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 고수는 마카오로 떠난다
3시간 만에 당도하는 유럽, 마카오로 지금 당장 향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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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경험일까, 낭비일까? 연차 하루하루가 소중한 직장인에겐 사뭇 진지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투입한 노력 대비 효용이 만족스러우며 지나치게 멀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자극을 불어 넣어줄 쉬운 천국이란 정말 존재할까? 그렇다면 왜 우린 항상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까? 꼭 일상을 벗어난 곳에서만 새로움을 찾을 수 있는 걸까? 여행을 둘러싼 케케묵은 물음을 끌어안은 채 나는 마카오로 향했다.

지난 6월 새단장을 마친 '런더너 그랜드'를 품은 '런더너 마카오'의 웅장한 외관.
인천에서 단 3시간이면 닿는 마카오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취향이 꽤 갈리는 곳이다. 대다수는 홍콩의 그림자에 가로막혀 마카오만의 야누스 같은 매력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지만, 이를 일찍이 알아본 소수의 마니아층도 분명 존재한다. 400년에 걸친 세월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탓에 도처에는 우아한 서양식 건물이 즐비하지만, 반얀 나무의 무성한 뿌리 사이로 들려오는 광둥어와 집집이 놓인 소담한 분향단이 얼마나 이국적인지는 아는 사람만 알 테다. 동서양이 거대한 시차를 뛰어넘어 역동적으로 교차하는 이 땅에 또 한 줄기의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마카오의 럭셔리 리조트 시장을 선도하는 '샌즈 차이나'가 ‘런더너 그랜드’의 문을 화려하게 열어젖힌 것. 꿈결 같은 하늘부터 유서 깊은 건축양식까지, 베네치아와 파리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베네시안 마카오’과 ‘파리지앵 마카오’, ‘더 플라자 마카오’도 모두 샌즈 차이나의 작품이다. 이탈리아부터 프랑스, 영국까지, 샌즈차이나가 마카오 한가운데 압축해놓은 유럽의 시간을 지하 아케이드를 통해 거닐다 보면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보송한 상태로 세 나라의 향취를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런더너 그랜드'의 찰스 스위트. 아늑한 안마의자와 침구가 여행의 피로를 부드럽게 녹여준다.
지난 6월 새 단장을 마친 런더너 그랜드는 그중에서도 가장 정교한 경험을 선사한다. 영국 국회의사당과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기품 있는 외관을 고스란히 재현한 건물로 들어서면 영국식 제복으로 차려입은 도어맨의 정성 어린 환대가 반긴다. 이윽고 끝없는 층고를 뽐내는 ‘크리스탈 팰리스’의 호방한 규모에 감탄하다보면 정중앙의 찬란한 금빛 왕실 마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디럭스, 슈페리어, 찰스 스위트, 엘리자베스 스위트까지, 총 4가지 타입의 객실은 런던 메이페어 지구의 품격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널찍한 거실과 고풍스러운 대리석 욕실, 마사지 의자와 어메니티로 제공되는 바이레도의 향기는 여독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영국의 햄프턴 코트 궁전에서 영감을 얻은 익스클루시브 레지던스 클럽 겸 레스토랑 ‘햄튼코트’는 호화로운 조식과 디너 뷔페로 통하는 관문이다. 달콤한 초콜릿 무스를 태운 회전목마가 동화처럼 펼쳐지고, 양식과 일식, 매캐니즈를 아우르는 세계 각국의 매혹적인 조식은 여행지에서의 아침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근위병 교대식과 '처칠스 테이블'에서의 풍성한 디너가 한데 펼쳐지는 로비의 '크리스탈 팰리스'.
어둠이 내리고 약속한 시간이 되면, 로비에서는 런던 버킹엄 궁전에서나 보던 근위병 교대식이 거행된다. 수많은 군인과 여왕, 화려한 LED, 웅장한 트럼펫 연주의 4중주는 구름처럼 몰려든 이들을 순식간에 런던으로 데려다 놓았다. ‘처칠스 테이블’에선 앉은 자리에서 이 모든 영화 같은 광경과 황홀한 디쉬를 한데 경험할 수 있다. 윈스턴 처칠 경에서 영감을 얻어 고풍스럽게 꾸며진 공간에선 영국식 애프터눈 티를 비롯해 오감을 자극하는 5코스 디저트 코스가 펼쳐진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질소 망고 사고 소르베부터 생화 장미 위에 소담히 놓인 엘더플라워 무스까지, 눈과 혀가 쉴 틈 없는 화려한 디저트 기행은 런더너 마카오에서 결코 놓쳐선 안 될 백미다.




달콤한 디저트와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이들에게 런더너 마카오가 천국인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마카오의 명물로 손꼽히는 에그 타르트 장인 ‘로드 스토우즈 베이커리’가 떡하니 2층에 입점해있는가 하면, 런더너 마카오의 사랑스러운 마스코트 ‘G베어’가 반겨주는 ‘G베어 카페’에선 포르투갈 에그타르트 아포가토를 비롯해 G베어 슈, 두바이 초콜릿 바이트 등 앙증맞은 디저트 라인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31일까지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로 이름을 알린 세계적인 셰프 에드워드 리의 기간 한정 메뉴가 기다리고 있다. 두부 고추장 파스타와 고추장 캐러멜, 참기름, 멜론, 미나리를 곁들인 떡볶이에 이어 인삼, 잣, 대추 퓌레, 김치 잼을 곁들인 갈비찜 같은 생경한 조합은 오직 마카오에서, 그것도 런더너 마카오의 G베어 카페에서만 맛볼 수 있다.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더 화이양 가든'의 총괄 셰프 저우 샤오옌.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지앙 바이 셰프 페이’의 황 총괄 셰프.

런더너 마카오에 둥지를 튼 미슐랭 태국식 레스토랑 '더 뮤즈'.
한 차원 더 높은 미식의 향연도 빼놓을 수 없다. 런더너 마카오에 자리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더 화이양 가든’에서 열린 ‘셀러브리티 셰프 시리즈’는 샌즈차이나가 선사하는 최상급 미식 경험의 정수다. 더 화이양 가든의 총괄 셰프 저우샤오옌과 ‘지앙바이 셰프 페이’의 황 총괄 셰프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포핸즈 디너로 역사적인 프로젝트의 첫 챕터를 장식했다. 화이양 요리의 대부 저우 셰프는 바삭한 장쑤성식 장어 롤로 깊은 풍미를, 황 셰프는 담백하고 슴슴한 향이 일품인 광둥 요리답게 생강과 어린 쪽파를 넣은 잉어 죽으로 여백의 미를 그려냈다. 섬세한 핸드커팅으로 빚은 미트볼에 깃든 조용한 사치와 소박한 들깨꽃의 공존은 그야말로 마카오라는 도시를 요리로 풀어낸 듯했다. 미슐랭에 호기롭게 이름을 올린 태국식 레스토랑 ‘더 뮤즈’도 또 다른 별미다. 천장의 고아한 등불과 태국의 정다운 미소가 반기는 이곳은 과거 런던 대도시 뒤편에 자리했던 마차 보관소와 마구간을 모티프로 꾸며졌다. 뭉근하게 끓인 향신료가 입 안에서 축제를 벌이는 태국 남부식 커리와 숯불에 구운 이베리코 돼지 목살은 더 뮤즈에서 단연 놓쳐서는 안 될 메뉴다.

어둠이 내리자 진가가 드러난 런더너 마카오의 아름다운 야경.
밤이 되면 코타이 스트립의 꺼지지 않는 불빛이 마카오를 깨운다. 파리지앵 마카오의 에펠탑 7층과 37층에 자리한 전망대에 오르면 마카오의 일렁이는 야경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진다. 이윽고 어둠이 내리면 영화 <007> 시리즈의 주제곡이 울려 퍼지며 런더너 마카오의 웅장한 파사드가 오색빛깔로 물든다. 엘리자베스 타워, 국회의사당, 넬슨 기념비가 차례로 밤하늘을 수놓는 광경은 사랑하는 이와 한 번쯤은 꼭 함께 눈에 담아야 할 장관이다.




그런가 하면 낮에는 밤과는 판이한 마카오의 얼굴이 드러난다. 오는 10월 15일까지 펼쳐지는 ‘아트 마카오: 마카오 국제 아트 비엔날레 2025’에서는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캐릭터 ‘세서미 스트리트’를 저마다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베네시안 호텔 곳곳을 장식한다. 우아한 서양식 건물 사이로 장난기를 한가득 머금은 세서미 스트리트가 불쑥 고개를 들이미니, 사람들의 얼굴에도 금세 환한 미소가 드리운다. 서울의 그라플렉스부터 뉴욕의 조니 치트우드, 마카오의 비비 레이까지, 세대와 도시를 넘나드는 시선들이 바삐 교차하는 건 물론이다.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되어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물자, 비로소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필 여유를 되찾았다. 서울로 돌아온 나는 빌딩숲과 녹음이 뒤엉킨 도시와 함께 하나의 명확한 답을 떠올렸다. 여행은 결국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마법 같은 창이라는 걸. 그리고 마카오는 그 마법을 단 3시간 만에 선물하는 도시라는 사실을 말이다!
Credit
- 에디터 박지우
- 사진 샌즈 차이나 제공 ∙ @the_londoner_mac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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