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연말에 사랑하는 사람과 특히 조심해야 하는 대화

사랑은 응원이지만 때때로 압박이 됩니다.

프로필 by 김영재 2025.12.21

연말은 묘한 시기입니다. 한 해를 정리하며 서로를 더 챙기고 싶어지는 동시에 불안도 함께 커지죠. 새해라는 단어, 새로운 시작, 선택과 결정 앞에 선 연인에게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걱정돼서 그래.”

@selenagom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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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엔 네가 너무 욕심 부리는 것 같아”

이 말은 겉으로는 현실적인 조언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해석이 숨어 있습니다. “너의 욕망은 과하다.” 혹은 “지금의 너는 판단력이 흐려져 있다.” 이 얘기가 반복되면 상대는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기보다 스스로를 검열하기 시작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 전에 “이게 욕심처럼 보일까?”를 먼저 떠올리게 되죠. 문제는 욕심의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과해 보이는 선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을 걱정하기보다 그 선택이 왜 중요한지 묻는 편이 더 건강한 응원일지도 모릅니다.

@lilbie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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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까지 불안하게 만들지 마”

이 문장은 사랑의 언어라기보다, 감정의 책임을 전가하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상대의 불안을 나의 감정 상태와 연결해 부담을 돌리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네가 흔들리면 내가 불안해진다.” 이 문장의 숨은 뜻은 결국 “그러니 흔들리지 말아라”입니다. 하지만 불안은 통제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숨기게 만들고, 혼자 견디게 합니다. 연인은 서로의 감정을 대신 관리해줘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불안을 공유하는 것과, 불안을 없애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후자의 순간 관계는 급격히 무거워집니다.

@milliebobby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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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금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이 말이 가장 아픈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의 신뢰를 직접적으로 흔들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을 들은 사람은 이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없나?” “내 선택은 늘 의심받아야 하나?” 물론 걱정할 수 있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판단 자체를 부정하는 말은 상대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약화시킵니다. 사랑은 대신 결정해주는 관계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곁에 서주는 관계에 더 가깝습니다. 필요한 건 조언이나 평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런 질문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너는 왜 이 선택을 하고 싶어?” “지금 가장 무서운 건 뭐야?” “내가 어떻게 옆에 있어주면 좋을까?”

@annijor

@annijor

사랑은 방향을 정해주는 힘이 아니라, 흔들릴 때 버팀목이 되어주는 힘입니다.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발을 묶기보다 함께 흔들리면서도 곁을 지켜주는 것. 연말을 맞이한 관계에 필요한 건 그 정도의 용기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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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김민지
  • 사진 각 인스타그램