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2025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올인' 디자이너 듀오가 말하는 패션 트렌드

해체적인 패션과 매거진 출판 경험에서 비롯된 심미안까지. 태생부터 매혹적인 '올인(All-in)'의 서사.

프로필 by 김명민 2025.08.13

최근 패션계에서 독특한 발상과 아이디어로 회자되는 패션 브랜드가 있다. 티셔츠와 청바지 같은 친숙한 기성복을 뒤틀고 자른 후 다시 겹겹이 이어 붙인 업사이클링 디자인에 과감한 스타일링과 컨셉추얼한 아이디어까지 갖춘 브랜드 ‘올인(All-in)’이다. 불완전함 속에서 완벽한 조합을 구축해 내는 그들의 패션 세계가 지금 하이패션 신을 관통하고 있다.


2019년 첫 컬렉션을 선보인 올인은 사실 매거진에 뿌리를 둔 브랜드다. 2015년, 파리 베이스의 사진작가 벤자민 배런(Benjamin Barron)은 매거진을 창간했는데, 노르웨이 출신 디자이너 브로르 아우구스트 베스트뵈(Bror August Vestbø)와의 운명적 만남을 계기로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들은 찰리XCX, 리한나, 카일리 제너 등 해외 셀러브리티부터 슈퍼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까지 내로라하는 패션 피플들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2025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돼 오는 9월 최종 우승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중. 두 사람에게 흥미진진한 브랜드 스토리에 대해 물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올인(All-in)’에 변곡점이 됐다

벤자민 2015년 매거진 <올인>의 첫 번째 출간 행사에서 만났다. 당시 브로르는 뉴욕에 막 이사를 왔는데, 페이스북에서 이 행사의 포스터를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아는 사람도 없이 혼자 왔다. 그때 우리는 처음 만났고, 이후 몇 달 동안 자주 마주치며 가까워졌다. 이후 진지한 만남을 시작했고, 몇 년 뒤에는 함께 작업도 하게 됐다.

디자이너 벤자민 배런과 브로르 아우구스트 베스트뵈.

디자이너 벤자민 배런과 브로르 아우구스트 베스트뵈.


첫 작업은

벤자민 2018년 첫 컬렉션을 만들었다. 본래 목적은 매거진 화보 촬영이었다. 그동안 플리마켓이나 빈티지 숍에서 모은 옷을 재구성해 새로운 옷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서로의 창작 방식도 잘 맞는 것 같았고,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됐다.


클러치백을 이어 만든 숄더백.

클러치백을 이어 만든 숄더백.

옷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완성한 해체주의적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브로르 우리는 이미 만들어진 옷을 재구성하면서 디자인을 시작한다. 매 컬렉션을 만들 때마다 특정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는데, 지금까지는 과장되거나 상징적으로 묘사된 여성 인물에 주목했다. 캐릭터가 가진 성격처럼 옷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다섯 번째 컬렉션인 ‘업타운 걸(Uptown Girl)’은 1988년 미국영화 <워킹 걸>의 주인공 멜라니 그리피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뉴욕 스태튼아일랜드 출신 여성이 맨해튼으로 상경해 어퍼 이스트 사이드 상류층 출신의 상사 캐서린 파커를 흉내내는 이야기다. 멜라니는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캐서린처럼 변신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옷을 갈아입기보다 겹겹이 쌓아 입으며 자신과 모방하는 인물의 정체성이 섞이게 된다. 그 모습을 컬렉션으로 표현하기 위해 겹겹이 쌓고 해체하고 다시 붙이는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찢어진 청바지와 진주 목걸이, 실크 스카프 등을 해체하고 새롭게 레이어드했다.


‘다운타운 걸’ 캡슐 컬렉션.

‘다운타운 걸’ 캡슐 컬렉션.

두 사람의 독특한 패션 세계관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연결돼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세계관에 영향을 준 기억을 떠올린다면

벤자민 어릴 적 어머니가 아이작 미즈라히의 다큐멘터리 <Unzipped>를 보여주었는데, 그게 내 인생 영화다. 그 영화를 통해 패션을 처음 접했다. 패션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때부터 형성된 것 같다.

브로르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에서 드레스 만드는 장면에 푹 빠져 있었다. <신데렐라>에서 쥐와 요정의 대모가 신데렐라를 위해 마법을 부려 드레스를 만들어주는 장면과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요정들이 드레스를 만드는 장면이다. 반전은 두 영화 속 드레스가 완벽하게 만들어지는 듯하지만, 결국 망가진다는 것이다. 그 이미지들이 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매거진과 컬렉션을 함께 만들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오는 시너지가 있을 것 같다

벤자민 우리에게 매거진과 컬렉션은 늘 공존한다. 서로 다른 형식 안에서 유사한 주제를 탐구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매거진을 통해서는 평소 함께 작업할 기회가 없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수 있고, 컬렉션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보다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 두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고 있다.

Credit

  • 에디터 김명민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