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악마는 프라다를 정말로 현실에서 입을까?

패션 에디터들은 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처럼 입나요?

프로필 by 박지우 2025.08.08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개봉한 지 어언 20년이 지났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영화는 패션 매거진 업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같지만, 그 때와 오늘날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죠. 뉴욕 거리 한복판에서 진행되는 열띤 촬영 현장은 이제 인스타그램과 파파라치 컷을 통해 우리 눈앞에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으니까요.

GettyImages

GettyImages

앤 해서웨이, 메릴 스트립,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가 다시 뭉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이달 초부터 촬영에 돌입했습니다. 개봉일인 2026년 5월 1일까지는 거의 1년이 남았지만, 벌써 인스타그램 피드는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착장들로 가득 찼죠. 이는 아마 대중의 반응을 미리 슬그머니 체크해보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라이언 머피가 최근 영화 <아메리칸 러브 스토리> 촬영 현장에서 포착된 캐롤린 베셋 케네디 역의 사라 피전 룩을 두고 테스트 샷이라고 둘러댄 것처럼 말이죠. 길거리에서 포착된 날것의 메이킹 컷이 공개될 때마다, 대중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룩을 두고 저마다의 패션 담론을 시작한다는 증거입니다. 칭찬과 비난은 물론 "패션계 사람들은 정말 저렇게 입나요?"까지요.

GettyImages

GettyImages

가령 샤넬의 대디 샌들에 에이골디 데님 스커트, 토템의 슬리브리스 톱을 매치한 앤 해서웨이의 룩은 하이-로우 스타일의 교과서나 다름없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처럼 규모가 큰 패션 영화가 일정 수준의 패션 판타지를 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번 작품의 의상 디자이너로 알려진 몰리 로저스는 패트리샤 필드 아래에서 바로 이 판타지를 연출하는 법을 배웠죠. 그는 <섹스 앤 더 시티>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전설적인 스타일리스트입니다.

GettyImages

GettyImages

극 중에서 천방지축 어시스턴트로 등장했던 앤디 삭스가 갓 발매된 가브리엘라 허스트 드레스부터 펜디 백, 제마 윈 보석까지, 총 한화 약 4천만 원 상당의 착장을 걸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물론 이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앤디라면, 햄튼 행 버스를 탈 때조차 화려한 맥시드레스에 명품 백을 들고 싶어했을 수도 있겠죠. 에밀리 블런트의 디올 블라우스와 위더호프트의 커스텀 코르셋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하이-로우 스타일은 실제 패션 업계 종사자들의 데일리 룩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06년의 앤디 또한 당시 패션 매거진의 어시스턴트였던 만큼, 샘플실에서 마음껏 옷을 빌릴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죠. 물론 오늘날에도 여전히 스타일링 협찬은 존재하지만, 그 규모는 과거보다 훨씬 줄어들었으니까요. 전작이 요란한 하이힐 소리를 내며 로비를 누비던 패션 업계 종사자들을 멋지게 그려냈다면, 속편은 한층 더 현실적으로 돌아온 듯합니다. 물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열성 팬들에게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데도 이번 편의 패션은 콘텐츠 업계에서 근무하는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GettyImages

GettyImages

저명한 마케팅 전략가 소피 우드는 이번 영화 속 룩들이 2025년, 알고리즘의 홍수 속에 사는 전형적인 패션 에디터 스타일을 그대로 차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신선하게 평가했습니다. 특히 그는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모자이크 프린트 드레스가 매일같이 출퇴근을 거듭하는 뉴요커의 실제 패션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하죠. "요즘엔 꼭 정장을 맞춰입고 출근하지 않아도 돼요. 모두가 적당히 타협한 룩으로 사무실에 등장하죠." 실제로 패션 에디터라고 해서 매 시즌 런웨이의 룩을 그대로 입지 않습니다. 앤디가 샤넬과 에이골디, 혹은 발렌티노와 리바이스를 믹스매치하는 모습에서 패션 업계의 진짜 현실을 엿볼 수 있죠. 어쩌면 그도 우리처럼 에센스 세일 기간에 득템한 아이템들로 온몸을 휘감았을지도 모르고요.

GettyImages

GettyImages

패션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비비안 리는 오늘날의 스타일이 기능성보다는 오로지 연출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실제 패션 업계 종사자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데드라인을 마주하는 만큼, 매일 아침 자신의 데일리 룩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없다고 말했죠. 그는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자원해서 쇼 백스테이지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감히 스트리트 패션 포토그래퍼 앞에 설 여유조차 없더군요"라며, "앤디도 결국엔 직장인이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사람이 아니거든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룩은 피비 파일로와 닐리 로탄으로 완성한 올 화이트 룩이었습니다. 여기에 프라다 힐과 낡은 빈티지 코치 백, 헝클어진 머리로 마무리한 자연스러운 룩은 더 로우의 우아함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여전히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타협점을 보여주죠. 1편에서 앤디가 과도한 액세서리 매치로 패션계에 갓 입문한 새내기 티를 내던 시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셈입니다.


물론 아직 영화의 줄거리는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남은 촬영이 꽤 많은 만큼 등장인물의 스타일링 분석이 온라인 도마 위에 끊임없이 오를 예정이죠. 엘르 디지털 뉴스 전략 부편집장 알리사 베일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현실에서 패션 에디터들이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를 믹스매치해서 입었는데도, 여전히 근사하다는 점을 높이 삽니다. 사실 제 10대 시절만 해도 앤디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걸쳐야만 이 업계에 어울린다고 믿었거든요" 지금의 앤디는 어쩌면 현실과 한발자국 더 가까워진 것 같군요.


기사 원문은 이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Credit

  • 글 ALEXANDRA HILDRETH
  • 사진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