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천영화제가 소환한 한국 영화 음악 감독 7인
때로는 영상보다 더 기억에 남는 영화 음악, 이를 만든 감독과 대표작을 알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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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음악은 한 걸음 뒤에서 극의 흐름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죠.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는 올해 한국 장편 영화음악 최초의 경쟁 섹션인 ‘뮤직 인사이트’를 신설해 그런 보이지 않는 손의 주인공을 조명합니다. 호명된 7인의 음악감독이 써 내려간 작품들로 한국 영화 음악의 흐름을 톺아봤어요.
최동훈(프라이머리) – <대도시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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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루’, ‘자니’ 같은 히트곡으로 이미 대중음악 신에서 탄탄대로를 달리던 프라이머리.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긴 그는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활약하기 시작했어요. 윤성현 감독의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2020)으로 영화 음악에 데뷔한 뒤, 넷플릭스 <D.P.>(2021), <약한영웅 Class 1·2>(2022–2023), <택배기사>(2023), <독전 2>(2023) 같은 OTT 흥행작을 줄줄이 맡았죠. 극장가에서도 <파일럿>(2024)으로 47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음악감독으로 성공을 알렸고, 같은 해 <대도시의 사랑법>(2024)으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어요. 그만의 감각적인 비트와 서사를 연결하는 방식이 영화에 신선한 킥으로 작용한다는 평을 받습니다.
달파란 – <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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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은 강기영. 시나위의 베이시스트로 시작한 그는 H2O, 삐삐밴드를 거쳐 록과 펑크, 일렉트로니카까지 다루며 음악 세계를 넓혔습니다. 그러다 90년대 후반 ‘달파란’이라는 이름으로 테크노 실험을 하다 <나쁜 영화>(1997)로 영화음악에 데뷔했죠. <달콤한 인생>(2005)에서 장영규 감독과 호흡을 맞췄고, <독전>(2018)에서는 단독 OST로 전자음과 록을 결합한 압도적인 사운드를 들려줬어요. <곡성>(2016),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유령>(2023)으로 청룡·부일·대종상 음악상을 휩쓸었고, 최근작인 <탈주>(2024)로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음악상까지 수상했어요. 늘 새로운 소리를 탐험하는 그의 음악은 한국 영화음악의 실험성과 확장성을 상징합니다.
김동욱 – <빅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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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음악 감독은 단편 애니메이션 <나쁜 꿈>(2003)으로 출발했어요. 독립예술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거쳐 연상호 감독과 <발광하는 현대사>(2014) 시리즈를 함께했고, 이 인연은 넷플릭스 <지옥>(2021)까지 이어졌죠. 이 작품에서 종교적 광기와 사회적 혼란을 절제된 사운드로 드러내며 주목을 받았어요. 이후 <싱글 인 서울>(2023) <돌풍>(2024) <기생수: 더 그레이>(2024)로 활동 폭을 넓혔고, 지난 해 개봉한 <빅토리>(2024)에서는 90년대 팝과 현대적 비트를 섞어 청춘 무비 특유의 반짝이는 리듬을 완성했어요. 달콤한 청춘의 순간과 광기의 장면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게 김동욱 음악의 매력이죠.
이건호 –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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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해부학교실>과 2008년 <쌍화점>으로 필모를 시작한 이건호 음악감독은 장르와 감성을 넘나드는 인물입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0)에서는 서정적인 멜로디를,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2024)에서는 청각적 공포를 한껏 끌어올렸죠. 전자음과 불협화음으로 낯선 긴장을 만들어내며, 영화가 끝나도 귀에 계속 맴도는 공포감을 전했죠. 이 작품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덕분에 이건호 음악감독은 다시 한번 주목받는 인물로 자리매김했어요.
목영진 –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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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영진은 현실적인 긴장과 드라마적 감정을 동시에 살려내는 음악감독이예요. <방자전>(2010), <내 깡패 같은 애인>(2010)으로 출발해 <끝까지 간다>(2014), <암수살인>(2018)에서 스릴러 특유의 날 선 리듬을 보여줬죠. <연평해전>(2015), <터널>(2016),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2019), <범죄도시 3>(2023) 같은 작품에서는 액션과 드라마를 모두 끌어올리는 음악으로 상업영화의 든든한 축이 되었어요. 최근작 <소방관>(2024)에서는 불길과 싸우는 현장의 긴박함을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그려내면서도 동료애와 가족애의 감정을 절제된 선율로 담아냈죠. 덕분에 “재난영화의 긴장과 감동을 동시에 완성하는 음악감독”이라는 명성을 굳혔습니다.
김태성 –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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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음악의 ‘히트 메이커’를 꼽자면 제일 먼저 떠오를 인물 중 하나. 김태성 음악 감독은 <안녕! 유에프오>(2004)로 데뷔한 뒤 <크로싱>(2008), <최종병기 활>(2011), <명량>(2014)을 거쳐 <극한직업>(2019), <범죄도시 2>(2022), 그리고 천만 관객을 넘은 <파묘>(2024)까지 흥행의 순간마다 음악을 책임졌어요. 동시에 <1987>(2017)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사바하>(2019)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죠. 드라마 <스카이캐슬>(2018), <나의 해방일지>(2022) 등에도 참여하며 매체를 가로지른 활동을 이어가며 흥행과 완성도를 동시에 잡는 음악감독입니다.
조영욱 –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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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욱은 한국 영화음악의 ‘마스터 클래스’ 같은 존재예요. <올드보이>(2003)의 강렬한 리듬, <암살>(2015)의 장대한 서사,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의 미묘한 감정선까지. 그의 음악은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호흡을 지휘하는 또 하나의 연출이었어요. 봉준호, 박찬욱, 최동훈 등 거장들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며 한국 영화의 음악사를 써온 인물. 최근작 <하얼빈>(2024)에서는 격동의 시대와 첩보극의 스릴을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직조하며 액션과 멜로를 동시에 완성했어요. 조영욱 음악감독은 이제 “한국 영화에서 음악이 서사를 어떻게 이끄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을 주는 이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Credit
- 글 이다영
- 사진 각 영화 스틸컷 및 포스터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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