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밌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TMI 모음

지난 주말, 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전 세계를 달궜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플릭스패트롤 시청 스코어 기준으로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에 오른 건데요. 12세 관람가 애니메이션이지만, 정작 이 작품에 열광한 건 글로벌 K-팝 팬들이었습니다. K-팝 아이돌 생태를 그대로 구현해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데다가, 수준 높은 OST와 K-로코의 작법을 따른 서사까지 좋아할 만한 건 모두 모아 놓은 작품이기 때문일 거예요. 특히 K-팝 종주국 한국의 아이돌 팬들은 영화 속 담뿍 녹아든 한국 문화를 보며 감격(?)을 금치 못하는 중입니다. 아직 관람 전이어거나 이미 봤어도, 알아 두면 더 재밌게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감상할 수 있는 정보들을 모아봤어요.

겉보기엔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K-팝 3인조 걸그룹인 헌트릭스는 사실 대대로 '데몬 헌터'의 피를 이어받은 퇴마사들입니다. 이들이 노래와 춤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면, 악마들이 저승에서 이승으로 올라오는 걸 막는 '혼문'이 생성되죠. 실제 한국 걸그룹과 유사한 모습을 한 헌트릭스의 매력은 각 멤버들의 개성이 매우 뚜렷하게 표현됐다는 점입니다. 얼굴은 비슷한데 키나 머리, 눈동자 색깔 정도로만 차별 포인트를 뒀던 여타 애니메이션과 달리 캐릭터 형성에 많은 공을 들였죠.

실제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은 매기 강 감독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헌트릭스의 세 멤버, 루미, 미라, 조이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모두 서로 매우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애니메이션 적용 방식에서도 이 생각에 근거한 작업이 이어졌는데요. 감독은 "조이의 미소를 보면, (다른 멤버와 다르게) 입의 형태가 하트 모양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미라는 길고 날씬한 모습을 원했는데, 저는 여성의 그런 모습을 좋아한다. 루미의 경우, 아주 클래식하고 아름다운 한국적인 모습을 추구했다"라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감독은 K-팝 아이돌과 한국 모델을 참고했습니다. 이름이 거론된 건 있지(ITZY), 블랙핑크, 트와이스, 모델 안소연 등이었습니다. 매기 강 감독은 특히 패셔니스타 캐릭터인 미라에 평소 팬이었던 안소연의 모습을 녹여냈어요.

K-팝 5인조 저승사자 아이돌, 사자 보이즈가 영화 안팎의 팬들을 모두 홀린 건 헌트릭스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개성이 분명한 캐릭터 덕입니다. 차가운 이미지의 리더 '진우', 살벌한 복근의 소유자 '애비', 중성적인 막내 래퍼 베이비, 장발로 얼굴을 가린 묘한 매력의 '미스터리', 다정하게 팬 조련을 하는데 특화된 '로맨스'까지 현실의 아이돌 기본 구성을 그대로 따온 데다가 캐릭터까지 미형이죠. 그렇다면 제작진은 누굴 참고해서 사자 보이즈를 만들었을까요?

감독은 "(사자 보이즈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방탄소년단(BTS),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빅뱅, 몬스타엑스 등 한국 그룹에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대개 아이돌은 복근을 뽐내는 근육질의 멤버, 로맨틱한 타입의 멤버, 그리고 그룹에서 보통 래퍼를 맡고 있는 막내 같은 멤버가 항상 등장한다면서요. 이 같은 원형에 입각해, 로맨스의 머리는 하트 모양으로 강조하고 미스터리의 눈은 가렸어요.

리더 진우는 한국 드라마 배우들을 참고했습니다. 매기 강 감독은 진우가 한국의 고전적인 모습을 갖길 원했고, 그래서 흑발을 고수했어요. 특히 차은우와 남주혁이 감독이 진우를 만들 때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들입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귓전을 맴도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에는 테디, 24, ido 등 더블랙레이블의 프로듀서들이 대거 나섰습니다. 극 중 헌트릭스가 비행기에서 악마들을 물리칠 때 흘러 나온 'How It's Done', 그들이 최종 혼문을 완성하기 위해 부른 신곡 'Golden', 사자 보이즈의 'Soda Pop'과 'Your Idol' 등에 참여했죠.

헌트릭스 각 멤버의 가창 역시 한국인 혹은 한국계 아티스트들이 맡았습니다. 루미는 EJAE, 미라는 REI AMI, 조이는 오드리 누나의 목소리를 빌렸죠. 사자 보이즈의 노래는 작곡가 앤드류 최, 제로엑스의 넥웨이브(neckwav), 더블랙레이블 소속 대니 정, 유키스 출신 케빈, samUIL Lee 등이 불렀습니다. 또 이들의 안무에는 K-팝 코레오그래피 강자인 안무가 리정과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2>에서 탄생한 크루, 잼 리퍼블릭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군요.

극 중 루미는 데몬 헌터 엄마와 악마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로, 악마의 몸에만 나타나는 문양을 갖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들켜선 안되기 때문에 같이 목욕을 하자는 헌트릭스 멤버들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하고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참여자들은 최근 스크린랜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목을 두고 재밌는 상상을 풀어 놨는데요. 루미가 멤버 둘을 내버려 두고 첫사랑을 찾는 동안, 미라와 조이가 목욕탕에서 나눈 대화 주제가 뭐였을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미라의 목소리를 연기한 메이 홍은 "아마 어떻게 하면 루미를 목욕탕까지 데려갈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을 것"이라며 웃었습니다. 조이 역의 유지영은 이에 동의하며, "아이디어가 많은 조이는 아마 끊임없이 말하고 인내심이 많은 미라는 그냥 내버려 두는 모습일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라와 조이는 언니와 여동생 같은 사이로, 두 사람의 관계가 조이의 서사에서 특히 필요한 것이었다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