도 테파프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리셀러 중 일부는 전 세계에서 모은 여러 주얼리 작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 모두 반클리프 아펠처럼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테파프는 작품의 진위와 법적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금이나 은에 새겨져 있는 품질 보증까지 재확인해 다시 새기도록 요구할 정도다. 과거에는 금이나 은에 인그레이빙하는 방식이 현재와 달랐기 때문에 현대 기준에 맞는 합법적 방식으로 다시 인그레이빙을 하라는 것이다. 또 예전에 사용되던 코드가 현재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는 금과 은을 표기할 때 18K, 24K 또는 900, 950 등의 표기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나. 만약 과거 방식으로 표기된 작품이라면 오늘날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다시 검수하고 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은 진위와 법적 정합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 요소다. 따라서 테파프는 중세 미술이나 이누이트 아트처럼 일부 관람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작품도 신뢰하고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갤러리의 평판과 함께 테파프 자체의 엄격한 검수 시스템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테파프는 반클리프 아펠의 헤리티지 컬렉션과 하우스의 철학을 전달하는 데 매우 훌륭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 주얼리를 단순한 장신구가 아닌 예술의 한 형태로 격상시키고, 과거의 가치를 보존하며 미래로 이어간다는 개념이 이 자리에서 잘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


반클리프 아펠 헤리티지 부서의 인터내셔널 리테일 개발 디렉터 나타샤 바실치코프.

반클리프 아펠 헤리티지 부서의 인터내셔널 리테일 개발 디렉터 나타샤 바실치코프.

미스터리 세팅 기법으로 루비를 빈틈없이 배열한 1994년 작 ‘오르세(Orsay)’ 브레이슬릿.

미스터리 세팅 기법으로 루비를 빈틈없이 배열한 1994년 작 ‘오르세(Orsay)’ 브레이슬릿.

이번 전시를 통해 하우스가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우리는 전승을 핵심 가치로 삼고, 이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헤리티지 컬렉션을 통해 과거의 창작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고객에게 우리 유산의 중요성을 알리고, 하우스가 가진 깊이를 전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이번 전시는 기존 고객 또는 새로운 고객에게 하우스의 유산을 제대로 선보이고 이해할 수 있는 장이었다

반클리프 아펠은 테파프에서 헤리티지 작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모두 선보이는 유일한 하우스다. 올해 처음 부첼라티가 작은 전시공간에 헤리티지 컬렉션을 몇 점 전시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컨템퍼러리 디자이너나 리셀러가 대부분이다. 주얼리 하우스의 명성을 입증하는 파리 방돔광장에 자리 잡은 메종인 동시에 헤리티지, 컨템퍼러리 컬렉션 모두를 선보이는 유일한 하우스가 반클리프 아펠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부스가 컨템퍼러리 주얼리를 다루는 가운데 우리의 주요 목적은 헤리티지 컬렉션을 보여주는 것이라 더욱 특별하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되는 반클리프 아펠 헤리티지 컬렉션.

철저한 검증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되는 반클리프 아펠 헤리티지 컬렉션.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1964년 작, 마르게리타 클립.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1964년 작, 마르게리타 클립.

이곳에는 컬렉터뿐 아니라 주얼리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람자도 많다. 다양한 고객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테파프에는 하이 주얼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부터 하이 주얼리에 통달한 보석감정사까지 다양한 관람자가 방문한다. 이들을 모두 사로잡기 위해 우리는 진주 주얼리처럼 착용이 간편하고 현대적인 작품부터 동물 모양의 클립처럼 비교적 합리적 가격대의 제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이는 관람자 모두가 헤리티지 컬렉션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반클리프 아펠이 헤리티지 컬렉션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가장 큰 자산은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장인들의 노하우다. 파리와 뉴욕의 공방은 지금도 운영 중이며, 이곳 장인들은 진위를 판단하고 복원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여기에 수십 년간 축적한 아카이브가 더해져 헤리티지 컬렉션이 고유의 명성과 가치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섬세한 금세공 기술이 엿보이는 헤리티지 컬렉션 속 피스들.

섬세한 금세공 기술이 엿보이는 헤리티지 컬렉션 속 피스들.

섬세한 금세공 기술이 엿보이는 헤리티지 컬렉션 속 피스들.

섬세한 금세공 기술이 엿보이는 헤리티지 컬렉션 속 피스들.

앞으로 컬렉션에 더하고 싶은 테마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금세공’을 집중 조명하고 싶다. 반클리프 아펠은 스무 가지가 넘는 금세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주얼리 제작 과정 중 가장 복잡하고 창의적인 기술 중 하나다. 언젠가는 이를 주제로 한 컨퍼런스를 열어 이 예술을 널리 알리고 싶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자들이 꼭 기억해 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아직 우리 헤리티지 컬렉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고, 컬렉션 수량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최근 이 컬렉션에 대한 젊은 세대와 패션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전용 인스타그램 계정과 홈페이지 섹션을 운영하면서 이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반클리프 아펠이 단순히 아름다운 주얼리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시간과 예술, 철학을 이어가는 하우스임을 알리고 싶다. 이를 통해 알함브라를 처음 구매한 고객이 언젠가 헤리티지 컬렉션의 소유자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Credit

  •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이지은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VAN CLEEF & ARP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